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사명ㆍ존재 목적인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 최우선 목표”
“절박했던 과거에서 비약적 발전 이뤄냈지만 소방 숙제는 남아”
“직무환경과 보건안전 연구ㆍ진료 서비스, 공상추정법 도입돼야”
“코로나19로 우려 커진 환자 이송 공백, 해소방안 마련에 총력”
“국민안전 지키는 소방산업, 발전 위한 산업진흥공단 설립 추진”
“복합ㆍ복잡해진 재난 대비해 소방서비스 국가 책임 더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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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영 기자] = “후배들에게 더는 선배들처럼 조직 걱정 없이, 오로지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의 안전만을 생각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소방을 떠나는 게 꿈이자 소원입니다”
7년 전 이흥교 소방청장이 직접 써 입법부 관계자에게 건넸던 편지의 한 구절이다. 소방청 독립과 신분의 국가직 전환이 이뤄진 지금이지만 당시만 해도 현재 소방의 모습은 꿈만 같은 얘기였다.
2015년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내 소방정책과에서 행정지원업무를 수행하던 이 청장이 입법부 관계자에게 전했던 이 편지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큰 공감을 얻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국민안전처가 출범했지만 소방조직은 중앙소방본부 단위로 격하되며 위상은 추락했다. 무리한 정부 재난조직 통합에 따라 소방의 독자성이 상실되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 청장은 당시 이 편지에서 “소방의 독자성이 유지되고 강력한 대응조치가 가능한 국가소방청 체제가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과 국가안전을 위한 소방청 설립으로 소방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소방 미래에 대한 그의 걱정과 고민이 얼마나 컸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인터뷰에 앞서 기자가 과거에 쓴 이 청장의 편지를 꺼내들자 “그땐 절박했다. 조직이 올바르게 서야 국민이 더 안전할 수 있으니까…”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1986년 소방사로 소방에 처음 입문한 이흥교 청장은 5년간 현장을 누비다 간부후보생 시험을 거쳐 소방위로 재입직한 보기 드문 인물이다.
태백 화전파출소장을 시작으로 태백 황지파출소장, 동해 천곡ㆍ북부파출소장을 거쳐 동해소방서장과 강원도소방학교장, 소방방재청 재난상황실장, 국민안전처 소방정책과 행정지원팀장, 강원소방본부장, 소방청 기획조정관, 소방청 차장, 부산소방재난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중ㆍ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1980년대 서울과 부천에 있는 공장에서 일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소방에 입문한 뒤 강원대학교 소방방재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소방에 몸담으며 현장과 학문, 행정 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열정으로 장장 35년의 세월을 보냈다. 소방총감이라는 최고의 수장으로 올라서기까지 소방의 미래 발전상을 그리는 일은 그에게 일상과도 같았다.
소방청 설립과 함께 소방공무원 신분 국가직화가 실현됐지만 이 청장은 “소방은 아직 변화와 발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고 말한다.
그는 “소방청 개청과 소방공무원 신분 국가직 일원화의 가장 큰 목적은 ‘국가 책임성을 강화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우선 소방청에서 시ㆍ도 소방청, 소방서로 조직을 일원화해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지휘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직이 된 만큼 인건비의 국가부담 100%를 목표로 국가부담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취임 석 달째를 맞은 이흥교 청장은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소방의 사명이자 본질적인 존재 목적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직 발전과 더불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현장 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공정한 조직 운영과 일선 소방공무원과의 소통을 실현해 나갈 생각이다. 또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를 다져 활력이 넘치고 업무성취감과 자긍심이 가득 찬 조직을 만드는 게 목표다.
