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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업자협회 탄생을 위한 산고통 중

Dr.risk 2011. 4. 11. 20:14

<긴급진단> 가칭 ‘소방시설업자협회’, 누구를 위한 협회인가?
소방시설업자협회 설립 추진 도대체 무슨 일이?
협의회, 신설 협회 관변단체 전락 우려 … 입장 변화 없어
고래싸움에 등터진 공사협회 직원들
협회 설립 취지 회장직 쟁탈전으로 ‘퇴색’
보류됐던 신설협회 추진 4개월 만에 재개 되나?
 
신희섭 기자
최근 소방시설업자협회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소방방재청 내부로부터 감지되면서 지난번과 같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또다시 설립을 보류하는 상황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6월 소방시설공사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법률에 근거한 특수법인인 가칭 ‘소방시설업자협회’ 설립을 위한 TF팀을 구성한 바 있다.

당초 소방방재청은 시공능력 평가 및 공시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소방공사협회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설계업과 감리업을 포괄하는 등 몸집을 키워 ‘소방시설업자협회’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소방공사협회 대의원 등으로 구성된 소방시설업 협의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며 이 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회장직 운영방안에 대한 협회 측 대의원들의 입장과 소방방재청에서 설정한 방향이 서로 어긋났기 때문이다.

당시 협의회는 소방방재청이 제시한 회장직 운영 방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으며 이를 설득시키기 위한 소방방재청의 노력이 이어졌었다.

그러나 상호간의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신설협회 설립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소방시설업자협회 설립 추진 도대체 무슨 일이?


지난해 7월 해당 법률의 소관 부서인 소방산업과를 중심으로 TF팀을 결성한 소방방재청은 업계 대표로 구성된 소방시설업 협의회와 함께 올해 초 협회의 출범을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협회장 선임 안에 대한 한국지방경영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가 나오자 소방방재청은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상근 회장이 신설 협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소방시설업 협의회는 이를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공개된 ‘소방시설업자협회 설립ㆍ운영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협회장 선임안으로 ▲비상근 회장 ▲상근회장 ▲이사회장 및 회장 공동운영 등 3개안이 제시돼 있다.

소방시설업 협의회의 반발이 멈추지 않자 소방방재청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며 연구용역 결과의 세 번째 안인 이사회장 및 회장 공동운영 방안을 미봉책으로 제시하고 협의회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소방방재청 관계자가 직접 협의회를 찾아가 이사회장 및 상근회장 공동운영 방안의 적합성과 효율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준용해 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이사회장 및 상근회장 공동운영 방안은 효율성과 정서를 동시에 아우르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며 “업계를 대표하는 이사회에서 정책을 결정하게 되고 회장이 결정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또 “회장의 직무수행 능력을 이사회에서 평가하도록 해 해임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회장 또한 반드시 소방공무원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고 열악한 소방산업 환경을 개선시키기 적합한 인물을 임명할 방침이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방시설업 협의회는 끝내 소방방재청의 제안을 거절했으며 신설 협회에 대한 설립 논의는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뤄져 온 상태이다.
협의회, 신설 협회 관변단체 전락 우려 … 입장 변화 없어


상근 회장이 신설협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소방방재청 입장 표명 후 소방시설업 협의회는 본인들이 회원이 되는 신설 협회가 관변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이미 신설 협회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관 제정에 소방방재청이 관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었던 만큼 고위직 소방공무원이 퇴직 후 신설법인의 단체장으로 올 것이라는 우려는 협의회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신설법인의 모티브가 되는 한국소방공사협회가 선진화된 소방시설업 발전을 위해 지난 13여년간의 활동을 청산하는 산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새롭게 출범하려는 시점에 소방방재청이 협회장 선임안에 대해 상근 회장 체제의 뜻을 강경하게 드러내며 이들을 자극한 것이다.

더구나 신설 협회의 회장직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는 소방시설업 협의회 내부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소방시설업 협의회는 소방방재청과의 신설 협회 설립 추진을 위해 공사업 대표 7명과 설계업 대표 3명, 감리업 대표 2명 등 총 12명의 업계 대표로 구성되어 있는 조직이다.

이중 공사업을 대표하는 7명은 비상근 회장제를, 설계ㆍ감리업을 대표하는 5명은 소방방재청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소방방재청이 원하는 이사회장 및 상근회장제를 수용하자는 주장을 각각 펼쳤다.

