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신뢰성 잃어가는 가스계소화설비, 문제는 무엇인가-Ⅱ | ||||||||||||||||
갈길 먼 우리나라 가스소화설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 ||||||||||||||||
- 가스계소화설비 신뢰성 위협하는 소화약약제저장실 - ‘방호구역 외 설치’ 원칙 규정은 신뢰성 저하의 주범! - “멀리 나가면 좋은 설비?” 가스소화설비 기형화 ‘심각’ - 화재안전기준 개선으로 소화설비 인식부터 바꿔 나가야 많은 소방관련 전문가들조차 신뢰할 수 없다는 우리나라 가스계소화설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뒤쳐진 관련 규정들과 급속하게 발전해 온 가스계소화설비 시장은 이러한 가스계소화설비의 신뢰성을 무참히 무너뜨리고 있는 주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소화설비에 비해 설치비용이 높고 설계와 시공도 까다로운 가스계소화설설비는 특수시설의 화재 소화를 담당하고 있는 주요 설비이기에 그 신뢰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지(FPN)에서는 지난해 11월 30일 발생한 한국전력 불량 소화설비 사태를 계기로 가스계소화설비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핵심적인 문제점들을 [연속기획]으로 보도하고 있다. 지난호에는 가스계소화설비의 심장과 대동맥으로 볼 수 있는 기동장치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조명한 바 있다. 보도 이후 소방방재청은 기동용기의 가스 및 기동라인에 대한 설치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가스계소화설비의 부품 성능인증 도입을 위한 검토회의를 개최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호에서는 한국전력 불량 소화설비처럼 하나의 약제저장실에서 여러 구역을 방호할 수 있도록 구성되는 우리나라 가스계소화설비에 대한 약제저장실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신뢰성 위협하는 가스소화약제 저장실 위치
우리나라 화재안전기준에서는 가스계소화설비를 설치할 경우 소화약제 저장용기를 원칙적으로 방호구역외 장소에 설치하고 이 장소는 방화문으로 구획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일본 법 규정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안착된 기준인데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한국에서만 준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방호구역 내에도 소화약제 용기를 저장할 수 있도록 일부 규정이 개선된 상태이지만 여러 개의 방호구역이 존재하는 건축물 중 실제 방호구역 내에 소화약제를 저장하는 시설물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신뢰성 보다는 경제성에 중점을 두면서 하나의 약제저장실에 소화약제를 저장하고 다수의 구역을 공용으로 방호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 경우 동일 건축물 내 여러 개소의 방호구역이 있다 하더라도 이 중 가장 큰 공간에 따른 소화약제량만 산정하면 되기 때문에 설비의 비용적 측면에서는 상당한 이점을 가져오게 된다. 전문가들은 가스계소화설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수의 구역을 방호토록 하고 있는 이른 바 ‘다중방호체계’를 개선하고 ‘소화약제 저장실 위치의 근거리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멀리 떨어진 하나의 소화약제 저장실에서 여러 곳의 방호구역을 담당할 경우 가스가 방출되는 배관이 길어지고 이에 따른 선택밸브나 기동라인 등 시스템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다중방호체제로 인한 약제저장실의 장거리화는 비상상황에서의 빠른 대처도 어렵게 만든다. 비상시 화재실에서 소화설비의 자동 기동이 안 될 경우 즉시 기동용기의 솔레노이드 밸브 또는 용기밸브를 수동으로 개방하거나 제어반에서 기동을 시켜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소화약제 저장실로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소화약제 저장실이 화재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 가스소화설비의 특성상 위험상황에서 약제저장실로 신속히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소화약제 저장실을 별도 구획토록 한 규정으로 인해 대부분의 소화약제 저장실은 지하층 등 관리가 어려운 장소에 들어서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확실한 안전보다 건축비나 시공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안만을 찾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위험한 소화약제 용기를 먼 지하실에 두어야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선진국은 가급적 방호구역 근방이나 내부에 있어야 ‘안전한 소화설비가 옆에 있구나’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하나의 소화약제 저장실에서 여러 곳의 공간을 방호하는 것이 비용적 측면의 이점을 가져올 수 있지만 결국 소화설비의 신뢰도는 떨어지게 된다”며 “장기적인 유지관리와 설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실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형적 발전 부른 소화약제 저장실 소화약제 저장실의 위치 문제는 국내 가스계소화설비의 기형적인 변화까지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선택밸브를 적용해 많은 수의 구역을 동시에 방호하다 보니 약제저장실과 방호구역의 거리는 더욱 더 멀어지고 두 공간 사이의 거리는 100미터를 넘는 시설물이 수두룩할 정도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배관길이를 제한하기 위해 소방방재청 고시로 가스계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의 성능인증 기준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조차 국제적인 승인기관들이 인정한 해외 설비와 비교할 때 유독 우리나라 설비의 배관길이가 기형적으로 긴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가스계소화설비의 배관 길이는 선진국과 많게는 4배 이상, 대부분이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약제저장실을 별도로 두도록 한 관련 규정이 부른 기형적 특성 중 하나다. 