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땐 불길보다 연기가 더 무섭다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 발생, 산소공급 막아 사망사고 초래‘담양 참사’도 4명 모두 질식사
“최대한 자세 낮추고 대피해야”
세계일보 오현태 입력 2014.11.17 19:30
화재가 났을 때 불 자체보다는 연기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펜션 바비큐장 화재를 비롯해 올 들어 발생한 대형 화재에서도 질식으로 인한 사상자 발생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유독가스에 주의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1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전남 담양 펜션 바비큐장 화재 사건에서 희생된 4명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바비큐장은 33㎡(10평) 크기로 샌드위치 패널, 억새, 나무 등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물질로 지어졌다. 천장에 불이 붙으면서 삽시간에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가 희생자들을 덮쳤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나오는 유독가스는 시야를 가릴 뿐 아니라 의식을 잃게 한다. 게다가 유독가스 자체가 열기를 품고 있어서 오래 노출되면 폐가 손상되고 호흡기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탓에 불이 크게 나지 않아도 사람이 사망한다.
화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일산화탄소다. 일산화탄소는 몸속에서 산소 운반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막아 질식에 이르게 한다.
지난 2012년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날 화재로 4명이 숨지는 등 2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또한 화재 발생 시에는 불완전 연소하는 경우가 많아 일산화탄소 외에도 각종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 등 합성수지가 탈 때는 황화수소, 아황산가스, 아크롤레인 등 유독가스가 많이 나온다. 이들 가스를 한 모금만 마셔도 2∼3분 안에 의식을 잃을 수 있고, 농도가 짙은 경우는 즉시 사망할 수 있다. 정영진 강원대 교수(소방방재공학)는 "순수한 목재나 풀이 타면 (유독가스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건축소재로 값싼 합성 목재나 패널 등을 쓰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발생한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고양시외종합터미널 화재 현장
세계일보 자료사진지난 5월 발생한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 내부 리모델링 공사장 화재는 유독가스의 치명성을 잘 보여줬다. 당시 소방관들이 화재 발생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29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8명이 사망했다. 인테리어 바닥재 등으로 쓰이는 폴리 합성수지에 불이 붙으면서 유독가스가 1초당 3∼5m의 속도로 건물 안에 퍼졌기 때문이다. 전남 장성에서는 같은 달 요양병원에 불이 나 유독가스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을 덮쳐 피할 새도 없이 21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유독가스의 위험성을 항상 기억하고 대피요령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용 연구사(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소)는 "연기는 위로 이동하는 성질이 있어서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물수건이 있으면 호흡기를 가린 상태에서 최대한 빨리 대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경일대 교수(소방방재학)는 "화재가 전체 건물로 확산하는 데 보통 5∼6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안에 대피해야 한다"며 "10분 정도 숨을 쉴 수 있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미니 방독면을 휴대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태·최형창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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