화재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산업 발전 정책을 적극 펼쳐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취임 직후 마주한 순직 아픔… “힘과 지혜 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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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장이 취임한 지 한 달만인 지난달 6일. 경기도 평택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 투입된 세 명의 현장 대원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 청장은 “투명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게 순직한 우리 동료와 유가족, 국민을 위한 도리”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소방의 위기로 인식하고 현장 대응체계를 재설계하는 차원으로 진단해 원인을 찾아 과감히 개혁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휘관의 역량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ㆍ훈련시스템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합리적인 인사 운영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과학기술을 접목한 첨단장비를 적극 도입해 현장 대원의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 청장은 “국민의 안전과 대원의 안전 모두를 지켜내는 건 반드시 풀어야 할 소방의 영원한 과제”라며 “소방청장으로서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순직사고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사고대책의 기본방향을 정했다. 안정적인 소방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화재 자체를 막거나 대형화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청장은 “화재 발생 자체를 막거나 화재 시 빠르게 대형화재를 차단하기 위해선 소방은 물론 산업안전, 건축 등 여러 분야의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과 대원들의 안전,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며 “모두의 안전을 지켜내야 하는 소방의 영원한 숙제를 풀기 위해 모든 힘과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큰 발전 이룬 소방의 지금, 4.0시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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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교 청장은 취임사에서 “오늘의 소방청 시대를 소방발전 4.0시대로 명명하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시각과 패러다임 전환으로 새로운 소방문화를 조성하겠다”며 “실효성 있는 화재 예방대책 추진과 강력한 현장대응시스템을 구축해 육상재난대응 책임기관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1970년대 화재 예방과 진압에 국한된 소방의 업무는 1980년대에 들어서며 119구급대 운영과 119구조대의 창설로 변화의 격동기를 맞았다. 1992년 광역 소방체계로 개편하고 소방관서장의 재난 현장 지휘와 조정, 통제 시스템을 갖추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이 청장은 “내무부 시절을 1시기, 소방방재청을 2시기,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체제를 3시기로 볼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며 소방의 근원적인 변화가 이뤄진 지금을 4.0시대로 본다”고 말했다.
소방청의 독립과 국가직 전환, 소방공무원의 수가 6만명을 넘어선 현재의 소방은 역사상 가장 많은 관심과 지원으로 큰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는 게 이 청장의 판단이다.
그는 “소방발전 4.0시대에는 미래 재난환경 변화와 AI, IoT 등 4차 산업과 같은 새로운 시대에 실효성 있는 화재 예방대책을 추진하고 강력한 현장대응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소방의 사명이자 본질적 존재 목적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방 직무환경ㆍ보건안전 정책 개선 위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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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장은 “소방공무원 직무환경 개선과 보건안전을 위해선 구체적인 연구와 전문 진료 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국회에 계류된 공상추정법의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소방공무원 건강관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국립소방병원이 건립되고 있다”며 “소방공무원 직무환경에 기인하는 질환에 대한 체계적 치료와 연구기능 수행으로 소방공무원 건강이 개선될 거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소방공무원 전담 멘탈 케어와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상시 운영을 위한 소방심신수련원 건립이 추진 중인 만큼 환경적 측면의 가시적인 개선이 이뤄질 거라는 게 이 청장의 기대다.
그는 “암 등 중증질환 발생 빈도가 높은 소방공무원의 업무 특성상 자신 또는 가족이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은 없어야 한다”며 “소방청이 추진하는 공무상 재해 입증을 위한 역학보고서 작성 지원사업 예산으로 올해 1억5천만원을 확보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청장은 “현재 국회에 공상 추정제도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ㆍ오영환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 3건이 계류 중”이라며 “이 법은 유해환경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중증질환에 대해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국가 차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가진 만큼 소방청에서도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커진 구급대 애로 해소에 노력”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의 119구급대가 2020년 1월 3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이송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629명에 달한다. 이에 더해 의심환자 이송은 31만2350명, 병원 전원 7016명, 검체 이송 3333건 등 활동 건수가 45만3328명(건)을 기록했다.
