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최근 제한된 업무범위로 인해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응급구조사의 현실이 알려지면서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개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와 정부도 이에 호응하며 약 20년간 꿈쩍 않던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가 개선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응급구조의 원시 데이터 공개 없이는 응급구조 질 개선 목적에 부합하는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개편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원시데이터의 공개 없이는 그 범위를 얼마나, 어디까지 넓혀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는 병원 전단계와 응급실 이후로 나뉠 수 있다. 병원 전단계의 경우 응급 상황에서 응급구조사가 어느 정도 업무 범위를 늘렸을 때 최고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그 기준에 따라 업무 범위를 정할 수 있을텐데, 현재 소방당국은 응급현장에서 생산되는 원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방당국은 응급상황이 발생 해 환자 또는 주변인이 최초로 신고를 한 후,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해서 언제 어떻게 무슨 대처를 했는가에 대한 세부 기록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원시 데이터(raw data)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응급구조사가 현장에 도착해서 응급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된 현재 업무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고, 어떤 부분의 업무범위가 부족한 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응급구조사 일부에서도 업무범위 개편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넓혀지고 있다.
응급구조사 B씨는 "현장에서 10년 동안 구급업무에 종사하며 구급대원의 응급처치가 환자의 생사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심정지나 일부의 중증외상 등 극히 일부다"라며,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의 광범위한 확장 이를테면 응급기관절개, 흉강천자, 초음파사용, 벤틸레이터사용, 기타 전문의약품 사용 등은 대도시 환경에서는 적절치 않고, 권한이 있으면 책임이 따르는 것처럼 법적 책임은 모두 구급대원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에서는 응급구조사의 지나친 업무 확장이 오히려 환자가 병원으로 이동하여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늦춰 생존율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B씨는 "현재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심정지 상황에서 가장 빠른 응급대처인 에피네프린을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개편은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범위 내에서 개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A 교수는 "따라서 소방당국의 구급대 데이터와 병원의 데이터를 통해 제대로된 연구 및 질관리가 가능하다"며, "병원 측의 데이터는 공개되고 있으나, 소방 측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구급대원의 약물사용 혹은 의료행위가 실제로 환자의 생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전단계와 병원 단계를 구분하여, 병원 내에서 의사의 지도 하에 응급구조사의 교육을 수행하고 취약지 의료인력 부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범위 확장이 필요하다고도 의견을 전했다.
그는 "원시 데이터 공개는 현 응급의료 문제를 개선하고 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