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將·치안감·소방감 등 포함한 고위 공직자… 컨설팅회사 창업 등 ‘위장취업’도 감시 대상 |
|
▲ 일러스트 = 김연아 기자 yuna@munhwa.com |
|
|
|
정부가 공무원의 민간 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업체에 취업한 고위 공직자의 영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취업제한기관을 대폭 확대했다. 지난 3월 31일부터 비영리법인이지만 공직 유관단체와 교육기관, 시장형 공기업과 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1447개 기관을 추가로 지정했다. 부정부패를 막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취지에서 통제는 양적, 질적으로 모두 강화됐다. 취업제한기관 수가 기존 1만3586개에서 1만5033개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업무 관련성이라는 그물망은 더욱 촘촘해졌다. 또 이번 법규 시행으로 퇴직 공무원들은 기존보다 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민간업체 취업이 가능하다. 입사 기록도 외부에 공개된다. 이들이 공직 사회에서 수십 년간 쌓은 국정 경험의 노하우가 사장된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직·민간 기업에 미치게 될 여파도 클 전망이다.1 기존 재취업 감시에서 달라지는 점은이번 개정안 이전에도 정부는 공직자 재취업 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 취업제한기관을 선정해 왔다. 공직자 직급 구분 없이 소속 부서의 연관성에 따라 심사가 이뤄져 왔으며, 퇴직 후 2년까지 적용을 받았다. 특히 기존 제도에선 비영리기관은 취업제한기관에 포함되지 않았고 취업심사 결과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취업심사 결과 공개에 따라 정부는 재취업자의 신원과 퇴직 전 소속기관, 취업기관을 공시해야 한다. 취업제한 위반 시 받게 되는 형사처분도 강화됐다. 징역 1년 이하 혹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기존 처벌 규정은 개정안에선 2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바뀌었다. 특정분야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소장 이상 장성과 치안감 이상 경찰공무원, 소방감 이상의 소방공무원이 포함된 것도 이번 개정안의 특징 중 하나다.2 모든 공무원이 제한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나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무원은 모두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제한기관에 입사 신청을 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취업제한기관에 입사 시 주요 평가 항목은 퇴직 직전 5년간의 업무와 입사 기업 간의 연관성이다. 연관성이란 퇴직 공무원이 재직 시 입사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는지 여부와 입사 후 공직사회 영향력을 의미한다. 퇴직 시 직급에 따라 심사 범위도 다르다. 2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소속 기관의 업무 연관성을, 3급 이하는 소속 부서의 연관성을 심사받는다. 고위공무원의 업무 범위가 3급 이하 공직자들에 비해 넓어 심사 범위를 넓힌 것이다. 특히 고위공무원들은 민간 기업으로 재취업할 경우 임원급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고 공직사회에서 형성됐던 인적 네트워크가 이어질 수 있어 심사 폭이 더 넓다.3 제한기관 심사기간을 3년으로 한 이유는공무원들이 취업제한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간은 기존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3년으로 늘어난 데는 공직사회의 인사이동과 퇴직 공무원의 영향력이 감안됐다. 보통 퇴직 직후 업무 연관성이 있는 민간업체로 취업할 경우에는 현직에서 부하 직원으로 근무했던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최소 3년 정도는 돼야 부서 내 인사이동 등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창구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시간 통제로 유착 관계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다. 공직사회 인사이동이 통상 3년 안팎 단위로 이뤄져 그 후에는 퇴직 공무원이 영향력을 행사할 인적네트워크가 줄어든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4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구성과 역할은퇴직 공무원이 재취업을 하게 될 때는 입사 30일 전에 퇴직 부처에 승인요청서를 제출하고, 해당 부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에 심사요청서를 보내게 된다. 심사를 담당하는 공직자윤리위는 대통령이 위촉하는 민간위원 7명(위원장 포함)과 정부 부처 차관급 임명위원 4명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 출신 위원들을 반 이상 참여시킨 이유는 퇴직 공무원과의 연결성을 막기 위해서다. 공직자윤리위원장(김희옥 전 대법관)의 신분은 외부에 공개되지만 위원들은 심사의 객관성을 이유로 비공개된다. 공직자윤리위는 매달 평균 20∼30건의 재취업 심사를 담당하며 심사기간은 통상 한 달 안팎이다. 공직자윤리위가 가장 바쁜 시기는 매년 기업의 주주총회가 시작되는 3월과 결산이 이뤄지는 12월이다. 기업들이 두 시기를 전후로 공직자 채용을 늘리기 때문이다.5 그동안 취업제한기관 얼마나 늘었나정부가 퇴직 공무원들의 취업제한기관을 정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처음 취업제한기관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는 대기업 등 영리기업 위주였고 그 수도 2788개였다. 이후 2011년 법조인들의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자 로펌이 추가됐다.