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규 책임(방재시험연구원 R&D전략팀, 공학박사)
1. 머리말
우리는 지금 역대 유례없는 기후변화 위기 속에 살고 있다. 미해양대기청(NOAA) 자료1)에 따르면 매 4월의 175년 동안의 기록 중 2024년 4월이 가장 뜨거운 4월이었으며(20세기 평균 온도 13.7℃보다 1.32℃ 높음), 2024년 4월은 11번째 연속(2023년 6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지구의 월별 평균 온도 역대 최고를 이어가고 있다.
[그림 1] 1850-2024 기간의 4월 전지구적 지표와 해수면의 평균 온도 어노말리(20세기 평균과의 차), 출처=미국, NOAA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지구 대기 기온이 1℃ 오르면 대기 중 수증기량은 약 7% 증가할 수 있다. 2) 시간당 100mm가 내려야 할 비가 107mm가 내리는 셈이 된다. 서울의 경우 시간당 100mm 강우량은 약 300년에 한 번 발생할 양인 반면, 시간당 107mm 강우량은 500년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하는 양으로 3),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어도 될 큰 재앙을 우리 앞에 등장시키고 있다. 저자는 이글을 통해서 ‘기후변화 위기 속, 우리 집 생존전략’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2. 우리 집을 위협하는 침수 위험
본론에 앞서, 우리가 한평생을 살아가며, 암에 걸릴 가능성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한평생 (기대수명 83.6세) 암에 걸릴 확률은 38.1%다. 4) 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리는 셈이다. 암 발병률이 이렇게 높다 보니,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80%대에 이른다. 5)
[그림2] 100년 빈도 도시침수지도 (출처, 환경부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
환경부에서는 침수지도(또는 범람지도)를 국민께 공개하고 있다. 그림 3은 도시침수지도를 보여주며, 그림 4은 하천범람지도를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도시침수지도와 하천범람지도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 집이 100년 빈도 침수지도(또는 범람지도) 상에 있는 경우, 한평생 우리 집이 침수당할 가능성이 얼마인지 살펴보자. 침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시절 배운 확률을 떠올려야 한다. 동전 던지기를 생각해 보자. 동전 던지기 실험에서 앞면이 안 나올 확률은 50%다. 동전 던지기를 84번(기대수명 83.6세) 해서 앞면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을 확률은 50%의 84제곱과 같고, 이는 5×10-26과 같다. 로또 당첨률이 1×10-7임을 생각할 때, 84번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한 번도 안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림3] 100년 빈도 하천범람지도 (출처, 환경부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
다시, 침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림3과 4의 우측에 표기된‘100년 빈도’라는 것은 평균적으로 100년에 1번 발생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 해에 우리 집이 침수당할 가능성은 1%이고 안 당할 가능성은 99%가 된다. 따라서 평생 84년 동안 침수를 한 번도 안 당할 가능성은 99%의 84제곱과 같고, 이는 43%가 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한평생 침수를 적어도 한 번 이상 겪을 가능성은 57%라는 셈이다. 이 수치가 우리가 평생 암에 걸릴 확률 38%보다 무려 19%p 높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분이라면 적잖이 놀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화재는 어떨까? 2022년 기준 주택 화재 통계를 살펴보면, 주택 10,000호당 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따라서 우리 집이 한 해에 화재를 안 겪을 가능성은 99.97%가 된다. 동일한 산술식으로 84년간 화재를 단 한 번도 안 겪을 가능성은 99.97%의 84제곱이며, 이는 97%와 같다. 달리 말해 한평생 화재를 적어도 한 번 겪을 가능성은 3%라고 할 수 있다.
내 자동차의 사고 위험은 어떨까? 2022년 기준 경찰 접수 교통사고 건수는 196,836건이며, 1건에 2대 차량이 연루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393,672 차량이 교통사고를 경험한다. 자동차 등록 대수는 25,461,361대로, 연간 교통사고 경험률은 1.55%로 나타난다. 따라서 한 해에 교통사고를 경험하지 않을 가능성은 98.45%가 된다. 84년간 교통사고를 안 겪을 가능성은 98.45%의 84제곱이며, 이는 27%와 같다. 달리 말해 한평생 자동차 사고를 적어도 한 번 경험할 가능성은 73%라고 할 수 있다.(접수되지 않은 사고까지 포함한다면 상당한 증가 예상)
[그림4 ]한평생 위험을 경험할 가능성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우리가 평생 마주할 위험의 가능성만을 본다면 화재(3%), 암발병(38%), 침수(57%), 차량사고(73%) 순이 된다. 이런 위험에 맞닥트리는 경우 우리 몸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겠지만, 이런 고통을 더욱더 가중시키는 요인은 치료손해배상복구에 필요한 재정이다. 이런 재정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험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위험별로 얼마나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화재보험 가입 현황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에는 대략 2,200만 호의 가구가 있으며, 절반은 아파트로 나머지 절반은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16층 이상의 아파트는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 가입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화재보험 가입이 의무이며, 15층 이하 아파트의 경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으로 화재보험 가입이 의무여서 사실상 모든 아파트는 화재보험이 가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약 440만 동(호수로는 약 1,100만 호)이 있으며, 화재보험 가입건수는 5만 건 정도로, 건물 동 단위로 화재보험에 가입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화재보험 가입률은 1%, 한평생 화재 가능성 3%와 유사한 수치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법의 규제가 없는 경우 보험 가입률은 한평생 위험 직면 가능성과 유사한 수치를 보이는 듯하다.