공사업 대표단은 소방방재청과의 원활한 소통 또한 비상근 체제가 수월할 수 있다고 주장 했다.

그러면서 상근 회장제로 갈 경우 소방방재청의 관변단체로 전락할 수 있고 이사회장과 상근회장 간 의견차를 보일 경우 대립이 심화돼 직원들은 줄서기에 급급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설계ㆍ감리업 대표단은 출범 초기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상근 회장으로 앉아 협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상호간 팽팽한 의견 대립은 총 7차에 걸친 회의를 거듭하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한국소방공사협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이사회장 및 상근회장 공동운영 체제를 불수용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으며 집행부는 투표결과를 소방방재청에 전달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고래싸움에 등터진 공사협회 직원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신설 협회로의 전환을 위해 한국소방공사협회는 파산절차를 밟았어야 한다.

한국소방공사협회를 재구성해 신설 협회로 전환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뒤 협회 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 방향을 신설 협회 쪽으로 모두 선회했다.

하지만 회장직 운영방안을 놓고 소방방재청과 소방시설업 협의회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신설 협회 설립 논의가 중단됐고 신설 협회 설립 준비에 한창이던 공사협회 직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직원들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 다시 공사협회의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협회의 사활이 걸려있던 문제인 만큼 당시에는 모든 직원이 신설 협회 설립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조만간 신설 협회에 대한 논의가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에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 신설 협회 설립이 원만하게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협회 설립 취지 회장직 쟁탈전으로 ‘퇴색’

회장직 운영방안을 놓고 끝내 소방시설업 협의회와의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소방방재청은 올해 초 신설 협회 설립을 향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정 법률상 신설 협회를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으며 소방분야에 거대 조직이 새롭게 태동하는 중요 사안인 만큼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이 법령까지 개정하면서 설립하려고 했던 가칭 ‘소방시설업자협회’는 소방시설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선진화된 소방시설공사시스템 구축과 소방시설업의 전문성 강화, 소방기술 개발 등을 추진함으로서 궁극적으로 국민안전 확보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과정상 보여진 소방방재청의 태도는 이같이 근본적인 목적 보다는 퇴직을 앞둔 고위직 소방공무원의 자리 만들기에 급급했다는 의구심만 남기게 됐다.

상근 회장을 반대하는 대다수 공사업 대표자들은 특수법인의 설립과 정부위탁 업무를 빌미로 소방방재청이 신설 협회의 회장 자리를 꾀 차겠다는 의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높다.

또 소방시설업 협의회 내부의 갈등 또한 신설 협회 설립에 있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상호간 이견차이로 인해 공사업 대표들과 설계ㆍ감리업 대표들이 협회 발전을 위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주장하는 바가 설득력을 잃었고 회장직에만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지적이다.

보류됐던 신설협회 추진 4개월 만에 재개 되나?

보류됐던 신설 협회의 설립이 소방방재청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소방방재청과 소방시설업 협의회의 최종 논의가 있은지 4개월 만이다.

소방방재청 소방산업과 관계자는 “현재 공석인 한국소방공사협회 부회장직에 대한 임명절차를 밟고 있으며 부회장이 선임되는 대로 신설 협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다시 시작 될 것이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우리나라 소방시설공사업의 선진화 등을 위해서는 신설 협회가 반드시 설립되어야 한다”며 “지난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칭 '소방시설업자협회', 초대형 협회로의 탄생 예고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에는 소방시설업의 발전을 위해 가칭 ‘소방시설업자협회’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법률에 따라 새롭게 협회가 설립되면 ▲소방시설업의 기술발전과 소방기술의 진흥을 위한 조사ㆍ연구ㆍ분석 및 평가 ▲소방산업의 발전 및 소방기술의 향상을 위한 지원 ▲소방시설업의 기술발전과 관련된 국제교류ㆍ활동 및 행사의 유치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신설 협회는 소방방재청이 한국소방공사협회에 위탁 처리중인 시공능력 평가 및 공시에 관한 업무와 소방기술과 관련된 자격ㆍ학력ㆍ경력의 인정 업무도 맡게 되며 설계업과 감리업까지도 포괄하는 대규모 협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