또한 소화약제 저장실에 대한 규정은 가스계소화설비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부추기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화약제를 멀리 이송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게 됐고 설계자나 가스계소화설비를 사용하는 시설물 관계자 등 소비자 측면에서는 “장거리 방출이 가능한 설비가 최고”라는 인식이 만연되어 버렸다. 한 전문가는 “국내 가스계소화설비의 설계 수준이 일본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낙후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 약제저장실 위치에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관련 규정을 개선해 소화설비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바꿔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선진국은 방호구역 근접 설치가 ‘원칙’ 미국 NFPA의 경우 소화약제 저장용기를 가능한 방호구역 가까이 위치하거나 방호구역 내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저장용기로부터 방호구역이 멀어지면 소화설비의 신뢰성과 비상상황에서의 대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가스소화설비는 방호구역 내에 소화약제 저장용기를 두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건축물에 설치되는 가스소화설비는 해당 규정에 따라 저장용기를 방호구역 내부나 방호구역 인근에 단독으로 설치하는 등 최대한 근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가급적 방호구역 근방이나 내부에 있어야 안전한 소화설비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약제 저장실의 장거리 이격으로 인해 방출거리가 멀어지면서 대부분의 설비가 고압용기(4.2MPa)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인 미국 등은 주로 저압식(2.1MPa)을 사용하고 있는 추세다. 이 또한 방호구역과 용기저장실이 원거리로 구축되는 우리나라의 가스소화설비 구축 실태가 주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규정 개선으로 인식부터 바꿔 나가야 우리나라는 관련 법규의 첫 조항부터 소화약제 저장실을 방호구역 외에 설치하고 저장실은 방화문으로 구획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최초 화재안전기준의 제정 당시부터 약제용기를 방호구역 가까이에 저장할 수 없다는 대중적 인식을 심어주게 했고 이로 인해 설비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시스템의 기이한 변화까지 불러왔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일본법을 모방한 이 규정들로 인해 약제저장실을 별도로 확보하게 됐으며 소화약제를 공유하는 '중앙 집중식'으로 설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소화약제용기를 가능한 방호구역에 가까운 곳 또는 방호구역에 설치토록 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방호구역 외에 소화약제 저장용기를 설치할 경우 방화문으로 구획된 실에 설치하도록 한 규정도 하루빨리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스계소화설비의 제어반에 대한 규정도 문제다. 현 규정상 제어반은 ‘화재에 따른 영향, 진동 및 충격에 따른 영향 및 부식의 우려가 없는 장소’에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일선 소방서들의 행정지도 시 마다 해석차이가 나타나지만 사실상 방호구역은 화재에 따른 영향을 받는 장소다. 법규 그대로 해석할 경우엔 방호구역 내 제어반의 설치는 원칙적인 규정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방호구역 내에 소화약제 설치 시 소화약제를 제어하는 제어반을 다른 장소에 설치하는 모순을 불러오거나 현행규정을 준수하지 못한 채 방호구역 내에 제어반을 설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서 조항을 통해 방호구역 내에 소화약제가 설치되는 경우에는 제어반을 방호구역 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가스계소화설비에 대한 후진국형 화재안전기준은 선진국과 같이 방호구역 내부나 가까운 복도 등에 저장용기를 설치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따라서 가스계소화설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들을 개선해 약제저장용기실의 구축여부를 자율에 맡기고 최대한 방호구역 인근에 설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별도의 저장용기실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지면 저장용기의 공용 사용이 줄어들게 되고 독립적인 배관들을 통한 효과적인 방호가 가능해진다”며 “이는 우리나라 가스소화설비가 신뢰성에 중점을 둔 선진국형 가스소화설비의 형태로 발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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