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발딩

성능위주 초고층 건축물 화재 안전[Ⅱ]

Dr.risk 2011. 9. 22. 23:36

성능위주 초고층 건축물 화재 안전[Ⅱ]
인명안전 중심의 방호 피난로 설계 확보부터
김영도 기자
√ 초고층 특별법 누더기 법으로 전락하나
√ 초고층 건축물 화재 어디로 피난해야 안전할까?
√ 원칙이 살아 있는 소방시스템 구현되어야



들어가는 말
초고층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어디로 피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것일까?

지난 1일 부산 해운대 우신 골드 스위트 주상복합건물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된 이튿날 발생되면서 초고층 건축물 화재에서 피난안전 대책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고층건축물 안전관리 실태를 파악해 문제점을 도출하여 제도개선 개정 및 안전대책을 마련하고자 지난 11일부터 중앙 민관합동점검단을 꾸려 29일까지 19일간 서울, 인천, 경기, 부산, 울산, 경남 등 6개 시도 30개소를 점검하고 있다.

주요 점검내용은 건축물 관련사항 중 소방 등 안전과 관련되는 전반사항과 소방시설 등의 설치 및 적정 유지관리 여부, 각 건축물의 화재 등의 사고시 소방활동상의 장애요인, 건축물 관계자의 안전의식 및 안전관리 실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으로 내달 중으로 종합안전대책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본지는 지난 9월 25일자(540호) 성능위주 초고층 건축물 화재안전<Ⅰ> ‘자동화재탐지설비, r형 수신기와 아나로그 감지기 중심으로’를 시작한데 이어 ‘초고층 건축물 화재발생에 따른 인명안전 우선의 피난로 확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초고층 건축물 화재발생에 따른 피난로 확보에 있어 지금까지 도출된 문제점들과 대안들은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인명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정책입안자나 설계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들을 가감 없이 제기했다(편집자 주).


기형적인 초고층 특별법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초고층 특별법)이 조만간 국회 본회를 통과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 ‘없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모를 일이다.

초고층 특별법은 건축법과 소방법이 상충되지 않고 부처간의 대립구조를 갖지 않는 범위 개별틈새 등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부분들만 도출해서 만든 법이라는 것이 정책입안자들의 설명으로 재난관리기법을 중심으로 매뉴얼적인 관리측면이 강한 반면 소방시설설치 기준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 특별법에 따른 사전재난영향성평가를 통해 건축허가가 이뤄질 수 있어 일말의 개선 여지는 보이나 시대상에 뒤쳐진 소방시설설치유지법에 따른 법적용은 사실상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08년 11월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호서대학교 권영진 교수는 “초고층으로 가게 되면 대공간, 특수한 공간 등 많은 것이 창출하게 되는데 현재의 방재설비시스템으로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방재설비 시스템의 상향화를 강조했다.

경원대학교 손봉세 교수도 ‘초고층 건축물의 화재시 방재ㆍ피난계획’ 제하의 논문을 통해 “건축법이나 소방법은 초고층 건축물의 피난안전을 위한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설계자들도 법규의 최저 수준에만 맞추어 설계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또 현업에 종사하는 설계자와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법규정에만 충실할 경우 화재시 안전의 정도에 대한 질문’에 전체 697명 가운데 긍정적으로 피력한 의견이 30.1%, 부정적이라는 의견은 51.3%로 조사돼 법 규정만으로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 법규정 적용시 안전성의 정도

이와 관련해 고려대학교 강경인 교수는 지난 2008년 8월 대규모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시스템 개선을 위한 제2차 발제회의에서 “방재분야는 규제완화보다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여 정부에서 0.1%의 국민의 생명이라도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상향된 소방시설 설치 및 유지 기준 조차 없는 초고층 특별법은 원천적으로 재검토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이란 사회적 시스템으로 법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효용성이나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초고층 특별법은 화재예방과 대응 및 진압, 구조 등을 중심으로 하는 소방시설 설치와 유지와 관련된 내용보다 재난관리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어 소방시설에 대한 문제점들이 도출되면 결과적으로 관련 법령들을 이어 붙여 누더기 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초고층에 대한 정의도 50층 또는 200m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고가 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15층부터 50층 이하인 49층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방재청이 올해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국내 고층건축물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1월1일 기준으로 지상 11층부터 49층까지의 건축물은 8만3686개소로 집계됐다.

