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2020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5년 만에 바뀐다”

Dr.risk 2020. 12. 25. 22:48

▲ 5년 만에 개정된 2020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선 심장정지 치료단계를 보여주는 ‘심장정지 생존사슬’을 병원 밖과 병원 내로 구분했다. © 질병관리청 제공


 “최초 목격자인 일반인이 급성 심정지 환자를 쉽게 구조할 수 있도록 구급상황(상담)요원의 역할을 강화했다. 또 이물에 의한 기도폐쇄 환자에겐 등 두드리기를 우선 시행토록 권고했다”


질병관리청(청장 정은경)과 대한심폐소생협회(이사장 황성오)는 지난 9일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이 주최한 제9차 급성심장정지조사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0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보고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2006년 제정된 우리나라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5년 주기로 개정된다. 대한심폐소생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심장학회 등 15개 단체에서 전문가 101명이 가이드라인 개정에 참여했다.

 

이들은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에서 지난 10월 21일 발표한 ‘심폐소생술에 관한 과학적 합의와 치료 권고’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의료 환경과 제도 등을 고려해 손질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구급상황요원의 역할이 강화됐다. 황성오 이사장은 “최초 목격자가 급성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전화로 구급상황요원에게 심폐소생술 방법을 도움받으면 생존율이 높아진다”며 “목격자가 혼자면서 휴대전화를 가진 경우엔 스피커폰을 켠 상태로 구급상황요원 안내에 따라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선 심폐소생술 순서와 가슴압박ㆍ인공호흡 방법, 가슴압박 대 인공호흡 비율 등 심폐소생술 기본 술기는 이전 가이드라인과 동일하게 권고했다.

 

그러나 이물로 인한 기도폐쇄 환자에겐 등 두드리기를 우선 시행한 후 복부 밀치기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환자를 침대 등의 장소에서 바닥으로 옮기지 않도록 하는 등 기본소생술 일부를 변경했다. 이는 심폐소생술 중 가슴압박 깊이 향상을 위한 조치다.


현장에서의 심폐소생술 시간은 응급의료팀 수준에 따라 결정토록 했다. 차경철 연세대학교 교수는 “현장 응급의료팀이 기본소생술만 가능한 경우엔 6분, 전문소생술이 가능하면 10분 동안 현장에서 심폐소생술한 후 병원에 이송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종사자가 전문기도유지술을 할 땐 백마스크나 전문기도기를 사용하고 기관 내 삽관은 충분한 훈련과 경험이 있는 응급의료종사자만이 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에는 병원 내ㆍ밖 등 심장정지 발생 장소에 따른 심폐소생절차를 마련했다. 자발순환 회복 후에도 반응이 없으면 심전도 리듬에 관계없이 목표체온유지치료를 하도록 강하게 권고했다.


이 밖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의심 환자 대상 심폐소생술 방법, 비대면 심폐소생술 교육 모듈 개발 등이 포함됐다.


황성오 이사장은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선 일반인이 쉽게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급상황요원의 역할을 강화했다”며 “코로나19 감염 의심 상황에서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도록 독려해 환자 생존율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마무리 작업을 거쳐 내년 1월 질병관리청 누리집(www.kcda.go.kr)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가이드라인 보고에 앞서 권상희 질병관리청 손상예방관리과장이 2019년 119구급대가 이송한 급성 심장정지 환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상희 과장은 “지난해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급성 심장정지 환자는 3만782명으로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60명이었다”며 “발생률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이후부턴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시ㆍ도 중 급성 심정지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강원(인구 10만명 당 96.6명)이었다. 이어 제주(94.5), 전남(89), 충북(84.9), 경북(81.3) 순이었다. 가장 적은 곳은 세종(32.2)으로 평균에 훨씬 못 미쳤다.


급성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8.7%(남자 10.3, 여자 5.7), 뇌기능 회복률은 5.4%였다. 일반인으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는 24.7%로 2008년(1.9)에 비해 10배 이상 향상됐다.


권 과장은 “지난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15%로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은 환자의 생존율인 6.2%보다 크게 높았다”며 “이는 심폐소생술이 생명을 살리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신열우 소방청장은 “급성 심장정지 조사 결과에서 보듯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선 무엇보다 최초 목격자의 심폐소생술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 영상 응급처치 안내와 구급대원 화상의료지도 시스템 구축 등 병원 전 단계의 응급처치 인프라를 강화해 중증 응급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지속해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급성 심장정지 환자 목격 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비율과 이에 따른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거둔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이 더 많은 환자를 살리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함께 교육ㆍ홍보활동을 펼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