이흥교 청장은 “코로나19 확진ㆍ의심자를 이송하면서도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처치ㆍ이송하는 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구급대원과 구급차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이를 위한 단기 대책으로 대체인력을 대거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전국 소방서가 보유한 예비구급차 137대를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인건비를 확보해 2월부터 인력 투입에 돌입했다.
이 청장은 “우선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엔 대체인력 90명을 확보해 전담구급대 10개 대를 추가 설치하고 1월 5일부터 총 30개 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외부 바이러스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음압구급차도 올해 55대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226대를 순차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 현재 국회에서 119구급대의 감염병 환자 이송에 관한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감염관리 시설과 장비보강, 구급대원의 감염관리 프로그램 개발ㆍ교육 등에 큰 도움이 되고 감염병 재난 극복에도 더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로 기대된다”고 했다.
“국민안전 위해선 소방산업 발전 시급”
이 청장은 화재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산업의 발전 방향도 새롭게 그렸다. 그는 “소방산업을 현대 특수재난에 대응할 첨단기술과 신지식이 적용되는 지식기반 산업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방산업체의 66%가 연매출 10억원 이하로 87%는 종사자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게다가 대다수 업체가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는 등 영세하다.
이 청장은 “열악한 국내 소방산업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절실하다”며 “국내 소방산업진흥을 위해 여러 기관과 단체별로 운영되는 기능을 통합한 ‘소방산업진흥공단’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의 방침에 따라 소방청은 소방산업 육성과 함께 전문인재를 양성하고 신기술ㆍ장비 개발은 물론 해외 수출 지원 등 다양한 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수립 중이다.
또 미래 소방산업을 선도할 70여 개 소방 관련 대학교와 강원 한국소방마이스터고 등 고등학교를 연계한 전문인력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우수한 소방기술 인력을 양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 청장은 “장기적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소방산업 환경 구축을 위해 ‘소방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며 “한 곳에서 소방산업 R&Dㆍ창업ㆍ시험생산ㆍ인증지원 등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첨단 소방시설ㆍ장비ㆍ용품이 원활하게 보급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소방장비 납품 시장의 질서 안정화를 통해 건실한 기업이 발전하고 장비 문제로 현장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소방장비 판매업 등록제’ 도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청장은 “현재 소방장비 구매 입찰 참가 자격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어 사업자 등록만 돼 있으면 참가할 수 있다”며 “그렇다 보니 비전문업체에서 저가로 낙찰받고 규격 미달 제품으로 납품을 시도하다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기한을 넘기거나 납품 이후 사후관리 문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방장비에 대한 입찰 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일선 현장부서에서 직접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납품ㆍ보증 능력을 갖춘 소방장비 전문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소방장비 판매업 등록제’ 도입 법안은 현재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 법안에는 소방청에 소방장비 납품 업체로 사전에 등록한 곳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많은 변화 이뤘지만 노력 멈춰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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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교 청장은 “지난 5년간 소방청 출범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국립소방병원, 소방박물관 건립 착수, 소방공사 분리 발주제 시행, 화재예방 3법 제정 등 우리의 숙원이 성사됐다”며 “올해는 현장 인력 2만명 충원이 완료되면서 전국 7만명에 육박하는 소방조직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성과는 전국 소방 가족 모두의 합심과 협력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직분을 다해 온 우리 선배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복합ㆍ복잡해지고 급변하는 재난과 소방조직 운영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성장과 발전을 기반으로 소방이 추구하는 가치인 ‘국민안전과 생명존중’을 실현하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추진하고 강력한 현장대응시스템을 구축해 재난대응 총괄 책임기관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청장은 “앞으로 소방청장으로서 ‘소방공무원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이라는 원칙하에 현장 대원의 안전과 복지를 챙기고 소통과 화합, 자율과 책임이 넘치는 단단하면서도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국민행복의 전제조건인 안전문화 확산을 소방이 선도하겠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선 국민의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로 효과가 발휘될 수 있고 자신과 일터의 안전은 일차적으로 당사자가 책임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소방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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