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 지능형 화재방호시스템 상용화 임박”
부산외대 공공위험관리센터 이철규 교수
- 경주 미우나리조트 참사 후
- 학내 재난사고 경각심 고조
- 인공지능·복합감지기구
- 사람 위치식별 비컨 등 접목
- 화재 때 인명 신속구조 가능
불길에 휩싸인 고층빌딩. 시커먼 연기와 불꽃만 가득한 곳에 들어가는 소방관이 구해야 할 시민의 수와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런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팀이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공공위험관리센터의 이철규 교수의 연구진이다.
![]() | |
부산외대 이철규 공공위험관리센터 교수가 지능형 방재시스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2014년 2월 17일 밤 9시께 경북 경주 마우나리조트에서 폭설로 강당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부산외대생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큰 충격과 상처를 입은 부산외대는 이 사고를 계기로 재난사고에 관해 경각심이 커졌으며 학내 교수들이 관련 연구과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결과 공공위험관리센터가 만들어졌다. 최근 이철규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나 지능형 화재 방호시스템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지능형 CCTV와 복합감지기구, 비컨 등을 활용해 고층 빌딩의 지능형 화재방호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교수는 “행정안전부 과제로 시작한 연구는 2016년부터 올해 말까지 3년 동안 상용화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연구가 시작된 첫 해인 2016년에 화재방호시스템에 필요한 기술을 분석했고 이제 실제 상황에 접목해보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건물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화재방호 시스템을 구축한다”며 “우리나라에 발달한 AI, 빅데이터, 복합센서, 위치식별기술 등을 접목시켜 지능형 시스템을 수립하면 더 효과적인 방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능형 CCTV의 경우 열감지뿐 아니라 실내에 드나든 인원 수를 파악할 수 있으며 화재 시 연기가 발생한 상태에서 가시거리 측정도 가능하다. 복합센서의 경우 실내 온도를 정확히 측정해 화재 발생 시 피난하기 위한 최적 대피경로를 제공하고 화재가 커지기 이전에 온도가 변하는 특성을 감지해 대피를 도울 수도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사람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비컨’이 빛을 발한다. 이 교수는 “방재시스템의 핵심은 인명구조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식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위치 식별 기술이 있는 비컨을 건물 내부에 달면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수집해 인원 파악이 가능하다. 이 같은 기술은 지난달 21일 부산여상에서 진행된 부산시의 ‘안전콘서트’ 훈련에서 실제 실행되기도 했다.
훈련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 교수팀이 만든 모바일 앱을 설치했다. 갑작스레 화재가 발생했고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신호를 바탕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학생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정보가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에게 제공될 경우 더 빠르고 안전한 구조활동이 가능해진다. 이 교수는 “다음에는 스마트폰 앱을 깔지 않고도 비컨이 식별해내는 기술을 시험해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이 교수팀은 올해 두 차례 더 안전콘서트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부산에는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모두 26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향후 20곳이 더 지어질 예정이다”며 “초고층빌딩에는 인구가 과도하게 밀집해 있고 1층으로만 대피해야 하는 특성상 사고가 날 경우 피해규모가 커져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지능형 방재시스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고층빌딩을 시작으로 대형화재가 빈발하는 다중이용시설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재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건물과 거주자 특성에 따라 기준이 되는 표준모델이 필요해 이를 구축하려 한다”며 “기존 건물주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투자 대비 안전효용이 높은 형태의 표준을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방 ‘화재수사권’도 조정해야 (0) | 2018.07.08 |
---|---|
“소방관이 소방호스도 못 들어서야”…여성 소방관 체력검정 기준 상향 추진 (0) | 2018.07.03 |
[임용교육 수기] 소방 새내기 소방관 (0) | 2018.06.25 |
소방드론 활용성, 해답은 전문인력과 현장에 있다 (0) | 2018.06.25 |
(사)한국재난정보학회 이래철 회장 (0) | 2018.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