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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가직화를 외치는 소방관의 눈물(1

Dr.risk 2017. 8. 25. 23:04

[특별기고] 국가직화를 외치는 소방관의 눈물(1)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소방장 고진영 기사입력  2017/08/25 [09:26]
▲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소방장 고진영

지난 6월 27일 정부조직법의 통과로 소방조직이 독립했다.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만감이 교차한다. 기쁘지만 한편으론 불안하다. 그건 지방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문제가 아직 남아 있음에 따른 불안감일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소방의 독립과 국가직을 외쳐온 현장소방대원이다. 직접 경험한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한다.


소방청이 독립 이후 지방소방조직 국가직화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중앙소방조직이 소방청으로 변화된 시점에서 이제 지방소방조직의 국가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본다.


지방분권은 국가의 기조다. 그러나 한 국가가 대내ㆍ외적 통일과 일관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선 중앙조직이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에서 업무가 이뤄지더라도 관련 부서가 중앙에 존재하는 이유다.


중앙소방조직은 과거에도 존재해 왔다. 비록 소방인력만으로 구성된 독자적 조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더욱이 소방뿐 아니라 재난 관련 부서가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효율성까지 갖추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럼 뭐가 문제였을까. 왜 소방만의 소방청이 필요했을까. 우리는 왜 그렇게 독립된 조직이 필요하다고 외쳤을까. 일원화된 지휘권과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 공평한 소방서비스의 제공이 핵심일까. 물론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이게 아니다.


정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독립소방청 이전의 중앙소방조직은 소방인력과 일반재난 관련 인력이 통합 운영되는 형태였다. 조직운영의 핵심인 인사권과 예산, 중요 재난정책의 결정권은 모두 일반재난 관련 부서에서 차지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지방조직 역시 중앙조직과 동일한 형태로 운영됐다는 사실이다.


굳이 다른 걸 찾자면 수행 업무가 중앙은 행정적인 면이 주였지만 지방은 현장대응이 주된 업무였다는 점이다. 즉 중앙소방조직은 지방 시ㆍ도지사 소속에 있는 18개 소방본부의 하나인 19번째 소방본부라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중앙소방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방도 똑같이 안고 있었던 셈이다. 중앙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지방의 문제까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방분권의 이유로 국가직을 반대하는 시ㆍ도지사의 주장은 오히려 그 독자성 때문에 지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구조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중앙의 소방 독립청은 절대 지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일 뿐이다. 지방조직을 그대로 둔다면 독립 소방청은 뱀의 몸에 다리를 그려 넣는 어리석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소방 국가직화를 반대하는 시ㆍ도지사에게 모든 것을 국가가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인사와 예산집행 부분의 권한은 시ㆍ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는 방식도 있다며 설득에 나섰다.


개인적으로 김 장관의 이런 발언은 반대가 심한 시ㆍ도지사를 일단 달래보자는 것으로 이해한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두고 조직을 개편하자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어렵게 결정한 조직개편이 근본적 문제를 남겨둔 채 옷만 바꿔 입는 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과거 소방방재청과 국민안전처는 분야별 재난 관련 부서를 통합한다는 효율성은 살렸을지 모르지만 정작 모든 권한은 일반 재난 파트에서 가져갔다. 그 바람에 각종 소방 관련 예산이나 정책 등은 후순위로 밀렸다.


언제나 안전 관련 정책이나 예산은 뒷방 신세를 면치 못한다. 같은 재난 관련 조직 안에서조차 소방의 예산과 정책은 또다시 후순위로 밀린다.


이 현상은 지방조직도 똑같이 겪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독립 소방청과 지방소방조직의 국가직화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은 지역의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도 부족해 허덕인다. 과연 우선적으로 안전 또는 소방에 예산을 투자하겠는가. 이것은 시ㆍ도지사의 마인드가 원인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다.


국민은 늘 먹고사는 문제를 쫓고 생활의 여유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친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비로소 안전에 투자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는 현실로 이어졌고 우리 소방관은 몸소 체감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국가 지원 예산은 지방에서 타 용도로 전용됐고 지방에서 필요한 소방예산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안전에 대한 투자를 끌어내야 할 소방은 인사권자의 눈 밖에 나거나 밉보여 그나마 있는 예산마저 가져오지 못할까 전전긍긍한다. 소신 있는 주장을 목에 힘주어 펼 수도 없다. 이게 소방의 현실이다.


결국 그 결과는 우리 국민과 현장 소방관이 떠안았다. 세월호 사고처럼 대형 재난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읽었다. 소방관은 연평균 5.4명이 순직, 326명의 공상자가 발생됐고 근 5년 간 35명의 자살자라는 희생을 해야만 했다.


정부 정책에서 경제와 안전이라는 딜레마를 십분 이해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이 소신을 가지고 피 터지게 그들의 가치를 주장할 수 있는 구조는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독립 소방청이고 지방소방의 국가직화다.


시ㆍ도지사에게 간청한다. 각종 현실적인 문제를 초월해 보호해야 할 가치는 국가가 책임지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선택 또한 시ㆍ도지사의 역할이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국가는 국민의 희생을 뒤로 미뤄놔야 하겠는가. 세월호 침몰로 희생한 그 어린 생명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