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영욱(59) 소방경과 이호현(27) 소방교의 영결식이 열린 19일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800여명의 대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두 소방관은 지난 17일 새벽 강원 강릉 석란정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중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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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 소방은 하루 평균 1117건의 신고 접수를 처리했다. 같은 해 발생한 화재만 2315건에 달한다. 현재 강원도의 소방인력은 2612명으로 3교대 근무에 필요한 법정 필요인력인 4341명의 59%에 불과하다.
소방관이 더 필요하다. 각종 사고 관련 지표는 매년 급증하는 데 비해 소방 공무원의 인력 수급은 여전히 더딘 상태다. 소방관 부족 실태와 출동 건수, 이송 건수 등 각종 구조 활동 통계 등을 토대로 현실을 점검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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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취하는 소방관 |
◇ 급증하는 119 전화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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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에 따르면 119 출동 건수는 2015년에 63만197건으로 나타났다. 2006년에 20만여 건임을 고려한다면 9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60만 건이 넘은 것도 2015년이 처음이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75만건을 돌파했다.
소방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이들도 늘어났다. 구조한 인원은 2015년에 12만393명이었다. 하루 평균 330명이 소방관의 출동으로 위험에서 벗어난 셈이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구조된 인원은 모두 2788명에 달한다.
응급환자를 병원 등으로 이송한 구급 활동 건수는 2015년에 170만 건이 넘는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3.6%(58만5000 건) 증가했다.
같은 해 이송 인원은 175만5000 명이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50대 이상의 환자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81세 넘는 연령도 11.2%나 된다. 이송 인원은 2003년 이후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 도움 필요한 곳은 많은데 ··· 부족한 소방관 인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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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늘어나고 있지만 소방 인력 증원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이 발표한 '소방행정자료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소방 인력은 4만4121명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만3000여 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에 출동 건수가 3배 이상 급증한 것을 고려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1일 평균 출동 건수는 2016년 기준 2074건으로 전년 대비 20.1% 증가했다.
실제로 몇 년째 소방 공무원의 정원조차 채우기 힘든 실정이다. 소방청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은 815명, 2015년은 1297명, 2016년은 610명의 인원이 부족했다.
지역별로 분류했을 때 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해 소방 공무원 정원을 제대로 채운 지역은 부산, 대구 등 4곳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지역이 적게는 3명, 많게는 157명까지 부족했다.
인원이 부족하니 부담해야 할 관할 면적도 크다. 이번에 소방관 두 명이 순직한 강원 지역의 경우 소방 공무원 1인당 담당 면적은 6.76㎢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8.35㎢)보다 조금 작은 범위를 소방관 한 명이 홀로 감당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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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상황 발생 시 출동이 가능한 인원으로 좁혀 놓는다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소방청 관계자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으로 현장 활동 인력은 3만4540명이다. 현장 활동 인력이란 지방직 중 소방경 이하 계급에서 화재 진압과 구급 임무를 맡은 이들을 말한다. 소방기본법에서 제시하는 인원인 5만1714명보다 1만7174명 부족하다.
◇ 일손 부족, 결국 업무 강도의 증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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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은 결국 업무 과부하로 이어진다. 지난해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방 공무원의 주당 근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주 56시간으로 일본(40시간), 프랑스(48시간) 등보다 훨씬 많다.
그나마 3교대 근무 체계가 도입되면서 호전된 것이다. 2교대 근무를 시행했던 2014년만 해도 소방관들은 주 84시간에 이르는 격무에 시달렸다.
이번 강원도 강릉 화재로 인해 최근 10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51명으로 늘었다. 최근 9년 동안 현장에서 다친 소방관은 모두 3112명이다.
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shlamaz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