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화재실 내부 진입 절차(Door Entry Procedure) 시 고려해야 할 사항- Ⅰ

Dr.risk 2022. 2. 22. 10:34


앞서 3D 주수기법의 오해와 진실에 대한 내용을 2편에 나눠 연재했습니다. 유럽식 진압기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펄싱 주수기법, 그 주수기법을 적용하기 위한 컨테이너 훈련장의 규격과 그 훈련장을 사용하는 이유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내용을 토대로 3D 주수기법을 활용한 화재실 내부 진입절차(Door Entry Procedure, 이하 Door Entry)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Door Entry는 성장기 중반 이후로 화재가 발달한 현장에서 사용하면 내부 진입 대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 절차는 화재대응능력 1급 전술평가와 각 소방학교에서 주택화재, 고층화재 등 화재진압전술과정에서도 교육에 포함된 현장 활동의 한 부분입니다.

 

화재실 내부 상황이 진입해도 되는지 판단하고 진입 불가한 상황이라면 진입할 수 있도록 내부 환경을 안정화하고 개선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3D 주수기법을 활용한 방어적인 전술적 행동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 [그림 1] 표준 Door Entry Procedure 절차

 

기존에 CFBT 훈련 혹은 각 시ㆍ도 소방학교에서 운영하는 실화재훈련과정 교육을 받으신 분들과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와 지식을 취득하신 분들은 [그림 1]의 Door Entry 절차를 보고 평소 알고 있던, 내가 봤던 방법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을 느낀 부분은 아마 ② 화재실 외부 문 냉각ㆍ완충지대 형성 과정에서 ‘펄싱 주수기법을 머리 위쪽 허공에 적용하는 게 아닌 문에 직접 주수’하는 부분일 겁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건물 부재, 특히 출입문이나 문이 설치된 벽면의 건축재료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목조주택 양식에서 철근콘크리트 내화구조 건축물 양식으로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목조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그에 따른 고온의 열기로 내ㆍ외장에 칠해진 페인트 등 도료가 열분해를 통해 가연성을 띠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도료는 화재 현장에서 비교적 낮은 온도인 180℃에서부터 열분해가 되며(페인트 도장에 물집 같은 수포 발생) 가연성 가스를 내뿜기 시작합니다.

 

이 경우 문을 열면 열분해 된 표면에서 발생한 가연성 가스(Fuel)와 화재실 외부의 충분한 산소(Oxygen), Door Entry를 위해 열린 문에서 방출되는 열(Heat)로 인해 소방관이 위치한 장소에 표면 연소가 확대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예전엔 Door Entry 작업 시 건물 외부 표면의 온도를 냉각시켜 열분해를 줄이는 목적으로 Painting 주수기법을 같이 활용했습니다. 물방울 체류시간(Hang time)을 활용한 머리 위쪽 주수는 문이 열리는 짧은 시간을 활용해 물방울→수증기의 2단계로 완충지대를 설정합니다(문을 여는 타이밍이 어긋날 경우 부작용 발생 우려).

 

하지만 금속제 방화문은 뜨거운 문에 물방울이 닿으면 즉시 기화돼 완충지대에 수증기를 가득 채워 안전지역을 형성하게 됩니다.

 

▲ [그림 2] 과거와 현재의 Door Entry 절차의 첫 관문(주수 방향)

 

그리고 열전도율이 높은 금속제 문에 주수하는 경우 달궈진 문 자체가 냉각되며 바로 안쪽의 열기를 빼앗아 옵니다. 따라서 문을 개방했을 때 즉시 발화되는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나 대부분의 국외 CFBT 교육과정에서는 위 설명과 같은 이유로 [그림 1]과 같은 방식의 Door Entry Procedure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Door Entry Procedure뿐 아니라 전 세계 CFBT 교관ㆍ자격자들은 더 효율적이고 좋은 방식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지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교육해야 효과적일까?