이중 11층부터 30층까지 건축물이 8만3005개소로 나타났으며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은 39개소로 준공이 됐거나 공사중 또는 허가, 설계ㆍ계획을 포함하면 향후 125개소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초고층에 있어 피난안전 대책은?

a. 인명안전 중심의 피난설계

최근 부산 해운대 우신 골드 주상복합건물 화재로 피난안전구역인 대피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재실자의 밀도에 따른 용적률 확보와 피난안전구역의 수용인원 산정, 수용공간의 안전성 등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피난 대피층 설계 기준을 일반 정상인 범주에서 설계를 할 것인지 아니면 재해취약자인 노약자나 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황은경 박사는 '이동약자를 고려한 건축물 피난규정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노약자와 장애자 등은 근력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저하되었거나 신체적 장애로 인해 위급 상황의 대처 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자력으로 이동이 어려운 이동약자이기 때문에 건물내 화재발생시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재해 약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건축물 화재 발생시 가장 중요한 관건은 건강한 일반인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동약자를 안전한 장소로 피난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재실자의 이동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안전한 피난로를 확보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 하향식 피난구
사회적 약자이자 재해취약자라는 면에서 볼 때 결코 간과해서 안되는 일이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올해 초 국토해양부는 공동주택 대피공간 설치면제 기준으로 하향식 피난구를 설치할 경우 면제사유로 규정해 지적사항으로 떠올랐다.

공동주택의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발코니를 확장하여 주거공간을 확대할 수 있도록 대피공간을 없애는 대신 하향식 피난구를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하향식 피난구는 접이식 사다리 형태로 일반인은 사용 가능해도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 등은 자력으로 이용하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아세아 방재가 일반인부터 노약자,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동력 피난식 승강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재해취약자인 노약자나 장애인이 피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엘리베이터와 수직계단 밖에 없어 유사시 피난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내화성능구조를 갖춘 피난
▲ 무동력 승강식 피난기
안전구역층인 대피층과 피난용 승강기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에는 초고층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피난안전설계 중 피난층 및 엘리베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재해약자 방재대책으로 고령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의 활용 및 피난로의 위치, 피난로의 방화구획, 피난층의 계획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고층 건축물에서의 고령자의 피난은 피난개시시간 및 피난 속도 등의 일반 성인과 같은 피난자의 데이터베이스와는 다른 수치가 적용된다. 전체 피난시간이 길어지게 됨으로서 피난로의 위치 등과 더불어 피난층 등을 세부적으로 계획하고 피난계획을 작성해 소방활동과 연계하는 피난계획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예로 지난 96년 10월 28일 히로시마 모토마찌 20층 공동주택에서 발생된 화재로 피난자 47%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피난했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 공동주택은 거주자의 57% 이상이 60세 이상의 노인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과 고층의 건물에서 걸어서 피난한다는 것이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증명해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미국 wtc 1차 폭탄테러 화재시 95층에서 연기가 차 있는 계단을 한 시간에 내려올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양호한 경우이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70층에서 9시간 이상 걸려 피난했다는 보고가 있다.

건물의 이용자 특성, 엘리베이터 이용의 문제점 등을 적극 고려해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피난경로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b. 새로운 대안 피난용 승강기

지상층과 연결되는 피난층을 통해 외부로 대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하지만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피난의 정석은 없다.

서울특별시는 지난해 8월 초고층 건축물 가이드 라인을 제정하면서 피난용 승강기에 대한 설치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건축법 제64조 규정에 의한 승강기 설치 계획과는 별도로 재난 등으로부터 신속하게 피난할 수 있는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할 것을 명시하면서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적용하지 아니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한편 피난용 승강기에 비상전원, 방수성능, 내화성능 확보, cctv 설치, 양방향 통신 설비 등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피난용 승강기는 비상시 카 내부에 소방대원이나 관리요원이 탑승하여 초고층 빌딩의 대피 층(refuge floor)과 피난 층(주로 1층) 사이를 왕복하며 대피층의 피난민을 구출하는 시스템이다.


엘리베이터 전문메이커 otis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최초로 전경련 회관에 피난용 승강기 설치에 대한 기준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삼성물산이 버즈 두바이에 적용했으며 최근 건설 중인 잠실 제2롯데월드 역시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피난용 승강기를 도입하는 것이 피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절대적 수단은 결코 아니다.

