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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소방호스도 못 들어서야”…여성 소방관 체력검정 기준 상향 추진

Dr.risk 2018. 7. 3. 23:55

“소방관이 소방호스도 못 들어서야”…여성 소방관 체력검정 기준 상향 추진

사진 = iStockPhoto

소방청이 신규 여직원 채용 시에 적용되는 체력 검정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1일 “남성의 65%정도로 맞춰진 여성 소방관 체력검정 기준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면서 “여성 소방관이 현장 업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체력 검정에서 여성 수험생의 합격률이 남성보다 높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소방공무원 체력검정 시험은 배근력,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왕복 오래달리기, 악력, 윗몸일으키기, 제자리멀리뛰기의 6종목으로 이뤄져 있다. 종목당 10점으로 평가되며 합격을 위해서는 30점 이상(전체의 50%) 득점해야한다. 여성의 만점 기준은 남성보다 낮다. 악력의 경우 남성이 10점을 받으려면 60.0㎏ 이상을 기록해야 하는 데 반해 여성은 37.0㎏를 기록해야 하고, 20m 코스를 반복해서 달리는 시험인 왕복 오래달리기의 경우 남성은 78회 이상을 기록해야 10점을 받을 수 있지만 여성은 43회만 넘으면 10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소방청이 나사렛대학교 산악협력단에 의뢰한 ‘소방공무원 채용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해외 소방관 체력검정에는 남녀 기준이 차별적용되지 않는다. 남녀 기준이 차별 적용되는 일본 역시 일부 종목(앉아서 윗몸 굽히기)에서는 여성의 합격 기준이 더 높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남녀를 막론한 지원자 전부가 50파운드(약 22.67㎏)의 조끼를 착용하고 계단오르기·호스 끌고 당기기·사다리 올리기 등 근력이 필요한 과제 수행 중심의 체력시험을 치른다. 연구는 ‘중국의 경우 소방관이 육체노동에 있어서의 강도가 커 체력에 대한 조건 시험을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대부분 유럽 국가 역시 ‘비상사태는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남녀 체력검정의 기준이 같다.

현장에서는 여성 소방공무원들이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사고 현장에서 환자를 이송시킬 수 없는 것은 물론 일부 여성 경방(화재진압) 대원들이 소방 호스를 제대로 들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와대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 청원에서는 “사고 피해자나 파견된 소방관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재난이 비껴가지는 않는다”면서 “경찰이나 소방 등 신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서는 체력 검정 기준을 차별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청원을 올린 한 청원자는 “여성 소방공무원 대부분은 현장에서 1인분을 못 한다는 이유로 짧게 근무한 뒤 행정직으로 옮긴다”면서 “그러면서 해마다 사고 현장에서 여성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올 3월을 기준으로 전체 소방공무원 4만6396명 중 여성 소방공무원은 3627명으로 7.8%다. 인터넷 상에서는 소방관뿐 아니라 군, 경찰 등 실제 현장에서 물리적 체력을 요구하는 타 직종에도 남녀 체력검정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신설된 경찰청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운영하는 이성은(51) 성평등정책담당관은 지난 29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 (경찰 채용 시)평가종목인 100m 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이 경찰 업무에 정말 필요한 역량인지 살펴야 한다. 실제로 힘 쓰는 일이 필요한 직무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여성 경찰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근거로는 “여성 주취자나 가정폭력 피해자가 여경을 필요로 하면 워낙 수가 적어서 대기 중이더라도 불려 나가서 업무를 본다”는 사례를 들어 ‘성평등을 원한다면서 채용과정과 업무내용은 불평등을 원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군 역시 체력검정 남녀 차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관계자는 “아직 군에는 체력검정 차별기준 적용을 시정하겠다는 움직임은 없다”면서 “여군의 현장 대응 능력에 의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문제가 생길까봐 표현을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소방청도 체력 검정 기준 상향을 검토하는 단계로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소방 수험생 관련 사교육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소방청은 여성 체력검정 기준 강화 여부와 관련해 외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한편, 현재 재직 중인 여성 소방공무원들에게도 체력 강화를 지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