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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 내진설계 소화수조 ‘무용지물’ 논란

Dr.risk 2017. 7. 10. 18:45

소방시설 내진설계 소화수조 ‘무용지물’ 논란
내진성능 못 갖춘 소화수조… 행정 부실 혹은 무지가 원인?
 
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7/07/10 [09:43]
▲ 지난해 도입된 소방시설 내진설계 제도에 따라 건축물 설치되고 있는 소화수조에는 내진성능을 갖춰야만 한다. 실제 건축물에 설치돼 있는 소화수조의 모습.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지난해부터 시행된 소방시설 내진설계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소화수조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이 잘못 인식되면서 제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논란이 인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부터 소방시설에 의무적으로 내진성능을 갖추도록 강제하고 있다. 지진 발생 시 2차적으로 이어지는 화재 위험에서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규정에 따라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의 경우 소화배관에는 지진 시 배관을 건축물에 고정할 수 있는 버팀대가 설치된다. 또 스프링클러설비의 수원이 저장되는 소화수조에도 일정 성능 이상의 내진성능을 갖춰야만 한다.


하지만 관련 소방공사 현장에서는 물탱크의 구조안전성 검토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준공이 이뤄지고 있다는 논란이 뜨겁다. 화재 시 소화설비 등에 물을 공급하는 소화수조가 내진성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 해 실제 지진 시 소화설비 전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현장에서는 물탱크의 구조안전성 검토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방파판만 설치하면 내진성능을 갖춘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설계나 허가, 감리, 점검 모두 부실한 상태로 이뤄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안전처가 펴낸 소방시설 내진설계 해설서에는 ‘구조계산서 또는 내진시험성적서로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에는 방파판 설치를 제외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이 기준을 놓고 일선에서는 역으로 방파판만 설치하면 수조의 내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반 수조에 방파판만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진 시 파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조의 내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조 자체에 내진설계가 반영돼 수평지진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벽체의 강성 고려 없이 반영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수조 내 방파판을 설치하더라도 수조의 구조 자체가 지진 시 버티지 못할 경우 쉽게 파손될 수밖에 없는데 관련 제도 마련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검토 없이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화수조 내에 설치되는 방파판은 물의 출렁임에 따른 슬로싱 현상을 줄이기 위해 설치되는 장치다. 이는 지진 시 수조 내 물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줄여주기 위한 것으로 수조 자체의 내진성능과는 별개로 인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탱크는 다른 기계설비의 약 10배에서 200배 이상의 큰 수평지진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파손이나 누수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파손 시에는 물의 침범으로 인한 심각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나아가 소화설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화수조를 밑에서 받쳐주는 수조용 패드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인 콘크리트 패드 방식으로는 내진성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수조 시공 현장에서는 무근콘크리트 줄기초가 설치되고 있다. 콘크리트 내부에 철근없이 콘트리트만으로 받침대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진설계 기준 해설서 부록 A에 기술된 소화수조의 설계 예제를 보면 12톤 용량의 수화수조는 지진 시 3.5톤의 수평지진력을 받게 된다”며 “무근콘크리트 줄기초에 설치된 경우에는 물탱크의 전도나 파손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조의 받침대를 수평지진력에 견딜 수 있는 철근콘크리트 줄기초로 설치하거나 내진성능을 확보한 건식내진스토퍼(콘스토퍼)로 설치토록 기준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진성능 확보가 면제되는 콘크리트 소화수조도 논란거리다. 건축물의 수조를 콘크리트로 적용하던 시기는 사실 오래전 일이다. 최근에는 STS나 SMC, PDF 재질 등의 물탱크가 주로 사용된다. 이미 10년 전 퇴출된 이 콘크리트 수조가 소화용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배경은 바로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제도에 있다.


국민안전처가 제도 시행 초기 콘크리트로 설치된 소화수조를 건축물의 일부로 판단해 내진해석과 설계가 이뤄진다는 이유로 내진조치 대상에서 제외토록 지도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구조를 아무런 구조계산 없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건축물의 내진설계에서는 수조의 구조계산 절차가 없고 최근 수정된 소방시설 내진설계 해설서에도 콘크리트 소화수조에 대한 내진조치 대상 제외 문구가 사라졌다”며 “때문에 반드시 구조계산을 통한 내진성능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위생용이나 소화수조 등 모두 먹는 물 수준의 수질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라이닝을 한다고 해도 이음구조 특성상 누수가 불가피하고 균열에 따른 철근 부식의 문제점도 발생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방시설 내진설계 제도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이어지면서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이어진 논란이 1년 반이 넘도록 이어지는 것은 아직도 제도가 온전히 정착되지 못한 것”이라며 “잡음이 발생하는 사안을 하루 빨리 점검해 정상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