엘리베이터 수직상하의 피스톤 동작이 연돌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구조적으로 판단해야하며 기존의 엘리베이터를 피난용 승강기로 대체하는 것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다.

c. 원칙이 살아 있는 소방시스템

초고층 건축물에서 소방시설의 성능보장과 유지관리만 철저히 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소방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경제우선주의로 인명안전보다 최소의 기준을 선택해 적용시키고 안전시설 관리도 해외 선진국에 비해 소홀하다 보니 시설물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을 경원대 손봉세 교수가 앞서 제시한 통계에서도 방증하고 있다.

또 법 규정 이외의 설계 장애요인으로 건축법과 소방법에서 요구되어지는 이상의 화재안전에 대한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건축설계자와 소방설계자 모두가 시간의 부족과 경제적 이유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으며 화재안전설계 방법론의 부재, 디자인의 방해, 건축주ㆍ설계자의 의식부족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 법규정 이외의 설계 침해요인

건축주의 안전의식 문제와 체계적인 설계방법론의 부재가 가장 큰 방해가 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것은 건축물의 설계가 건축설계사무소에 일괄수주되고 화재안전설계는 건축설계자와 방재전문가간의 사전협의 없이 건축설계가 결정된 이후에 꿰어 맞추기식의 화재ㆍ피난안전설계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본지 2010년 9월 10일자 참조).

또한 화재ㆍ피난안전설계의 요소요소가 제각각 단일설비 위주로 설계ㆍ시공되고 있어 화재 등 일단 유사시 이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가 없어 시스템의 본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서 방재의 목적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특히 화재안전의 기본조차 관리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초고층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한다고 해서 일순간에 바꿔지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화재안전 대책을 마련하려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소방시설대상물들의 방화문부터 종합적으로 점검해 부실 관리로 누수되는 곳부터 차단해야 한다.

d. 특별피난계단의 피난안전성능 확보

피난 통로인 계단부속실을 연결해주는 방화문 가운데 말발굽을 하거나 도어클로저의 폐쇄력이 부족해 제대로 닫히지 않고 아예 도어클로저가 떨어져 나간 곳도 많아 소방방재청은 비상문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해 각 시도 지자체가 시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단속이 미비하며 방치되고 있는 수준이다.

방화문은 실내 또는 복도에서 계단부속실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통로이자 건물 내로 확산되는 화재연기가 계단전실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문을 제대로 여닫지 못한다면 계단전실과 제연댐퍼의 사용목적이 유명무실해지고 만다.

▲ 특별피난계단 © 소방방재신문

화재시 연기가 피난통로인 계단전실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연풍속을 가압하도록 하고 있지만 차압댐퍼가 설치된 층간 마다 40~50pa의 일정차압이 동일하지 않아 송풍시설이 가까운 층은 차압이 높고 거리가 먼 층은 반대로 도달하는 차압손실로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방화문도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고 차압도 제대로 조절이 안되니 전시행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tab(testing adjusting and balancing) 급기가압설비가 층수의 고저에 따라 일정하지 않게 방출하는 풍압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해주는 기술이 도입되어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e. 최후의 보루 피난대피층

초고층 건축물은 특유의 수직구조로 인해 피난의 난이성 외에 피난 안전에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연돌효과의 잠재적 위험성, 상층 연소확대의 용이성, 소방의 난이성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의 wtc 건물은 방재계획에 관한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간주되었을 만큼 첨단과 완벽성을 자랑했다.

두 방향의 피난로의 확보, 피난수단의 종류와 배치, 보행거리, 탈출구, 비상등 등에 관한 피난로 설계기준, 비상발전능력 확보, 비상운영통합센터의 운영시스템과 설비, 비상정보전달시스템의 이중화, 비상급수 시스템, 엘리베이터 운영시스템 등 모든 측면에서 초고층 건축물에서 요구되는 기준들을 모두 충족했고 오히려 기준 이상의 방재계획과 설계가 이루어졌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공급시스템 단절상태에서 비상발전기가 20분만에 과열되어 가동이 중단되면서 피난, 구조 등의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초고층 건축물의 재난 특성상 대규모의 사상자 발생가능성과 더불어 계단을 이용한 피난의 한계, 정보두절, 화염과 연기로 인한 패닉현상 초래 등을 고려해 볼 때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손실은 엄청나다. 통계에 따르면 약 48조 1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른다.

