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조사 기관과 한국화재감식학회(이하 감식학회)의 엇갈린 감식 결과가 화재배상책임 소송의 근거자료로 사용되면서 팽팽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1심에서 감식학회의 손을, 2심에선 소방ㆍ경찰ㆍ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조사기관)의 감식 결과가 옳다고 봐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6년 11월 1일 경기도 군포시의 한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 내 7층의 2/3가 전소됐다. 옥상 변압기와 전기시설 전체, 외벽 패널이 불에 탔고 계단실과 엘리베이터, 5ㆍ6층의 천장이 소화수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
이 화재 사고를 조사한 조사기관은 7층 창고 내 4구 멀티콘센트에 연결된 곳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전원 코드에 무엇이 연결됐는진 알 수 없지만 콘센트가 화재 원인이었다는 판단이다.
이 사고로 건물주에게는 보험금 2억2천여 만원이 지급됐다. A 보험사는 조사기관의 감식 결과를 근거로 해당 건물 7층 임차인인 B 씨에게 소송을 걸었다. 임대한 곳의 설치, 보존에 관해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하지 않는 한 배상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 과정에서 B 씨는 이 같은 보험사의 요구에 반박했다. B 씨는 “건물주의 건물 7층 천장에 설치된 전기배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감식학회의 화재감식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감식학회가 지목한 화재 원인은 조사기관의 감식 결과와 전혀 달랐다. 건물 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바닥에 있는 전기콘센트 배선 폴리에틸렌 피복을 용융시키면서 절연이 파괴돼 단락이 발생한 거로 감정했다.
1심 재판부는 B 씨 손을 들어줬다. 법적 화재조사 권한을 가진 조사기관이 아닌 감식학회의 감식 결과가 신빙성이 더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에 A 보험사는 항소했고 2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감식학회 화재감식보고서와 전원콘센트 배선 단락흔 감식결과 등의 기재 내용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B 씨가 이 사건 창고 내 설치한 4구 멀티콘센트에 연결된 전원코드 배선의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B 씨는 건물주에게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옥내소화전 수압 불량도 손해 발생과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는 점과 전기케이블이 지나가는 통로가 층별로 구획돼 있지 않은 점, B 씨도 손해를 입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건물주에 대한 B 씨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지난 8월 21일 이뤄진 이 같은 2심 판결 이후 B 씨 측이 상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법정 다툼은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국내 화재조사 체계의 주축인 소방과 경찰, 국과수 등의 화재감식 능력에 대한 신뢰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칫 소방과 경찰의 명예까지도 훼손할 수 있다는 시각까지 나오면서 최종 판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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