소방

고양 저유소 화재…소방방재시스템 문제

Dr.risk 2018. 10. 11. 10:03

17시간 지속 고양 저유소 화재…소방방재시스템 문제 없었나

화재 작동감지 센서·소방설비 작동 여부 따져 봐야…초기 진압 실패하면 진화 방법 없어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화재 현장에서 현장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화재 현장에서 현장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유류 저장탱크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송유관공사와 소방당국은 17시간 후에야 진압에 성공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진화에 17시간이 걸린 만큼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대한송유관공사는 초기진화에 실패했고, 이튿날까지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헬기 5대를 포함해 205대의 특수차량 소방차량과 소방인력 684명이 투입돼야만 했다.

이번 화재에서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화재 자동감지 센서 및 소방설비 작동 여부다.

소방당국은 자동센서가 폭발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영선 대한송유관공사 안전부장도 지난 7일 열린 브리핑 현장에서 센서 작동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한번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체 소방설비는 자동으로 작동됐으나 화재를 진압할 만큼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송유관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1시경 화재 당시 송유관공사 직원이 폭발음을 듣고 CCTV로 화재 사실을 확인한 후 소방서에 신고했다. 이때 자체 소방설비가 자동으로 작동됐지만 진화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체적인 소방방재시스템의 작동 여부와 효과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송유관공사 측은 매일, 월, 분기, 6개월, 연간 단위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이은 점검에도 문제가 없었던 방재 시스템은 중요한 순간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셈이다.

대한석유공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저유소는 항상 화재 위험이 있다는 전제하에 꾸준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송유관공사와 소방당국은 화재 진화 방식으로 '배유(기름을 빼냄) 작업'을 택했다. 유류 화재는 중간에 진화가 어려워 연료 역할을 하는 기름을 빼는 것이 핵심이다. 화재가 난 탱크에는 440만리터(ℓ)의 유류가 저장돼 있었다.

유류 440만 리터는 주유소 140개에 있는 유류탱크를 모두 채울 수 있는 규모로, 시중 판매 가격 기준(리터당 1671원)으로는 약 73억원어치다.

동시에 화재진압용 소화약제(폼액)를 투입했다. 유류화재이기 때문에 물을 쏘게 되면 화재가 확산될 위험이 있어서다.

한 정유 업계 관계자는 "일단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휘발성 물질이기 때문에 마땅한 진화 방법이 없다"며 "진화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추가 화재 및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비교적 적절한 대응을 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송유관공사는 1990년에 공기업으로 설립됐지만 2001년 정유 시설을 가진 민간에 분양돼 민관 공동 운영체제로 사실상 민영화했다. SK이노베이션 (208,500원 상승7500 -3.5%), GS칼텍스,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41%, 28.62%, 9.7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송유관공사는 1180km 길이의 송유관, 6개 저유소(원유나 석유 제품 저장소), 12개의 펌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불이 난 곳은 대한송유관 공사 경인지사 소속 서울북부유류저장탱크 14개 중 하나다. 이곳에서 모아진 정유는 경기 북부지역으로 정유차를 통해 공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