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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치 면적 태운 강원도 산불… “빠른 대응 빛났다”

Dr.risk 2019. 4. 10. 19:14

 

 

[집중조명] 일 년치 면적 태운 강원도 산불… “빠른 대응 빛났다”

전국 소방 총력 대응… 전국서 872대 소방차량ㆍ3251명 소방관 모여
국가적 대응으로 “더 큰 피해 막아” ‘소방관 국가직’ 필요성 수면 위

 

 

▲ 강한 강풍으로 인해 산불이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FPN 최영 기자] = 최대 초속 28m에 이르는 강풍이 불면서 속수무책으로 번져나간 강원도 산불은 2010년 이후 한해 평균 산불 피해 규모에 육박할 만한 피해를 입히고 이틀 만에 꺼졌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의 대응이 부실했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더 큰 피해 없이 진압될 수 있었던 건 전국에서 강원도로 일제히 모여든 화재진압 전문 조직인 ‘소방’과 유관기관 간의 공조체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발 빠른 대응과 판단, 그리고 전국 소방의 비상동원령 발령 덕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산불 사고로 재난의 성격 변화에 따른 국가단위 대응의 중요성이 입증되면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처럼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될 경우 언제든지 일사불란한 지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외치는 여론도 뜨겁다. 산불 사고 직후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나흘 만에 20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이 이번 산불 사고의 전개 과정과 소방의 국가직 전환 이슈를 정리했다.

 

 

▲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3호로 촬영한 강원도 산불 현장. 위성카메라에 탑재된 센서가 센싱한 근적외선과 가시광선 영상을 합성한 이미지로 붉게 표시된 부분은 화재가 난 지역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수풀 등 식생을 나타내는 것이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최대 초속 28m 이르는 강풍… “일 년치 피해 면적 태웠다”
정부가 집계한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530ha에 육박한다. 이는 2010년대에 들어와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화재 평균치와 대비할 때 일 년 동안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산림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0년대에 들어 지난해까지 9년간 발생한 산불 건수는 3746건으로 한 해 평균 374건이 발생했다. 평균 피해 면적은 532ha 정도다. 이번 화재의 피해 규모는 이 같은 통계와 비교할 때 하루 만에 일 년 평균치를 모두 태워버린 셈이 됐다.


정부는 이번 화재의 피해 확산 배경으로 강풍과 날씨 여건을 꼽고 있다. 건조한 날씨에 더해 최고 초당 28m에 이르는 강풍이 불면서 낙엽과 나뭇가지 등의 불씨가 여기저기 옮아 붙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에 따르면 최초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산불면적이 약 7500㎡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부터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너무도 커져버린 불길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험난한 산악지형과 고열의 불덩어리로 인해 소방차의 접근도 어려웠다. 도로조차 없는 산림에 불길이 이어지다보니 소방차가 다가가기 힘들었고 개방된 공간에 널린 낙엽과 나무 등이 급격히 연소되면서 거대한 불덩이를 형성했다는 게 소방의 설명이다.


특히 야간에 발생된 화재로 인해 헬기 운항까지 어려워지면서 초기 대응에도 한계가 나타났다. 산불은 지상과 공중에서 입체적인 진압작전을 전개해야 하지만 이조차 불가능한 여건이었다는 설명이다.


소방청은 “산림과 민가 등 동시다발적인 화재로 인해 사실 강원도 소방력의 초기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범정부ㆍ민간 복구지원 체제 돌입
산불 진압이 완료된 5일을 기점으로 정부는 산불 대응 태세에서 복구와 수습을 위한 지원체제로 전환했다. 정부는 이번 피해 지역에 대해 재난안전특별교부세 40억원과 재난구호사업비 2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마을단위 임시주거시설별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지자체와 재해구호협회, 적십자사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긴급구호 물자와 생필품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롯데, 이마트 24, SPC그룹,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플러스, 롯데제과, 아이두젠 등 민간 기업들도 생수와 라면, 빵, 음료, 난방용 텐트 등 물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와 복지부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는 상담활동가 77명을 투입해 재난회복 심리지원에도 돌입한 상태다.

