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리더십 교관 양성과정을 이수한 후 리더십에 대한 내 가치관이 변했다. 그동안 소방위 이하 실무자로서의 리더십만 활용했기 때문에 내가 옳다고 생각한 리더십은 리더형 리더십이었다.
관리자가 돼 보니 무조건 리더형 리더십이 정답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소방위 이하까지는 업무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무조건 옳고 직원들이 더 잘 따라온다고 생각했었다.
내 생각도 이렇게 한쪽에만 치우쳐 있듯이 우리 소방조직은 오랜 기간 현장 위주 리더십(보스형)만 강조했다. 그래서 우리 선배님 중에는 소방에서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 식의 보스형 리더십에 익숙하고 그것만 맞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소방조직은 일반 사기업이나 공조직과 다르게 계급체계가 있는 사회조직이면서 현장 활동과 행정이 공존한다. 그러므로 위계적이며 지시적인 현장지휘 보스형 리더십과 수평적이며 상호적이고 개방적인 관리 리더십을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혼합형 구조의 조직인 셈이다.
현장지휘 리더십의 경우 표준화된 절차를 통해 계획하고 검토ㆍ평가해 긴급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보스형 리더십이 매우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동료와 내 생명이 좌우되는 상황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이 아닌 소방행정에서는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코칭하며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는 관리 역량이 꼭 있어야 한다.
소방정은 소방조직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라면 소방령은 조직단위의 정책 수립과 실행이 필요한 리더다. 소방경은 단위 조직 안에서 성과를 관리하는 리더이며 소방위는 현장 중심의 솔선수범형 리더가 이상적인 리더십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한다.
나 또한 이제 막 소방경이 돼 보니 그간 솔선수범형 리더로만 살아온 세월이 길어 그게 전부라고 믿어왔던 것 같다.
지시와 통제기반의 상명하복에서 상호존중의 관리 역량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물론 우리 소방조직 안에서 가장 좋은 리더십은 두 가지를 조화롭게 잘 사용할 줄 아는 관리자의 리더십이다. 그 예로 119안전센터장의 경우 현장 활동할 때는 현장지휘 리더십으로 직원들을 통솔하고 평상시에는 관리 리더십을 활용해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통솔형 리더십의 경우 평상시 직원들과 신뢰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현장에서 현장지휘 리더십은 쓸모가 없다. 내 지휘관을 얼마나 신뢰하고 그가 유능한가에 따라 직원들에게 동기가 부여되는 정도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을 사는 리더들은 유능해야 하고 성품도 좋아야 직원들에게 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올해 도입된 동료평가 제도도 이런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을 잘하고 인성도 좋아야 동료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동료평가 제도는 아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잘 잡아가리라 믿는다.
리더십의 성공은 소방조직 구성원들이 자기 주도성을 잘 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게 포인트다. 자기 주도성이란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목표가 뚜렷하고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 동기가 부여된다.
소방조직 성과관리는 직원들의 심장이 뛰고 목표에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관리자는 적극적인 경청을 통해 구성원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사실보다 사람에 대해 진심을 담은 인정과 칭찬을 할 줄 알아야 하고 미래 가능성 탐색을 위한 진솔한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소통의 부재로 인해 오해가 생긴다. 우호적 관계 구축을 위해 특히 대화 장면에서 신경 써야 하는 건 올바른 공감과 경청이다.
중국의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설득이 어렵다는 건 지식이 부족해서 상대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게 아니고 말재주가 부족해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며 담대하지 못해 말을 다 해내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남을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는 건 설득하려는 상대의 마음을 알아 자신의 말을 얼마나 거기에 맞출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설득의 기술도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담센터에서 동료 상담을 할 때도 내담자의 말을 잘 듣는 건 물론이고 눈빛이나 표정, 제스처 등 몸으로 말하는 언어도 함께 잘 들어야 의도와 감정 그리고 배경까지 헤아릴 수 있었다.
내담자가 정말 하려는 말의 속뜻을 파악하고 원하는 부분을 잘 알아 차려줄 때 비로소 ‘상담이 도움됐다’고 느낀다. 그래서 상담은 내담자가 말하지 않는 그 이면의 소리까지 알아차려 원하는 부분을 해소해줄 수 있을 때 효과적이다.
우린 피드백을 준다면서 상대방에게 비난과 잔소리, 지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도한 바는 충고나 조언이었고 관심이었지만 상대가 비난이나 지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피드백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피드백이란 상대를 교정의 대상이 아닌 성장 잠재력을 지닌 개인으로 바라보고 피드백 수용성을 높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모 소방위 사례를 살펴보면 본서 과장님이 센터에 있는 직원에게 전화로 “지금 바로 사무실로 올라와라”고 말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직원이었는데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물었다.
순간 과장님은 화가 나서 “오라면 오지 무슨 말이 많냐?”고 소리를 쳤다. 직원이 기가 막혀 “아니 왜 소리를 지르십니까? 무슨 일인지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라고 답했다.
과장님은 화를 내며 센터로 직접 오셨다. 그런 후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교육이 덜 됐네”, “싸가지가 없네”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 직원은 직원대로 “갑질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당시 과장님은 각 센터에 보급 물품을 지급하려고 연락했는데 신입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서 화가 난 상황이었다. 과장님은 상사가 지시하면 아무리 부당한 것이라도 아무 말 않고 명령에 따랐던 세대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게 자신을 무시한다고 받아들인 거다.
아무리 신입직원이라지만 서른 살이 넘었고 알 거 다 아는 사람인데 “보급품을 지급하려 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일을 키워 서로 마음이 상한 예다(출처 소방공무원 관리역량, 중앙소방학교).
이렇듯 과거 우리 선배님들은 그냥 시키면 군말 없이 하던 세대를 살았다. 현재의 우리 후배들은 본인들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세대들이다.
그렇다면 선배님들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업무지시를 하거나 소통할 땐 전후 상황을 설명해 듣는 상대가 납득하고 스스로 움직여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대화의 방법을 바꾸고 배워가는 게 어떨까 싶다.
소방조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관리자 역량은 양손잡이 리더십이다. 양손잡이가 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듯 이제는 우리 조직 내에도 현장지휘 리더십과 관리 리더십을 적재적소에 잘 쓸 수 있는 양손잡이 리더십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잘 안 되고, 어렵고, 불편할 수 있겠지만 개개인이 노력해 두 가지 리더십을 시의적절하게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쓰러져도 소방관입니다 (0) | 2024.11.25 |
---|---|
무심코 버렸던 '바나나 껍질' 놀라운 재활용법 7가지 (0) | 2024.10.19 |
[기고] 변호사의 시각으로 본 소방안전관리자의 역할과 책임 (0) | 2023.11.10 |
[알쓸법식] 임대차계약 갱신과 계약종료 시 주의사항 (0) | 2023.05.19 |
미래를 보는 사람에게는 은퇴가 없다 (0) | 2022.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