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디젤발전기 2대 분리설치 필요" 지적도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6일 재가동에 들어갔다. 지난달 12일 고장 이후 24일간 정밀 점검을 했으나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부는 전국의 모든 원전에 대해 5년간 1조440억원을 들여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해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설비를 보강하기로 했다. 일본 원전 사고처럼 설계기준대로 원전을 건설했더라도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이 발생할 수 있기에 안전시설을 더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 고리 1호기 부근 해안 방벽. 정부는 고리 원전 재가동을 승인했지만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 대비해 해안 방벽 끝을 해수면에서 10m 높이까지 높이기로 했다. /부산=연합뉴스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은 6일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결과 고리 1호기의 재가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이 결정을 통보받고 이날 오후부터 고리 1호기 재가동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전력 생산은 8일쯤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교과부는 "고리 1호기의 고장은 전기 차단기의 스프링 결함 때문이었다"며 "스프링 교체 후 성능 실험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과부는 고리 1호기가 10년 연장 가동 중인 점을 감안해 용접부의 검사 주기를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등 안전 강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설계보다 10배 지진도 견디게 보강
정부는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는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는 데 안전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고리 1호기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원전에 대해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안전설비를 보강하기로 했다. 이는 지금까지 예상했던 재해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에도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조처다.
현재 국내 원전은 바로 밑에서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정부는 내진(耐震)설비를 보강해 기준을 모두 6.9로 올릴 예정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희일 지진연구센터장은 "6.5와 6.9 규모의 지진은 강도에서 약 10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쓰나미에 대비해서는 고리 1호기의 해안 방벽을 높여 다른 원전들처럼 방벽의 끝이 해수면으로부터 10m가 되도록 보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동해안에서 최대 1m 높이의 쓰나미는 78~86년을 주기로 재현될 가능성이 있지만, 10m 높이의 쓰나미는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교과부는 "일본 원전처럼 수소폭발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전기가 없어도 작동이 가능한 수소제거설비(PAR)를 전 원전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리 1호기에만 PAR이 설치돼 있다.
한수원의 하도급회사 직원도 한수원 직원과 똑같은 교육과 평가를 받도록 하는 등 인적 안전 방안도 추진된다.
◆일부에선 추가 보강 요구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몇 가지 추가 보강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원자로 1기마다 비상 디젤발전기 2대가 같은 곳에 있는데, 설치 장소를 달리해 2대가 동시에 침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에서는 1979년부터 2대의 비상 디젤발전기를 분리 설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