현재 각 소방학교에서 이 Door Entry를 교육할 때 화재대응능력 1급 평가 기준을 준용하다 보니 펄싱 주수 횟수나 문 개방 후 다시 닫는 절차의 반복 횟수, 시간이 정해져 있어 기계적 실습이 이뤄지는 상황입니다.

 

이 절차에 있어 우리가 놓치고 있고 고려하면 더욱 효과적인 여러 요소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 절차가 태어난 CFBT 정규교육 과정에서는 Door Entry 교육 전 Be-SAHF(Reading the fire, 화재 읽기) 지표에 대한 선행 교육이 진행됩니다.

 

화재 현장 외부상황과 문을 열었을 때 잠시 보이는 내부 상황, 연기의 속도, 밀도, 색상, 공기의 진입 흐름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상당히 많아 SAHF 지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부 진입 시점을 오판해 화재진압이 늦어지거나 내부 진입하는 대원들이 열기에 손상을 입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Be-SAHF 지표에 대해선 나중에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표 1]은 일반적으로 CFBT Level II 이상 교육과정에서 Door Entry 절차 수행 시 우리가 판단해야 할 지표의 예시입니다.

 

▲ [표 1] Door Entry 시 고려해야 할 SAHF 지표

 

위 지표를 적용해 Door Entry를 다시 설명한다면 문에 뿌려진 펄싱 주수가 증발하는 시간과 형태를 보고 내부 온도를 판단(H 지표), 연기 배출속도와 공기 급기 속도를 통해 내부 연소 강도를 판단(SㆍA 지표), 공기 급기 방향에 따라 주 화점 위치를 판단(A 지표), 중성대를 냉각시켜 부피를 수축시키고 내부 진입 시 시야 개선의 효과와 연기 층 온도 냉각을 통해 대원들에게 위험을 끼칠 수 있는 화재이상현상(플래시 오버, 백 드래프트, FGI 현상 등)을 지연시키거나 억제(S 지표)시킵니다.

 

▲ [그림 3] Anti-Ventilation 현장. 소방관들이 도착해 문을 개방하면 Bi-Directional로 전환

문을 개방했을 때는 공기가 급기되며 롤 오버 현상이 발현되는 지점이나 화점 위치를 파악(F 지표)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많은 지표를 짧은 시간에 모두 판단하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훈련과 교육을 통하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CFBT 교육에서는 P-V-T 개념을 사용해 화재성상교육을 설명합니다. 

 

연기의 위험성, Flashover Demo 훈련을 할 때 사전 이론교육으로 강조합니다. 

 

3D 주수기법 중 펄싱은 이 연기를 통제하는 기술입니다. 화재실 내부 진입이 용이하도록 시야를 개선하고 진입하는 소방관에게 위협이 되는 화재이상현상의 시점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내용이 열 균형(Thermal Balance)과 열역학 제2 법칙입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CFBT 교육은 화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여러 가지 지표를 이해하고 조금 더 화재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라고도 표현합니다.

 

연기의 부피(Volume)가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온도(Temperature)와 압력(Pressure)이 높다는 건 모두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다시 말하면 화재 현장의 중성대 높이가 낮으면 낮을수록 화재는 상당히 발달된 상태며 바닥으로부터 1m 이하의 중성대 높이는 곧 플래시 오버 혹은 백 드래프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국가 소방본부에서는 화재실 내부의 중성대가 바닥으로부터 1m 이하로 낮게 깔려있으면 절대 진입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화재진압이 우선시 되는 유럽 각국의 경우 기준이 조금씩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TIC를 통해 취득한 연기층의 온도가 260℃ 이하의 경우나 중성대가 건물 층고 중간 이상으로 높게 형성된 경우, 연기층에 불꽃이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내부에 진입해 안정화 절차와 화재 진압을 하도록 권유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나 그 이상의 경우엔 충분한 안정화 절차(Door Entry Procedure)를 실시하고 내부 진입을 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