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스테인리스 소화배관 “명확한 사용근거 필요하다”

Dr.risk 2011. 5. 27. 21:34

스테인리스 소화배관 “명확한 사용근거 필요하다”
화재안전기준 개정 추진 … 시급한 사안 포함해야
 
최영 기자
올해 소방방재청이 국가 화재안전기준 보완을 통해 관련기준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면서도 중요한 사안을 배제해 애꿎은 관련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도 모자라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까지 우려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상반기 국가 화재안전기준 개정작업을 통해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NFSC 103)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고층건물의 피트 및 덕트공간에 대한 헤드설치 기준 개선과 부압식 스프링클러 설치기준, 격자형배관 적용 규제완화 및 비상발전기 설치기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시급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테인리스 강관의 스프링클러 배관 적용에 대한 명문화 조치가 포함되지 않아 관련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국내 최초로 상업용 시설에 적용된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 모습
최근들어 적용 사례가 늘고 있는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KS D 3595)의 명확한 제도적 기반이 정립되지 못한채 질의회신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유일한 소방기기 검정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 및 이음쇠가 수계소화설비에 사용될 수 있는 충분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이 기존 배관용탄소강관(KS D 3507)과 동등 이상의 강도 및 내식성, 내열성이 공인 인증된 경우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질의답변을 한국철강협회 측에 회신한 상태이다.

소방방재청의 이같은 질의회신으로 최근들어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을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제8회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스테인리스 강관과 이음쇠는 친환경 소재로 강도와 내식성, 내열성 등 기계적 성질이 타소재에 비해 뛰어나 이미 미국과 일본, 독일, 노르웨이, 이탈리아, 호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소화배관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관련 규정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아 실제 적용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비록 소방방재청의 질의회신문을 통해 스테인리스 강관의 소화설비 사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은 내려졌지만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더욱 활발한 사용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초 2011년도 상반기 국가 화재안전기준 개정작업을 통해 ▲미분무소화설비준(제정) ▲간이스프링클러설비(개정) ▲피난기구(개정) 등 세가지의 기준 제ㆍ개정을 계획한 바 있다.

당초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 개정 추진에 맞춰 선진국의 시대적 흐름과 같이 기존 배관과 동등이상의 성능을 가진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에 대한 근거조항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스테인리스 강관 명확한 근거 필요한 이유는?
- 질의회신문만으론 “활발한 사용 한계 있어”
- 일본,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선 보편화된지 오래
- 안전성 높이기 위한 소비자에게 최소한의 선택권은 줘야
- 개정사항 제외 조치 … 신뢰성 오해로 악영향 불가피
- 제도권 도입 맞춰 이음쇠 기술기준 정립도 이뤄져야 
 


 
소방방재청에서 매해 추진하는 국가 화재안전기준의 보완작업은 새로운 소방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방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신기준 개발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또 새로운 신기술과 공법 개발에 따른 새로운 소방설비 시스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소방시설을 관장하는 소방방재청의 의무이고 이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마땅한 권리다. 

스테인리스 강관 관련업계는 해외 선진국에서 소화배관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스테인리스 강관에 대한 객관적인 성능입증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련법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강력한 요구없이 눈치만 살피고 있다.

행여라도 소방관련법의 소관부처인 소방방재청에 미운털이 박히는 날에는 관련근거의 마련은 고사하고 현재 계획된 간이스프링클러 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서조차 빠지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는 관련 기준의 개정 권한을 가진 소방방재청 보다 약자라는 위치에 서있는 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의 제도적 기반이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짚어보고 이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말로만 선진국…현실은 잰걸음

▲ 해외 선진국에서 스프링클러설비 배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테인리스 강관과 이음쇠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적용되는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은 미국과 일본, 독일, 노르웨이, 이탈리아, 호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 사용되고 있을만큼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배관이자 기술이다.

우리나라 소방법의 모태로 알려진 일본만 하더라도 지난 2006년 소방법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수계소화설비에 국내의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과 동일한 JIS G 3448규격의 배관 사용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다.

또 2008년 12월 26일에는 이같은 스테인리스 강관 이음쇠에 대한 기준(금속재 관 접속재 및 밸브류의 기준, 소방청고시 제31호)을 정립해 스테인리스 강관의 소화배관 적용을 위한  제도권의 안정화가 이뤄진 상태이다.

미국은 ASTM A 269이라는 규격에 따라 스테인리스 강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UL213과 FM1920 등을 통해 이음쇠에 대한 규정까지 정립해 운용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도 스테인리스 강관의 규격으로 DIN EN 10088-2를 정립하고 있으며 이음쇠에 대한 규격으로 Vds 2100-26en을 마련해 활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러한 소화설비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강관을 NFPA 13와 EN 12845에 따라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의 스프링클러 배관 허용은 세계적인 추세이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건축물의 고층화와 복잡화가 이뤄지면서 우수한 내식성과 시공성, 가볍고 경제적인 배관을 고려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방용기기 검정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1년 6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 및 이음쇠에 대한 소화배관 사용 가능성이 검증된 상태다.