 

 

▲ 전국에서 강원도 산불 진압을 위해 지원을 나온 소방차량들이 집결해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그나마 줄인 피해… “빠른 판단과 대응 덕”
산불의 주불을 잡는 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45시간. 4일 오후 2시 45분 인제 산불을 시작으로 오후 7시 17분 고성과 속초, 오후 11시 46분 강릉과 동해에 이르기까지 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규모와 확산 속도를 고려할 때 비교적 빠르게 진압됐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이는 화재 초기대응 시점부터 전국 단위에서 투입된 소방인력과 유관기관과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방은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394-4번지 일성콘도 인근 야산에서 변압기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선착대가 처음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 11분이 지난 오후 7시 28분께. 유관기관과 함께 초기 화재진압에 주력했지만 당시 강원도에는 초속 15m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던 탓에 화재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이후 대응 1단계를 오후 7시 38분께 발령했고 8시 23분께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급기야 9시 44분께 대응 3단계를 발령한 소방은 전국 비상동원령을 걸었다.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에서는 중앙119구조본부와 서울, 경기 대구, 울산, 강원 등 7대의 소방헬기를 투입했다.

 

 

▲ 인천소방에서 급파한 소방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이렇게 전국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된 소방인력은 3251명에 달했다. 872대에 이르는 소방차량도 현장으로 달려갔다. 평상시 운용되는 소방력을 고려할 때 27%의 소방력이 집중 투입됐다. 단일 화재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국 소방력이 동원됐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이 외에도 일반 공무원과 9996명, 군 1만3328명, 경찰 4518명, 자원봉사 3401명 등 4만618명이라는 막대한 인원이 협력하면서 산불 화재 대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형화재로 꼽히는 화재 사례는 2000년도 4월 27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이다. 고성과 강릉, 동해, 삼척, 울진 등 1만7097ha 규모를 태우고 9일 동안 지속됐던 최악의 산불로 꼽힌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남긴 산불이었다.


이번 화재는 기상 상황을 고려할 때 자칫하면 당시 동해안 화재에 버금가는 피해를 남길 뻔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화마가 휩쓸고 간 옥계면의 한 건물의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소방관 국가직화 시급하다” 들끓는 여론
전국 단위의 소방차량과 인력이 일제히 투입된 이번 산불 사고를 계기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필요성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산불 사고는 전국적인 화재 대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산불 사고 당시 전국에서 지원된 소방인력과 장비는 강원도라는 지역 특성을 넘어 대응 측면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가직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국회에 관련법이 제출된 상태지만 아직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직 전환에 있어 개정이 필요한 법안은 총 6가지다. 우선 소방공무원의 신분 전환을 위해서는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지방자체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소방기본법 등을 고쳐야 한다. 또 소방 재정 확보를 위해 지방교부세법 개정과 현재 제정 법률안으로 발의된 소방재정지원특별회계 및 시도소방특별회계 설치법의 제정도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이 법안들의 심사를 진행했었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의결하지 못하면서 심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지속적해서 추진해 왔다. 지난해 10월 30일에는 소방인력의 단계적 충원에 필요한 인건비를 소방안전교부세율의 인상분으로 충당하기로 하는 내용의 재정분권 합의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22년까지 총 2만 명에 이르는 소방공무원을 확충하고 담배분 개별소비세의 20%씩 반영되던 소방안전교부세율을 2020년까지 45%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또 소방시설 확충에 사용하도록 했던 소방안전교부세를 인건비 지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소방직을 국가직화로 변경하는 관련법 개정을 전제로 추진된다. 국가직화 법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소방공무원의 충원 역시 묘연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지지부진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정책이 산불 사고를 계기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국민의 뜨거운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산불 이후 청와대에 올라온 국민 청원에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4일 만에 20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자체별로 상이한 재정 여건이 현장인력 부족과 장비 부족, 처우의 차이를 빚고 이로 인해 국민의 안전에도 지역 차이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멈춰 달라는 청원이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라며 “이 청원에 답해야 할 당사자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라고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위한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이 묶여있다. 지난해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제도 도입은 물론 보완책까지 논의됐지만 최종 의결을 목전에 두고 야당의 비협조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라며 “4월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