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 그 수는 4000개 이하였다. 제도 시행 9년 동안 취업제한기관 수는 약 1200여 개 증가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대폭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직자들의 재취업 적폐가 드러난 후 2014년 6월 정부가 자본금 50억 원·거래액 150억 원 이상이던 취업제한기관 선정 기준을 각각 10억 원·100억 원으로 낮추면서 1만여 개가 새로 포함됐다. 특히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기존에 포함되지 않던 공직 유관단체와 교육기관이 들어가면서 앞으로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6 개방형 공직자의 U턴 막히나최근 공직사회는 기존 고시 및 공채 출신 공무원에 더해 개방형 직위가 확대되면서 민간 출신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민간 출신 공무원의 경우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민간 출신 공무원들의 재취업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데 대해 인사혁신처는 법에 따를 경우 오히려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4조 3항을 근거로 해서다. 해당 조항은 취업제한기관 적용에 예외성을 둬 채용계약에 따라 공직사회에 들어온 민간 출신 공무원은 퇴직 후에도 취업제한기관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단, 민간 출신 공무원이 업무 처리 과정에서 재취업 회사에 업무 편의를 봐줬는지 여부는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받게 된다.7 민간업체 취업 후에는 어떤 관리를 받나공무원이 취업제한기관 심사를 통과한 후에도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된다. 우선 재취업 공무원은 정부에 입사 후 2년간 업무내역서를, 그 후 8년 동안은 업무이력을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재취업 공무원에게서 제출받은 업무내역서와 업무이력을 공시해 외부에 공개한다. 업무내역서에는 활동 부서와 연간 업무 내역이 포함되고 업무이력은 부서활동을 위주로 구성된다. 공직자윤리위는 이를 근거로 퇴직 공무원의 업무개입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업무내역서와 업무이력은 사업자의 결재를 받고 제출해야 한다. 허위작성이 드러날 경우에는 ‘문서위조’로 법적 처분을 받게 된다. 취업제한기관에 입사하더라도 실질적으로 10년 동안 외부의 감시를 받는 것이다.8 ‘취업 같은 창업’ 등 구멍은 어떻게 막나취업제한기관 확대에 따라 일부 공직자들이 취업 같은 창업이란 꼼수를 쓸 수도 있다. 취업은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창업은 별도의 심사 기구가 없다. 실제로 위장창업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 대기업 고문으로 가는 대신 컨설팅 업체를 차리는 게 대표적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고용관계를 따져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사혁신처 취업심사과 관계자는 “재취업 성격의 창업의 경우 일감이 한 곳에 집중되는 ‘전속성’을 기준으로 고용관계를 판단한다”며 “매년 이와 같은 위장창업을 수차례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감시할 단속기구는 마련돼 있지 않아 인사혁신처의 감시 대상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는 늘어날 전망이다.9 공직사회에 미칠 여파는공직자의 재취업 길이 좁아지면서 공직사회는 ‘정년까지 버티기’ 문화가 확대될 조짐이다. 기존에는 공직자들이 50세 전후로 은퇴 후 민간기업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래 승진 가능성은 적고, 민간기업에서 받을 경제적 혜택이 많을 경우 미련없이 떠났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지만 고위공직자의 재취업으로 후배들의 승진 여건이 마련되면서 인사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공무원조직에 활력소를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재취업 길이 막힌 공직자들이 정년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 취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퇴직 공무원 재취업 정책과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다.10 민간 분야 부작용은 없나취업제한기관 확대의 부작용은 민간 분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안전·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교육비용이 커 지금까지 주로 정부에서 육성해왔다. 이들 중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이 주로 고위공무원으로 발탁됐고 퇴직 후에는 민간업체에 들어가 노하우를 이식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왔다. 세월호 참사 후 일부 공무원들의 전관예우가 드러났지만 상당수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발휘한 이면도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재난·방위산업 분야 등의 전문가 인력풀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의 고급 경력을 사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행령 중 취업승인 단서를 종래 7개에서 9개로 늘리면서 연구성과·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취업여건을 보장키로 했지만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에 충분한가는 논란이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