소화배관의 질적 향상과 설비분야의 선진국 대열 합류를 위해서는 이러한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의 제도권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간이스프링클러에는 반영하는데…

소방방재청은 올해 상반기 국가 화재안전기준 개정사업으로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 정비도 추진한다. 이 개정안에는 스프링클러설비 화재안전기준과는 다르게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KS D 3595)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기존 간이스프링클러 배관 및 밸브로 사용할 수 있는 배관에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KS D 3595)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화재안전기준을 담당하는 소방방재청의 관계자는 “간이스프링클러에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을 적용하는 것은 스테인리스 강관 허용을 위한 우선적인 조치”라며 “스프링클러설비 기준에도 반영하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 좀 더 신중을 기하자는 의견이 나와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현재 적용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통해 내년 초에 이뤄지는 화재안전기준 개정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올해 초 소방방재청으로부터 회신된 질의회신문으로 실제 건축물 적용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적용된 건축물의 모니터링 이후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요처 선택권 제한하는 뒤쳐진 정책
 
▲ 최근 국내 최초로 공동주택 소화배관으로 적용된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의 모습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KS D 3595)을 소화배관으로 채택한 건축물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연구결과와 소방방재청의 질의회신을 근거로 늘어나고 있으며 실제 건축물에 적용된 스테인리스 강관은 상업용 건축물과 일반 공동주택 등 다양한 용도이다.

하지만 배관을 선택하는 1차적 소비자인 건설사들은 관련 제도에 명확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확대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A건설사의 관계자는 “현재 스테인리스 강관을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적용한 결과 공사기간이 단축되고 인건비가 절감되는 등 상당한 장점이 나타났지만 제도적인 명확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의회신 해석에 의존하며 시공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제도적인 명확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질의회신에 의존해 스테인리스 강관을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화재안전기준에 명문화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했다.

또다른 B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도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의 적용은 보편화되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질의회신을 통해 가까스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정책이 너무 잰걸음을 취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면서 “관련 규정이 명확히 없는 상황에서 배관을 채택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테인리스 강관을 기존 배관과 비교해 보면 경제적 측면에서는 분명히 단점을 갖고 있다. 고가라는 자재 특성으로 인해 경제적 측면에서 다소 뒤질 수 있지만 무용접으로 이뤄지는 시공 편의성에 따라 인건비 절감효과와 시공기간을 단축하는 큰 장점을 가져다 준다.

특히 스프링클러 설비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배관 부식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보다는 시설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제도적 근거의 부재로 안전성을 위한 자재 선택권 마저 제한받고 있는 것이다.

개정사항 미포함…현장선 “악영향 불가피” 

올해 상반기 중 개정 예정인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 스테인리스 강관에 대한 사용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관련 산업은 이대로 ‘걸음마’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처인 건설사나 시공사 입장에서는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을 손보면서 스테인리스 강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마치 스테인리스 강관과 이음쇠의 신뢰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될 것 같다”는 걱정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이러한 시각은 소비자 입장인 건설사도 마찬가지이다.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강관의 소화배관 사용이 가능한 것이라면 관련 기준을 정비하면서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주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시공현장에서 스테인리스 강관의 사용을 기피하는 상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기존 배관과 동등이상의 성능을 지니고 있다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객관적인 연구결과와 더불어 소방방재청의 질의회신까지 나온 상황에서 제도에 실제 반영시키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겉으로 내뱉지 못하는 소비자와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대감만 부풀어 버린 관련 산업과 수요처

▲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열린 제8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는 소화배관으로 떠오르는 스테인리스 강관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전시회에 참가한 스테인리스 강관을 살펴보고 있는 소방방재청 박연수 청장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대구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아이템은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과 이음쇠였다.

올해 초 소방방재청의 질의회신을 근거로 한 스테인리스 강관의 소화배관 적용이 현실화되면서 관련 산업과 스테인리스 강관의 적용을 원하는 수요처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산업의 부푼 기대감과는 어울리지 않는 더디기만한 제도의 변화로 관련 산업은 물론 소방시설 발전을 위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화배관 이음쇠 기술기준도 “시급히 마련해야”

현재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KS D 3595)을 소화배관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배관의 경우 KS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사용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소방방재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스테인리스 강관을 시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이음쇠의 경우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한 의뢰시험 성적서를 받아 통용되고 있다.

이같은 의뢰시험은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 이음쇠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항으로 건축물을 시공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도 기술적 검토를 위한 불가피한 요구사항이 되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와 이음쇠 제조사 입장에서 이같은 시험을 납품 때마다 매번 의뢰하여 건축물에 적용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간이스프링클러 설비는 물론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이 개정되더라도 일반배관용 스테인리스 강관(KS D 3595)의 원활한 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이음쇠에 대한 구체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관련 기술기준 정립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