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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위기일발… 규모8 강진 또 올 가능성 높다

Dr.risk 2011. 5. 7. 08:33

[일본 또 강진] 日 원전 위기일발… 규모8 강진 또 올 가능성 높다

지반·건물 손상 입은 원전들 '시한폭탄'으로 변해
냉각장치 중단 히가시도리… 비상발전기도 기름 새 고장, 전력복구 늦었으면 대형사고
후쿠시마에만 집중하는 사이 다른 원전들 '구멍' 뚫리나

7일 밤 일본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하자마자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 등은 총리 집무실로 달려갔다. 각 부처의 위기관리팀이 총리실에 집결한 것은 지진 발생 20여분도 지나지 않은 자정 무렵. 이들이 가장 먼저 챙긴 것은 후쿠시마(福島)와 오나가와(女川) 원전의 이상 여부였다. 3·11 대지진으로 이미 원전시설의 건물과 지반이 약해진 상태라 이번 강진으로 추가 피해가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원전서 방사성 물질 오염수 흘러

가장 걱정했던 후쿠시마 원전은 다행히 흔들림이 심하지 않아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오나가와 원전, 히가시도리(東通) 원전, 롯카쇼무라 핵연료 재처리 공장의 외부전력이 끊겼다는 긴급 보고가 차례차례 이어졌다. 초비상 사태였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3·11 대지진 때 외부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폐연료봉 수조의 냉각장치가 가동되지 않아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됐다.

오나가와 원전이 샌다… 일본 미야기(宮城)현 오나가와(女川) 원자력발전소 상공에서 8일 촬영한 원전과 앞바다의 모습. 원전 쪽 폐연료봉 보관 수조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바다로 퍼지는 모습이 선명히 보인다. 오나가와 원전 운영사인 도호쿠(東北)전력은 8일 오나가와 1∼3호기 원자로의 폐연료봉 보관수조에서 전날 밤 발생한 지진 충격으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냉각수가 일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뉴시스

7일 밤 지진 발생 직후 오나가와 원전 등 인근 원전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던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됐다. 송전선과 변전시설도 손상을 입었다. 우려했던 대로 이들 원전의 냉각장치가 가동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1시간여 만에 비상발전기가 작동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히가시도리 원전의 외부 전력이 복구될 무렵 비상발전기 3대에서 기름이 새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고장이 난 상태였다. 히가시도리의 외부 전력 복구가 더 늦어졌으면 후쿠시마 원전처럼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오나가와는 4개 전력케이블 중 손상되지 않은 한 개를 연결해 냉각시설 가동을 개시했다. 그러나 지진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폐연료봉 수조 등에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 흘러내린 곳은 모두 8곳이었다. 1호기에서 흘러내린 물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농도는 5410Bq(베크렐). 3호기의 터빈실 압력조정 장치 패널(가로 3m, 세로 3.6m)도 건물이 흔들리면서 떨어져 나갔다. 일본 언론들은 "지진이 잦은 지역에 위치한 원전시설인데도 외부전력과 비상발전기 확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규모8 여진 예측도… 보강 서둘러야

이번 강진이 원전에 큰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3·11 대지진 이후 지금까지 규모 5 이상의 여진만 400회가 넘게 발생했다. 이 중 규모 7을 넘는 지진도 벌써 네 번째다. 원전들은 겉은 멀쩡해 보여도 지반과 건물이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다시 강진이 발생하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요미우리,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8일 규모 8급의 추가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도 큰 지진이 발생하면 이후 그에 맞먹는 여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 수마트라 지진(규모 9.1) 발생 후 3개월 만에 규모 8.6의 여진이 발생했다.

도쿄대 후루무라 다카시(古村孝志) 교수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개월에서 1년 후에 규모 8급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후쿠시마 원전은 물론 오나가와 원전이 이번처럼 위기를 피해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오나가와 원전은 지난달 지진과 쓰나미 충격으로 지반이 1m 정도 가라앉았고 쓰나미로 일부 시설이 물에 잠겼다. 일본에선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에 집중하느라 다른 원전시설에 대한 보강공사는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