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이재홍 기자] = 9명의 사상자를 낸 안산 실용음악학원 화재를 두고 소방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연동식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흡음재에 관련한 국내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경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9분 만에 꺼졌지만 2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는 등 심각한 인명 피해를 남겼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방음 부스 안에 불을 붙인 혐의로 A(16)군을 긴급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2년 전 ADHD 진단을 받은 바 있는 A군은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차 불을 붙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경 안산시 상록구의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 경기도재난안전본부 | |
밀폐구조에 다량의 흡음재… 되풀이된 참사
이번 안산 실용음악학원 화재는 지난 2008년 안산 성인오락실 화재, 이듬해 일어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와 많이 닮았다.
내부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된 다량의 흡음재는 급격한 연소와 함께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부스에는 악기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도 설치되지 않았다.
소음이 차단된 부스에서 악기를 연주하던 기타 강사 이모(44)씨와 드럼 수강생 김모(27)씨는 화재 사실을 뒤늦게 감지해 변을 당했다.
연면적 373.72㎡, 학원 면적 165㎡… 소방규제 사각지대
해당 건물에 갖춰진 소방시설은 소화기가 전부였다. 면적이 작고 이용 인원이 적은 탓에 소방법의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일반 상가건물의 경우 연면적 400㎡ 이상부터 소방법의 규제를 받는다. 165㎡에 불과한 해당 학원은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다중이용업소’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소방 전문가들 “연동식 단독경보형 감지기 의무화해야”
복수의 소방 전문가들은 이같이 법률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공간에 연동식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소방 분야 전문가는 “소음이 차단된 각 실로 구분되는 공간에서는 불이 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 의무화) 과한 규제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전문가도 “각 실에 연동식 단독경보형 감지기만 설치돼 있었어도 피해는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년 2월까지는 일반주택에도 설치해야 하는데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이런 곳을 사각지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 흡음재로 마감된 부스는 소음이 차단돼 바깥의 화재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 경기도재난안전본부 | |
국제 기준 못 미치는 흡음재 기준도 개선 필요
방음용으로 사용되는 흡음재에 대한 기준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흡음재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내장식물로 분류된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흡음재의 연소 시 연기밀도 기준을 40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연기밀도가 20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국제해사기구 화재시험절차(Part 2 Smoke & Toxicity)보다 훨씬 낮은 기준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송재용 박사도 지난 2011년 한국화재소방학회 논문지에 게재된 ‘스펀지형 흡음재의 연소특성에 관한 연구(공동저자 사승훈, 남정우, 김진표, 박종택, 이두형)’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안산 성인오락실 화재 현장과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현장에서 흡음재를 채취해 연소실험을 진행한 송 박사는 “국내 법률상 기준으로는 사용에 문제가 없지만 화재 시 물적, 인적 피해 감소를 위해선 국제기구에서 규정하는 수준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도 흡음재에 관한 규정은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