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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하부 사고재현 시험설비

Dr.risk 2024. 8. 16. 12:04

박서원 책임(방재시험연구원 R&D전략팀, 공학박사)

1. 개요

 최근 몇 년동안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보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전기차 보급이 다소 둔화 될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비 약 2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전기차 보급대수가 약 145배 증가하였다. 이러한 빠른 보급 속도와 더불어 전기차 사고 발생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 화재 건수를 분석한 결과 충돌 후 화재 건수의 대부분은 정면충돌이며, 두 번째로 하부 충돌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전기차 배터리 손상사고는 423건이며, 이중 전손처리를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손상은 주로 도로 위 돌 같은 이물질, 연석, 과속방지턱 등 도로 시설물과 충돌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국내에서도 하부 충돌에 의한 화재가 발생하여 차량이 전소된 사례가 있다. 이러한 하부 충돌에 의한 화재사고는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위험성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화재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전기차 신규 충돌평가 개발 제작사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하부 사고재현 시험설비를 구축하여 전기차의 화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2. 전기차 충돌 안전성 향상 연구 동향

중국의 차량 안전도 테스트인 C-NCAP에서는 2024년부터 하부 충돌 시험을 도입하여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테스트는 완성차 단위 시험과 대차에 배터리팩을 장착한 시험으로 구분해서 수행하며, 20km/h와 30km/h에서 하부의 반구형 장애물에 충돌시킨다. 충돌 후 30분간 화재ㆍ폭발 여부를 확인하고, 전해액의 누출량을 확인한다. 이후 배터리팩을 수조에 침수시킨 뒤에 화재ㆍ폭발 여부를 확인한다.

사진 1

국내에서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이 주관하는 전기차 신규 충돌평가 개발 제작사 협의체를 구성하여 하부 충돌에 대한 화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 연구원도 협의체에 참여하여 하부 충돌 시험 방법과 안전기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실대형 실증시험동 구축과 함께 전기차 하부 충돌 연구를 위한 하부 사고재현 시험설비를 고도화하여, 전기차 화재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3. 전기차 하부 사고재현시험설비 구축

교통안전공단이 수행한 전기차 사용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전기차 화재가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으로 지목되었으며 이중 ‘충돌 후 화재(29.3%)’와 ‘충전 중 화재(21.1%)’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전기차 자동차보험 현황 및 감독 방향”, 2022.6.7.)에 따르면 최근 4년 전기차 보험료 상승률 내연기관 차량 대비 3배 이상 급상승하고 있다. 이 원인 중 하나로 평균 2,00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교체 기준이 없으며, 고전압 배터리의 경우 경미한 손상에도 전부 교체 수리하는 실정이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신품 교환을 요구한 전기차 배터리의 80%는 부분 수리가 가능한 건으로 진단했으며, 육안검사와 기밀ㆍ수밀 시험을 비롯한 진단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리/교체를 판별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제작사에서도 배터리 전체를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100만대가 넘을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차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연구를 선제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충돌 후 화재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저속 하부 충돌로 인한 화재 안전성을 확보하여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하부 사고재현 시험설비는 전기차를 견인 케이블과 연결하여 견인한 후 과속방지턱 등 하부의 장애물과 배터리팩이 충돌하는 것을 모사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전기차 배터리팩 하부 충돌 이후에 배터리 열폭주에 의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 화재 시험장에서 수행하여야 한다. 특히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팩은 열폭주가 일어나면 폭발적으로 연소하며, 일단 발화하면 일반적인 소화방법으로 진화가 어렵다. 우리 연구원은 다수의 배터리 열폭주 시험 경험을 기반으로 배터리팩의 열폭주 시험에 특화된 소화설비와 집진설비를 갖춘 국내 유일의 시험장에서 보유하고 있다.

 하부 사고재현 시험설비는 차량을 10 ~ 50km/h의 속도로 견인하여 하부 충돌 시험이 가능하다. 또한 하부 충돌부의 형상을 과속방지턱 또는 도로 연석 등으로 설치하여 시험을 수행 할 수 있다. 도로안전시설 설치 지침에 따른 과속방지턱 뿐만 아니라 규격 외의 방지턱과 도로 연석(보도 경계석)등의 높이를 조절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경하여 수행할 수 있다.

전기차 또는 배터리의 충격량 분석기기로 가속도센서, 데이터수집시스템(DAS), 3차원 측정기를 갖추고 있으며, 소형 고속카메라로 충돌 시의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충돌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 할 수 있다. 하부 충돌 후 배터리팩의 건전성 확인을 위한 전기차 진단장치와 배터리팩 기밀시험기를 갖추고 있으며, 배터리팩의 변형량 측정이 가능한 3차원 측정기를 통해 충돌로 인한 배터리의 물리적 손상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사진 2. 시험설비 개략도

사진 3. 시험설비

사진 4. 하부 충돌시험 예시

4. 맺음말

 우리나라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선도적인 배터리 기술을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대 기아와 같은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가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기반으로, 사고재현 시험설비를 활용하여 전기차 배터리팩의 충돌 시 화재 안전성능을 체계적으로 개선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는 국내 전기차 산업의 기술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국제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돌 및 화재 시뮬레이션 기술의 적용은 비용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절약하면서도, 안전성 검증을 더욱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게 한다. 특히, LS-DYNA와 같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실제 실험 전에 다양한 충돌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설계 방안을 도출할 수 있으며, 이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잠재적인 문제를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수 있다.

 또한,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배터리팩 설계의 안전 마진을 설정하고, 실제 충돌 테스트에서의 반응을 예측하여 전기차의 전반적인 안전 규정 및 표준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연구는 우리나라가 전기차 기술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미래의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