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발딩

초고층건물 '피난용 승강기'는 생명의 동아줄

Dr.risk 2013. 9. 3. 22:42

초고층건물 ‘피난용 승강기’는 생명의 동아줄
국내 30층 이상 초고층건물에 설치 의무화
화재·테러·폭발 발생 시 논스톱으로 승객 대피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빌딩
최근 우리나라에도 초고층건물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화재·폭발 등 재난 시 승객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 나르는 피난용 승강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162층·828m)에 이어 국내에도 초고층건물에 피난용 승강기가 속속 도입될 예정이다.
각각 2014년과 2016년 완공 예정인 ‘한전 신사옥(31층·154m)’과 ‘롯데 잠실 슈퍼타워(123층·555m)’가 대표적이다. 전남 나주에 건설될 한전 신사옥은 초고층건물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순 없으나 이례적으로 피난용 승강기가 설치된다.

◆평상시엔 일반 승강기…재난 시 피난용으로 전환
현행 법규에 따르면 초고층건물에는 피난용 승강기가 반드시 설치돼 있어야 한다. 화재, 폭발, 테러 등 재난 발생 시 승객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초고층건물이란 50층 이상 또는 200m 이상의 건축물을 일컫는다. 현재 국내에선 여의도의 서울국제금융센터(IFC, 55층·279m), 도곡동 타워팰리스(73층·264m), 63시티(60층·249m) 등을 비롯해 전국 15여곳에 들어선 초고층건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기존 건물에는 관련 법규가 손질되기 이전에 건축허가가 이뤄졌기 때문에 피난용 승강기가 설치되지는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기존 50층에서 30층 이상의 모든 건축물로 피난용 승강기 설치 대상을 확대했다. 고층건축물의 화재 발생 시 승객의 신속한 피난을 위해서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2011년부터 ‘초고층 건축물 승강기 설치 가이드라인’을 규정해 피난용 승강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법 시행 당시 준공에 들어간 한전 나주 신사옥과 롯데 잠실 슈퍼타워에 국내 최초로 피난용 승강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피난용승강기는 일반승강기보다 내화·배연 등 기준이 강화된 승강기로, 평상시는 일반용으로 사용하고 화재 발생시 피난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피난용 승강기와 비슷한 개념으로 비상용 승강기가 존재하는데 이 둘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비상용과 피난용 모두 평상시에는 승객이나 화물용 승강기로 사용된다. 그러나 비상용 승강기는 화재 시 소방관의 화재진압과 인명구출을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피난용 승강기와 다르다.
피난용 승강기에는 ▲비상전원 ▲방수성능 ▲내화성능 ▲CCTV 등 모니터링 장치 ▲양방향 통신설비 ▲안내방송 ▲원격조정장치 등 안전장치와 기능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승강로와 승강장 또한 고온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고, 승강기가 화재 층을 지나갈 때 연기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신속 대피 위해 고안…초고층건물에 설치 ‘대세’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안전상의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 내부 재난으로부터 사람을 어떻게 대피시킬 것인가. 둘째 소방대가 어떻게 화재를 진압할 것인가이다.
초고층빌딩은 구조와 설계 등 모든 면에서 기존 건축물과는 다르다. 특히 화재, 폭발, 테러 등 재난을 자체 건물 내에서 극복해야 한다. 현재 도입되고 있는 최신형의 고가사다리차는 건물 15~20층 높이인 최대 53m까지 펴지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30층 이상의 초고층빌딩에서는 재난 시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위한 이동수단이 필요하다. 대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피난용 승강기다.
과거에는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승강기 이용이 금지됐다. 승강기를 이용한 승객 대부분이 화염과 열기가 아니라 연기에 의해 질식사했기 때문이다. 화재 시 승강기를 타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고해졌고 이에 따라 승강기 운행은 금지됐다.
그러나 고층빌딩이 하나씩 건설되면서 이러한 금기는 깨졌다. 특히 2001년 9월 11일 미국 세계무역센터(WTC)가 붕괴되면서 신속한 대피를 위한 피난용 승강기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WTC타워는 4시간 안에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지만 9·11테러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시간에 건물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 세계에서는 ‘Lifeboat 또는 Evacuation’으로 불리는 피난용 승강기 도입이 가속화됐다. 피난용 승강기는 화재가 발생한 층을 중심으로 피난안전구역과 대피층만을 왕복 운행하게 된다. 단 두 곳의 층만 왕복 운행하니 대피시간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부르즈 칼리파 건물에서는 피난용 승강기를 이용할 경우 전체 대피 시간이 기존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되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피난용 승강기는 일분일초가 급박한 순간에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생명의 동아줄’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피난용 승강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승강기 산업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분속 240m 피난용 승강기 1대의 가격은 3~4억원이다. 매년 30층 이상 건물이 전국에 10개 이상 건설된다고 해도 최소 30~40억원 시장이 형성된다. 초고층일수록 속도도 빨라져 승강기 가격은 올라간다.
고층건물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에서 피난용 승강기 시장은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승강기 전문가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초고층건물의 피난용 승강기 설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피난용 승강기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 초고층건축물의 설계 시 가장 중요한 설비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