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식평가

실험실 안전교육만으로 충분한가…카이스트 폭발 사고, 보호구 미착용이 피해 키웠다

Dr.risk 2025. 6. 24. 21:29

최민희 의원실 “보호장구 미착용 확인…과기부, 예방지침 강화 예정”
한양대 사고도 유사 사례 반복…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대책 시급

ⓒ사진- 대전소방본부 제공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실험실 안전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장구 미착용으로 중대한 부상을 입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연구실 안전관리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카이스트 폭발 사고 역시 안전보호구 미착용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밤,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동 5층 실험실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대학원생 A씨가 얼굴과 등, 왼쪽 손에 열상과 화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는 저온에서 용매를 농축하는 ‘회전증발농축기’ 실험 중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사고 당시 실험복과 보안경 등 법정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보호구 미착용이 지목된 것이다.

 

현행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화재나 폭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취급할 때에는 반드시 실험복, 보안경, 보안면, 방염복 등의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장갑 외에는 아무런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아 중화상을 입었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

 

이와 유사한 사고는 지난 4월에도 발생했다. 한양대학교 실험실에서는 황산을 폐기하던 중 폭발이 일어나 4명의 학생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 역시 황산액 처리가 끝나기 전에 고글을 벗어 얼굴 부위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통적으로 두 사례 모두 해당 학생들이 안전교육을 이수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교육의 실효성 문제와 현장 준수 여부에 대한 강력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한양대 사고 조사를 지난달 29일 완료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실 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강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며 “사고조사 결과보고서가 확정되면 사고 원인과 구체적인 예방 방법을 전 기관의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에게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번 사고 피해자도 장갑 이외에 관계 법령에 따른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아 화상을 입었다”며 “과기부는 연구실 안전예방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이은 사고는 단순한 실수 이상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명문화된 안전지침의 존재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으며, 실험실 내 보호구 착용 의무의 실질적 이행과 점검 시스템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사고는 실험실 내 안전교육만으로는 실질적인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교육을 이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험 전 보호장구 착용 여부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는 최근 CCTV를 활용한 실험실 내 안전수칙 준수 모니터링이나, 보호구 착용 여부 확인 후 출입을 허용하는 출입통제 시스템의 시범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실험 책임자 또는 지도교수가 사전에 위험성을 평가하고, 보호조치 여부를 확인한 뒤 실험 진행을 승인하는 방식의 관리 절차 마련도 예방 차원의 제도적 보완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실효적인 사전 점검 체계가 마련돼야만, 교육과 실제 행동 간의 괴리를 줄이고 반복되는 유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