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소방 분야 일자리 개선과 소방기술인 위상 제고’ 포럼
(사)한국소방기술인협회(회장 김기항, 이하 협회)는 22일 여의도에 위치한 콘래드서울에서 2017년 총회와 ‘소방 분야 일자리 개선과 온라인 교육을 통한 소방기술인 위상 제고’를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소방청 우재봉 차장과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이기원 총재를 비롯한 소방 분야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김기항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 이 시간에도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화재 안전을 위해 애쓰는 소방기술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오늘 이 자리가 화재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소방기술인들의 화합과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협회는 앞으로도 우리 소방기술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어서 단상에 오른 소방청 우재봉 차장은 창립 12주년을 맞은 협회에 축하를 전하며 소방 분야의 발전을 위한 민관협력의 동반자가 돼 줄 것을 당부했다.
우재봉 차장은 “그동안 큰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따라오는 법과 제도의 정비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소방청이 개청한 만큼 이제는 현실과 부합되는 제도와 정책을 그때그때 반영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차장은 “각 분야 최 일선에서 활약하는 1만여 명 이상의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소방기술인협회는 우리 소방 분야의 크나큰 자산”이라며 “소방기술인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민간 부문의 발전과 소방청 중심의 공공 부분 협력이 잘 이뤄진다면 기술 발전을 통해 보다 더 국민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 차장은 “다시 한번 창립 12주년을 맞은 소방기술인협회의 발전을 기원하며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민간의 노력에 소방청 또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정책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후에는 그간 협회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공로패와 감사패 전달식이 이어졌다. 협회는 초대 회장을 지낸 이상용 고문과 제3대 회장 정석환 고문에게 공로패를, 신우밸브(주) 김한용 대표와 한주케미칼(주) 박희동 대표에게 각각 감사패를 전달했다.
2부 포럼에서는 소방 각 분야 전문가들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박경환 박사(PQ제도 확대 정책 제안)와 (사)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남상욱 회장(소방 분야 관리업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 한화63시티 오제환 총괄재난안전관리자(대형화재 예방을 위한 제안)가 발표자로 나섰다.
PQ제도 확대 정책 제안
박경환 재난과학박사/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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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 기술자들은 잘 알지만 기술자가 아닌 사람들은 소방이라고 하면 소방관을 떠올린다. 소방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
헌신적이고 투철한 직업관을 가진 영웅으로 묘사되는 소방관과 달리 소방기술자들을 바라보는 현실은 냉담하다. 부실 설계와 부실 감리, 부실 시공. 이런 것들이 불거지고 이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왜 생겨날까? 공사 도급자는 건설사다. 실제 소방공사는 전문소방공사업체가 하도급으로 한다. 그 책임 또한 하도급 업체가 지게 되는 사회적 구조다. 설계 역시 도급은 건축사가 맡고 하도급을 받은 소방시설설계업체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다. 준공에서도 건축주, 사업주의 책임은 없고 감리, 시공자에게만 책임이 있다. 경쟁구조에서의 갑과 을, 이게 근본적인 문제다.
현장의 최 일선, 사적 영역에서 기술자들이 책임지는 화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정치적, 기술적 독립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적정한 대가를 받고, 외압과 간섭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PQ제도를 통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와 감리, 공사업체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고 부실에 대해서는 강력한 시스템으로써 제어할 수 있다. 또 건축주나 사업주의 외압으로부터도 업무의 독립성을 확보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건설과 전기, 통신은 이런 PQ제도를 기 시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사업체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사회의 안전성도 확보하고 있다.
PQ제도는 그냥 감리나 설계를 별도로 발주하는 게 아니다. 사실은 다른 공종하고 같이 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데 이런 맥락에서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도 굉장히 중요한 축이다. 공사의 독립성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최근에 소방청이나 다른 이익단체들이 분리발주를 못 하고 하도급 구조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소방기술인이나 전문가들이 좀 더 나서야 할 시기라고 본다.
소방 분야 관리업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
남상욱 (사)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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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관리업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완전히 정착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방산업이라는 측면에서 관리업은 설계, 감리, 공사 등과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설계, 감리, 시공, 여기에 방염까지는 시설업으로 묶어 소방시설법의 적용을 받지만 관리업은 소방시설설치유지법의 적용을 받아 담당 부서도 다르다. 과연 이게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2014년 법 개정이 이뤄지고 2015년 7월부터 관리업도 산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소방산업과에서 담당하는 타 공종과 달리 관리업은 화재예방과에서 담당한다. 다른 공종들을 보면 전문과 일반으로 나뉘고 등록 인력에도 차이를 두지만 관리업은 등급도 없고 제한도 없다.
등급 구분이 없으니 설립도 용이하다. 이런 현실은 업체의 난립으로 이어지고 업체의 난립은 저가수주가 성행하는 행태를 낳는다. 그리고 만연한 저가수주는 점검 대가의 전반적인 하락을 야기하며 결국은 부실점검을 초래하게 된다.
관리업에 대한 등급 구분이 필요하다. 우리 협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는 오히려 일선 소방관서 담당자들이 등급 구분에 대한 필요성을 높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을 위해서는 관리업도 전문과 일반으로 구분하고 인력에 대한 범위를 정해야 한다.
점검기록표 관련 조항에도 모순점이 있다. 점검기록표라는 것은 본래 점검실명제를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전자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재에는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다.
이와 함께 관리업에 대한 처벌 규정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공사업 같은 경우에는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체가 아니라 이용자, 고객의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관리업에서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기 계약된 점검도 수행할 수 없다. 이용자에게 엄청난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업체 입장에서는 영업정지를 넘어 폐업으로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법 위반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하지만 그 책임의 수준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행정처분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잘못의 경중에 따른 합리적 처벌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대형화재 예방을 위한 제안(소방안전관리자의 역할)
오제환 한화63시티 총괄재난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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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는 4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부상한 대형 참사였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소방시설 안전관리가 미흡했고, 근무수칙 미준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소방시설 시스템이 정지돼 있었다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런던 그렌펠 아파트 화재와 두바이 마리나 토치 빌딩 화재는 건물 외벽의 가연성 자재로 인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마리나 토치 빌딩 화재에서는 적절한 초기 대응이 이뤄졌고 자체 소방대의 신속한 진화가 있었으며 완벽한 방화구획으로 건물 내 화재 확산을 막았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면 화재 예방을 위한 관리 미흡과 소방설비 작동 불량, 피난계획 부재. 이런 요인들로 인해 대형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적인 예다. 그렇기 때문에 소방안전관리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63빌딩에서는 예방과 대비, 대응 3단계로 대형화재 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철저한 순찰과 함께 정기적인 점검과 교육,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법적인 강제사항은 없지만 안전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화재 피난 구역도 조성했다.
소방안전관리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데 그 사명감의 가장 기본은 관심과 실천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화재 예방을 위한 부단한 활동과 정기적인 점검을 실시하면서 실질적인 피난계획을 수립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대형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제안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