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유은영 기자] = 지난달 16일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열린 ‘제42회 소방안전봉사상 시상식’에서 부천소방서 이종인 소방장이 영예의 대상을 안았다. 대상을 받은 이 소방장은 1계급 특진해 현재는 ‘소방위’가 됐다.
이종인 소방위는 유명한 화재조사분석관이다. 많은 언론에서 언급된 것처럼 아산시 조모 씨 벌꿀창고 사건 외에도 수많은 화재를 조사해 화재 피해자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거나 피해 주민들의 화재 복구를 도왔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지난 2012년 5월 28일 부천에서 발생한 한 화재를 꼽았다. 2011년 9월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던 집에서 또 다른 원인으로 재발생한 화재를 조사한 사건이라 기억에 남는다는 이종인 소방위.
화재피해자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빌라에서 5가족이 살고 있었고 부모는 약간의 정신지체 증상을 보였다.
현장에서 화재 조사를 시작할 당시 냉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 제조사 측에 보상을 요구하려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과거 한 차례 화재가 발생했던 사례가 있고 배전반 뒤에 있던 냉장고 상부 냉동실 문이 먼저 소락(燒落)된 점, 배전반의 배전 굵기가 2㎜와 1.6㎜로 각각 다르게 배선된 점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시공이었다면 배선의 굵기가 같아야 하지만 각각의 전선에 부하 편차로 인해 한쪽 전선이 열화 돼 전기적 요인(단락)에 의해 발열, 발화된 화재로 결론지었다.
그는 이튿날 최초 화재 복구 당시 전기 시공을 담당했던 시공자를 현장으로 불러 현장 감식을 벌였고 배전반의 전선이 잘못 배선된 부분을 입증해냈다. 결국 시공자에게 제조물책임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 E-아름다운재단이라는 곳에서 지원 기금을 받아 화재피해 복구도 할 수 있었다.
이종인 소방위는 “현재는 민간 지원단체가 없지만 과거에는 이런 기관에서 현장을 답사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화재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됐었다”며 “지금은 화재 복구를 긴급복지지원법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조건이 까다롭고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지원이 미미한 실정”이라고 했다.
또 “자원봉사를 해주시는 분들은 있긴 하지만 실질적이고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곳이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7년 소방공무원으로 발령받았을 당시 그의 첫 보직은 ‘구급대원’이었다. 의용공학도가 꿈이었던 그는 소방공무원이 되기 전 SCL(현 서울의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 소방위는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던 중 화재 감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지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2년에 걸쳐 화재조사교육을 이수하고 2004년 3월 4일 화재조사를 처음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종인 소방위는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과 학습한 내용을 전국 화재조사관들과 공유하면서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화재조사 첫걸음’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또 중앙소방학교를 비롯한 경기, 강원, 광주, 부산, 경북, 서울소방학교로 초빙돼 화재조사론과 수사실무, 사건송치 등의 주제로 외래강사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2012년에는 화재조사분야 국가기술자격 직무분석 검토회의와 ‘화재감식평가’ 직종 직무분석과 출제기준을 마련하는 제도 등에도 참여하는 등 현재 3회 차에 접어든 화재감식평가기사 시험의 물꼬를 터 준 장본인 인기도 하다.
이 소방위는 “화재조사 국가기술 자격이 있다는 것이 FTA 법률시장이 개방된 후의 취약한 화재법률시장 대처나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구체적으로 기사나 산업기사의 자격도 필요하지만 법률시장에 대응하려면 전문자격 제도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자격 제도를 도입해 전문가들을 대거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민 중 화재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울타리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도 미국의 화재조사협회처럼 민간단체가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화재조사협회는 화재조사 라이센스를 취득하게 되면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회비를 내야 한다. 회비를 낸 사람에 한 해 지식을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받을 수 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자격제도는 한번 자격증을 취득하면 그 자격이 평생 유지되기 때문에 전문 분야에 대한 연구와 발전을 가져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인 소방위는 화재조사와 관련된 활동 외에도 소방공무원으로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대형 공사현장의 소방시설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을 단속하기 위해 지난해 2회에 걸쳐 대형공사현장 기획수사팀에 소속돼 활동하기도 했고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소방위는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위원회에서는 사단법인 인가가 나기 전인 2004년부터 활동했다”며 “현재 위원회가 후원 부족으로 자금 사정이 많이 안 좋은 상태여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이어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위원회는 소방조직에서 필요한 조직이지만 사후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며 “많은 소방공무원이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19년 차 소방공무원인 이종인 소방위는 국내 화재조사 체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화재현장 조사를 시작할 때 조언부서가 없다는 것이 힘들었다”며 “화재조사에 대한 체계화가 잘 돼 부족한 부분에 대한 자문과 지원이 이뤄지는 외국처럼 우리나라도 이런 형태의 제도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과 조언을 줄 수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종인 소방위. 그는 “좌절을 느낀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희망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소방화재조사분야의 발전과 화재피해 주민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