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방재

롯데월드타워·GBC 속속 들어서는 마천루

Dr.risk 2017. 2. 14. 18:52

롯데월드타워·GBC 속속 들어서는 마천루…초고층타워 화재 관리 시급

[초고층빌딩 화재 공포-①]1971년 대연각호텔 163명·1980년 美MGM그랜드호텔 85명 등 사망위험 커…초동 진화 및 대피 효율화가 중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민관 합동 소방재난 대응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민관 합동 소방재난 대응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 1971년 12월 25일 서울 중구 대연각호텔. 오전 9시50분 1층 커피숍에서 LP가스가 폭발해 22층 건물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사고가 난 날이 크리스마스 휴일 오전이어서 잠을 자고 있던 고객들이 많았고, 대피가 늦어졌다. 특히 건물 내장재가 모두 가연성이었다는 점에서 불길은 더 빠르게 번졌다. 소방차들이 신고를 받고 곧바로 출동했지만 이미 하부 3개층이 화염에 휩싸였고 상층부까지 연기가 확산된 상황이라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미군 헬기, 육군 항공대, 대통령 전용 헬기까지 지원 받았지만 진화까지 10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사망자 163명, 부상자 63명이라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대연각호텔은 22층으로 우리나라에서 높은 고층 빌딩 중 하나였다.

#. 1980년 11월 2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호텔. 26층 높이인 이 호텔에서 지하 1층 카지노에 접한 레스토랑 매장 부근 배선대에 전기계통제품의 단락(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것을 발견한 종업원이 입구를 열면서 '백드래프트'(밀폐된 공간에서 화재시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있다가 다량의 산소가 공급됐을때 불길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역류현상)가 발생, 카지노 전체로 확산됐다. 카지노 실내에 스프링클러 시설이 완비 됐지만 불길이 천장 속으로 타 들어가 소화 효과가 없었다. 결국 승강기, 계단, 샤프트를 통해 불길이 건물 전체로 퍼지면서 85명이 사망하고 67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미국 초고층건물의 화재 규정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도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영동대로의 GBC(2020년 완공 예정) 등이 들어서면서 초고층 시대가 열렸다. 현행 규정상 우리나라에서는 50층 이상(200m 이상)을 초고층건축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의 초고층건물은 서울 20개, 부산 28개 등 모두 98개에 달한다.

7일 국민안전처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초고층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굴뚝효과에 의해 화염이 수직상승하면서 급격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초고층 건물은 하층 쇼핑판매시설, 위락시설, 집회시설, 숙박시설 등 다양한 복합용도로 구성돼있어 화재 발생시 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전기, 가스 등 화재 원인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사용 장소도 다양해 잠재적 위험장소도 폭넓게 분포한다. 또 일반건축물에 비해 내장재, 실내장식품, 바닥재 등이 많이 사용돼 화재시 다량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상주해 소규모 화재에도 패닉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외부 유리 구조로 유리가 파손될 경우 외부공기 유입으로 단시간내 불이 크게 번질 수 있으며,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에도 한계가 있다.

롯데월드타워·GBC 속속 들어서는 마천루…초고층타워 화재 관리 시급


국내에서는 고층건물 화재사고로는 1971년 대연각호텔에 이어 1984년 부산대야호텔에서 화재사고로 38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부상 당했다. 지난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인화성이 강한 외장재로 인해 4층부터 38층까지 불이 옮겨 붙는데 8분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 지난 1997년 태국 로열좀티에호텔에서도 1층 커피숍에서 발생한 화재로 92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다치는 비극이 발생했다.

반면 71층 높이의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마리나토치 빌딩은 51층 발코니에서 불이 나 60층 까지 번졌지만 스프링클러 설비가 정상 작동해 내부 연소를 저지해 3명이 다치는 가벼운 인명피해를 냈다. 화재 대비 시설의 설치 및 작동 유무가 얼마나 화재에 있어 다른 결과를 내는 지를 잘 보여주는 예다.

초고층 건물이 늘면서 정부도 지난 2012년 '초고층재난관리법(초고층 및 지하연계복합건축물의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규제를 통한 화재 비상 관리에 나섰다. 이 법안은 피난안전구역의 설치, 피난안전구역에서 지상까지 직통 운행하는 피난용 승강기의 의무설치, 외벽마감재의 준불연재료 이상 사용, 고층건축물 화재안전기준의 강화 등을 담고 있다.

현재 국내 초고층건물 중 가장 주목 받는 곳은 롯데월드타워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롯데월드타워는 피난안전구역이 20층마다 총 5개소(22,40,60,83,102층) 설치됐다. 해외 초고층빌딩들도 롯데타워와 같은 안전대피소를 갖췄다. 중국 상하이타워도 8개소, UAE의 부르즈칼리파도 4개소의 피난안전구역을 마련해 놓았다.

피난안전구역은 내화 및 불연재료로 돼 있고 가압 제연설비 시스템이 적용됐다. 또 화재용 마스크와 공기호흡기, 휴대용 비상조명등, 심장 충격기, 화장실, 급수시설, 방재센터와의 직통전화 등이 구비됐다. 비상상황 발생 시 61대의 승강기 중 19대의 승강기가 즉시 구명보트 개념의 피난용으로 전환돼 운영된다.

하지만 아무리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건물에 사람이 많이 상주하는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피난소요시간이 길어 인명피해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화재경보설비, 자동소화장치를 비롯한 소화설비 등이 초기에 제대로 작동해 피해를 막고, 건물의 재난 담당자가 상주 인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대피시키느냐가 인명사고를 막는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