[표 1] 아파트와 단독주택(연립주택 포함)의 화재보험 가입률 추정
[표 2] 생명보험 담보별 계약건수(출처, 보험개발원 보험통계조회시스템 INcos, 단위:건)
두 번째로 암발병과 관련된 보험 가입 현황을 살펴보자. 보험개발원 생명보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암발생 시 보험금을 받는 보험 가입건수는 28,291,245건으로, 2022년 국내 총 인구 51,439,038명임을 고려하고 중복 보장 가입(예 실손보험과 암보험 중복 가입 등)을 고려한다면 암보험 가입률은 평생 암발병률 38%와 유사한 수치를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세 번째 자동차 보험의 경우에는 손해배상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다. 자율 의사인 자차보험의 경우, 보험개발원 2022년 기준 자차보험 가입률은 72.7%에 이르고 있어, 한평생 자동차 사고 가능성 73%와 아주 유사한 수치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침수를 보상하는 보험 가입 현황을 살펴보자. 침수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보험료의 70~100%를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해 주고 있는 풍수해보험 또는 화재보험 가입시 풍수재 특약을 신청해야 한다. 풍수해보험은 가입률 관리를 위해서 대상가구 수를 정해 놓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상가구수는 실거주하는 단독주택 수로 정하고 있으며, 약 200만 가구 중 65만 가구가 풍수해보험에 가입하여 33% 가입률을 보인다. 한평생 침수사고 가능성 53%에 비하면 20%p가 적은 수치다. 화재보험 가입시 풍수재 특약 신청률을 보면, 16층 이상 아파트인 특수건물 아파트의 경우 신청률이 78%이며 비특수건물 주택의 경우 신청률은 2%에 불가하다. 특수건물과 비특수건물의 이렇게 확연한 차이는 가격에 있다. 특수건물과 비특수건물은 풍수재 특약요율이 별도로 책정되며 비특수건물은 특수건물에 비해 8배 정도 비싼 가격을 형성한다. 풍수해보험처럼 풍수재 특약에 대한 정부의 보험료 지원 정책이 시행된다면, 비특수건물의 풍수재 특약 신청률을 상당히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표 3] 풍수해보험 가입률 (출처, 풍수해 보험관리지도 통합관리 시스템)
[표 4] 화재보험 가입시 풍수재 특별약정 선택률(출처, 손해보험통계연보, 기준년도 2022년)
3. 맺음말
남극 대륙 서부에는 ‘최후의 심판일 빙하(Doomsday Glacier)’라는 별칭을 갖은 쓰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가 있다. 이 방하의 크기는 미 플로리다주 크기와 맞먹는다. 이 빙하의 바닥면 지대가 해수면 높이보다 낮다 보니, 다른 빙하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더 받고 있다. 이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0.5m 상승한다. 또한 이 빙하는 남극 대륙 서부 빙상(ice sheet)의 댐 역할을 하고 있어, 이 빙하가 녹아내리면 서부 빙상의 붕괴 속도는 더 빨라지며, 남극 대륙 서부 빙상이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은 3m 상승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침수도 문제지만, 대형산불도 빈번해지고 있어 산불로 인한 우리 집 화재도 커지고 있다. 자연재해 및 화재는 그 세력은 확장하며, 우리의 안식처이자 최대 자산인 우리 집의 안전을 점점 조여 오고 있다. 이런 위험 속에서 개인이 벗어나기란 쉽지 않아, 위험 전가 전략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우리 집 생존전략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ris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재난 안전교육지도사(관리사) (0) | 2024.12.18 |
---|---|
다중이용시설의 방재 취약성과 안전대책이후 (0) | 2024.11.04 |
전기차 하부 사고재현 시험설비 (0) | 2024.08.16 |
외벽 마감재료 실물모형 화재시험(KS F 8414) (0) | 2024.08.16 |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위험성과 안전대책 (0) | 2024.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