따라서 초고층 건축물에서 지상층으로 피난은 불가하다는 것을 전제로 미국과 일본, 중국, 싱가폴 등은 중간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인 피난대피층을 두도록 강제화하고 있다.

대피공간의 일차적 기능은 화재발생시 대피동선의 휴식공간으로 화재진압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되거나 대피를 보조하기 위한 구조인력 지휘소로 이용될 수 있으며 재해약자 구조 대기용 거처로 사용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체 방재설비로 화재확산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중간의 대피공간은 상하층으로부터 화재확산을 중간 차단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 초고층 건축에서는 매우 필요한 요소이다.

또한 대피공간은 심리적 기능으로 대피경로의 거리적, 시간적 부담을 경감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 휴식을 통한 피난자의 판단력을 회복시켜주고 대피공간에서 구조인력과 의사소통을 통해 피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 비워둔 공간이기 되기 때문에 임대공간비의 저하로 이어지고 대피공간의 실효성 있는 유지관리의 어려움도 가중되며 재해시 피난행태상의 대피공간내의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는 소지도 있다.

피난대피층에 대한 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대규모 개방공간도 조건에 따라 피난층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은 지상층을 가장 안전한 피난층으로 인정하지만 nfpa 규정 등에서는 건물내 대피장소를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사정이 남다르다. 그들은 고층민용건축설계방화규범에 따라 250m가 넘는 고층건축물에 대한 방화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높이 100m이상인 건축물의 경우 15층마다 방재설비를 갖춘 대피장소를 설치해야 하며 면적은 대피예상인원 5명당 1㎡ 최소 기준을 적용하고 상하부 피난계단을 분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응급방송, 직통전화, 응급 전원 등을 강제적으로 설치하게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도 50층 이상의 건축물인 경우 30층 이내에 대피층을 두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수용인원의 산정에 따른 용적률 확보에 대한 시설기준이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고 공간의 효용성을 전제하는 건축과 화재안전을 우선하는 소방법으로 부처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f. 자치소방대의 활성화

초고층 건축물 화재발생에 있어 인명안전을 우선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응 방안은 선경험이다. 불에 데어본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불의 위험성을 알고 대응할 수 있기 마련이지만 초고층 건축물에 상주하고 있는 입주자나 방문자들을 모아놓고 매번 집체교육과 훈련을 반복시킬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안전의식이 습관적으로 몸에 배인 일본에서 조차도 안전교육만으로 재난예방이 어렵고 시스템 하드웨어로 안전관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실험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초고층 건축물에 있어 화재가 발생되면 확산되는 단계이전이 화재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신속한 초동대응이 요구되며 일반 건축물에 비해 위험의 하중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초고층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인근 관할소방서에서 출동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상당시간이 소모되고 현장에 도착했어도 건물 구조에 익숙하지 않으면 초동대응이 늦어져 화재확산으로 인한 피해는 커지게 된다.

특히 화재가 급격히 확산되었을 경우 관할 소방서에서 출동한 소방인력만으로 성공적인 화재진압과 원활한 구조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지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일백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은 하나의 빌딩이 아니라 작은 수직 도시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백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에는 초기대응과 화재출동에 따른 화재진압의 연계성을 갖기 위해서는 119안전센터가 입주해 있거나 전문화된 자체 소방대를 조직해 화재진압과 구조 및 구급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아울러 고층 건축물에서도 현재의 화재안전관리 수준을 대폭 상향조정해 특수방화관리사와 보조인력 배치를 일정면적에 비례해 의무화하거나, 방화관리자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고급화시켜 전문인력의 배치를 확대하는 방안들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안전의 경제적 효과부터 따져봐야
재난 발생은 늘 진행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네 정서상 본인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남의 일이 되어버리기 마련이어서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이러한 국민적 정서는 대한민국 안전지수와 직결되어 인명안전 우선주의 보다 경제 우선주의가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리고 외국 것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양잿물도 단숨에 들이키려는 습성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택에 화재가 발생하면 단순히 주택만 전소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담겨진 개인의 추억과 시간들을 고스란히 잃어버리는 것인데도 산술적인 피해액 추정에만 관심이 쏠린다.

모범이 되는 우수 건축모델을 선정해 화재가 발생되지 않으면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고 최적의 소방시설들을 갖추지 않아 발생되는 리스크를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 논리 개발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최적의 소방시설들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되는 재난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가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방호설계 역시 다양한 최악의 상황들을 고려해 강화된 기준들이 제시되고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