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화재 계기 고층 건물 대책 전문가 회의서 화재 위험 주범 '건축법' 지목
더불어민주당 재해대책특별위원장 오영환 의원 주최, 전문가 30여 명 참석
▲ 29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고층 건물 화재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준호 기자
[FPN 박준호 기자] = 지난 8일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화재 같은 고층 건물의 화재안전대책을 위해선 ‘건축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2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재해대책특별위원회(화재안전분과위원회)의 ‘고층 건물 화재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서 참석자들 모두 ‘건축법’을 화재 위험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을 비롯해 소방청과 학계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재성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이명식 동국대학교 건축학부 교수(한국 초고층 도시건축학회장) ▲김성한 소방기술사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모두 삼환아르누보 화재로 촉발된 고층 건물 화재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성한 소방기술사는 “지금처럼 건축 외장재를 시공한다면 울산 화재와 같은 재난은 또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먼저 삼환아르누보 화재 확산의 가장 큰 이유였던 알루미늄 복합 패널 문제를 지적하며 현행법상 불연재로 구분되는 알루미늄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김 기술사는 “건축물 방화구조 등의 규정에 따르면 알루미늄을 불연재료로 분류하고 있지만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선 분말 알루미늄을 제2류 위험물로 정하고 있다”며 “똑같은 재료라 할지라도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 불연재가, 또 위험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660℃에서 용융되는 알루미늄은 막상 불이 붙으면 소화가 어렵다”며 “마치 불에 타는 불연재로 볼 수 있다. 알루미늄 자체를 불연재로 보기엔 모순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 기술사는 알루미늄 복합 패널과 건물 외벽 사이의 빈공간도 불을 키운 주범이라고 했다. 김 기술사는 “삼환아르누보의 외장재와 건물 외벽엔 상당한 공간이 있었는데 화재가 발생하면서 내부로 불꽃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연돌효과로 인해 불에 아주 잘 탈 수 있는 조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건식공법으로 시공된 건물은 대부분 이러한 형태일 것”이라며 “건축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제정한 화재안전 성능시험방법을 법규로 제정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김 기술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축물 마감재료의 실물시험을 실시하는 화재안전 성능 시험이 제정됐다. 그러나 법으로 강제하는 조건이 없어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기술사 주장이다.
김 기술사는 “이번 울산화재를 계기로 실물시험을 현장에 적용해 안전성이 확보된 재료로 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국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이자 한국 초고층 도시건축학회장인 이명식 교수는 ‘피난 대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현행법상 50층 이상, 높이 200m 이상이면 초고층 건물로 분류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초고층 건축물은 화재 시 피난의 어려움이 많아 준초고층건물(30층 이상 49층 이하ㆍ 높이 120m 이상 200m 미만)에 비해 법 기준이 훨씬 까다롭다. 따라서 우리나라엔 49층의 건물이 굉장히 많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이 교수는 “폭 1.5m 이상의 직통계단을 설치하면 피난안전구역 설치가 완화되는데 30층 이상 건물은 무조건 15층마다 이를 갖추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환아르누보의 경우 15층의 개방된 곳을 통해 불이 확산됐다”며 “수평 전이가 안 되도록 이곳엔 방화벽 등을 설치하고 실내 천정은 불연재로 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방향에서 더 나아가 다중방향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불이 나면 피난 구역으로 전부 이동하라고 하다 보니 피해를 더 많이 가져오게 된다”며 “1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다중이용 용도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성 교수는 화재 확산 방지구조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화재 확산 방지구조는 외벽마감재와 외벽마감재 지지구조 사이 공간에 석고보드나 시멘트 등을 최소 40cm 이상 채운 걸 말한다.
박 교수는 “현행법상 화재 확산 방지 구조를 충족하면 불연과 준불연은 난연으로 난연 기준은 가연성 마감재를 사용할 수있도록 완화된다”며 “40cm밖에 안 되는 화재 확산 방지 구조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건축법’을 관장하는 담당자들의 전문성 결여 문제도 꼬집었다. 박 교수는 “국토교통부나 지자체 건물 인허가 담당자들이 순환보직이다 보니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화재안전과 관련해선 건축법은 뼈대다. 비전문가가 이런 중요한 건축법을 다루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해대책특별위원회 구성 이후 첫 번째 토론회를 진행한 오영환 의원은 “오늘 많은 전문가께서 해주신 한 말씀 한 말씀들을 충실히 반영해 사회를 변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어 아직 해결하지 못한 화재안전의 빈틈을 실효성 있게 바꿀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계속해서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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