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식평가

실화재 훈련장, 가스계? 목재 연료계?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 Ⅱ

Dr.risk 2024. 1. 4. 21:15

지난 호에서는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실화재 훈련장의 현황과 함께 훈련장 설계 시 훈련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가연물로서의 목재와 가스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비교해 봤다.

 

실제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해외 교육기관에서 훈련장을 건립할 때 연료를 가스로 할지 목재와 같은 고체 연료계로 할지부터 정한 후 설계를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NFPA 가연물에 따른 화재분류(출처 Hseblog.com)

 

앞서 짚어봤듯이 연료마다 준비와 점화, 연소과정에 따른 성상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훈련 성격과 운영 방법까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고체연료와 같은 Class A Fuel 훈련은 목재 또는 가공 목재로 된 연료, 즉 가연물을 사용해 통제된 훈련장과 환경에서 실제 연소 중인 화재, 연기, 가연성가스를 생성ㆍ관리하며 훈련한다.

 

Class B Fuel 훈련은 프로판이나 천연가스 등을 사용해 컨트롤 패널 혹은 상황실 제어반과 같이 사전 설치된 시스템을 활용해 훈련한다. 이는 다른 운영 교관 혹은 관련 직원이 관리한다. 

 

▲ 연소실에 실화재 훈련 시 사용될 연료를실제 방 환경과 같이 적재하고 있다(출처 서울소방학교).

 

따라서 일반적으로 Class A Fuel 훈련시설은 구획실로 구성된 건축물 화재의 표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편화 됐다. Class B Fuel 훈련시설은 자동차나 항공기 화재, 위험물 누출 등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가 많이 적용됐다.

 

1986년 10월 스웨덴 타비 소방대는 90×90m 크기의 철물점에서 발생한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천장이 높고 연기가 심해 화점을 찾기 어려웠다.

 

도착 약 25분 후 내부 소방관들은 급격한 연소 확대에 따라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 머리 위에 축적된 화재 가스에 불이 붙으며 소방관 2명이 순직했다. 

 

스웨덴은 이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구획실 화재에 대한 기초 이론과 성상을 체험할 수 있는 1개 이상의 컨테이너로 실화재 훈련을 시행하는 구조물을 ‘스웨덴 시스템(Sweden System)’이라고 부른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보편화해 더는 스웨덴 시스템이라고 부르지 않고 있다.

 

앞서 말한 Class A Fuel, 즉 목재 연료계는 실제 화재환경과 맞도록 구현할 수 있다. 목재를 이용해 연소실 내벽을 실제 방과 같은 마감재 환경으로 조성하고 1인 소파나 원하면 침대의 열량 혹은 열방출율(HRR, Heat Relese Rate)에 맞춘 가연물을 쌓아 점화ㆍ연소시킴으로써 실제적인 구획실 화재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원하는 화재 하중(Fire Load)이나 화재 강도(Fire Intensity) 등 화재 양상에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을 숙달된 강사의 재량과 교육훈련 목적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Class B Fuel, 즉 가스계의 경우 기체 혹은 액화가스를 주 연료로 하므로 출사 즉시 점화돼 화염 크기를 약-중-강 등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화염이 토출되는 토출구는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비용을 추가해 토출구를 2~3개소로 늘리기도 한다. 

 

문제는 소방학교의 교육훈련에 익숙해진 교육생들은 화재훈련 중 어디서 화염이 분출될지 뻔히 아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포그액을 이용해 발생시킨 안개로 훈련장 자체를 채워 훈련하기도 한다.

 

▲ 목재계 훈련장의 성상(출처 서울소방학교)
▲ 가스계 훈련장의 성상(출처 중앙소방학교)

 

가스계는 깨끗하게 연소된다. 연기를 포함한 연소잔존물이 거의 남지 않으므로 목재계보다 좋다는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연기가 없다는 장점은 곧 단점이 되고 만다.

 

목재계를 이용한 훈련은 실제 가연물 연소과정에서 생성되는 화재 현장과 같은 두꺼운 미립자 가연성 가스층의 연기를 이용한다. 이는 우리 소방대원들이 실제 화재 현장에서 직면하는 연기와 유사하다.

 

이런 장점으로 목재계 연료를 사용하는 훈련장은 화재 현장의 연기와 불을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말할 정도다. 똑같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실제 화재 현장에는 화학 재료 기반의 가연물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런 화학물질 기반의 가연물로 훈련장을 채운다면 훈련을 운영하는 강사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정확한 공기호흡기세트(SCBA)와 개인보호장비(PPE) 체크ㆍ착용은 실화재 훈련의 가장 기본이자 필수다. 혹자는 이런 실화재 훈련을 바탕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장비의 성능을 검증ㆍ확인, 신뢰할 좋은 계기가 된다고 평하기도 한다.

 

▲ 일반 주택의 가연물 화재 하중(출처 한샘)
▲ 실화재 훈련장의 가연물 화재 하중(출처 중앙소방학교)

 

물론 목재계는 실제 가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독성가스 물질 발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파티클보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목재인 팔레트만으로 훈련하기도 한다. 이런 독성가스 문제로 미국소방의 경우 OSB 사용을 금지하는 주(State)도 있다. 

 

최근 스웨덴 실화재 시스템에서 접착제를 쓰지 않는 새로운 목재 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 대체 보드는 기존 합성 목재보다 깨끗하게 연소되지만 우리가 훈련 중 필요한 연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상황이다.

 

소방지휘관들은 연기로 인해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소방활동이 어렵다는 걸 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화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갖춘 대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화재 현장의 현장 활동 정확성을 위해 연기와 불의 조합은 훈련의 필수 요건이다. 최근 일본 소방관들도 목재를 이용한 실제적인 실화재 훈련에 열광하고 있다.

 

▲ 천연목재 보드는 독성가스를 적게 발생시키지만가격이 비싸다(출처 위키백과).
▲ 일본에서 온 많은 소방관이 목재계 훈련장에서 실화재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출처 CFBT-Thailand).

 

일본은 시도별로 과거부터 가스계 실화재 훈련장을 많이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여러 소방학교에서도 일본의 소위 선진 가스계 실화재 훈련장을 보기 위해 다양한 업무 출장과 연수를 다녀왔을 정도다.

 

그런 일본 소방관들이 이제 실제 현장과 같은 훈련을 위해 전 세계 실화재 훈련장을 자비로 찾아다니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 기존 가스계 훈련장은 외부에서 진압하는 누출 가스 현장과 관련된훈련에 주로 사용됐다(출처 경기소방학교).


차량이나 탱크로리, 위험물 누출 등 주로 외부에서 발생하는 위험물 화재에 사용된 가스계 훈련시설이 유해가스 논란에 휩싸이면서 건물 내부로 들어오고 건축물 화재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여러 인사사고도 존재한 게 사실이다.

 

유지보수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영미권이나 북유럽권에서 목재계 훈련을 고수하는 이유는 가장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 소방대원들이 불 붙은 천장부 가스연료에 주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출처 광주소방학교).

 

가스계 훈련시설의 경우 연소와 폭발위험이 남아 있는 파이프라인이나 점화장치, 추가적인 센서, 집진 등이 있기 때문에 사소한 부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보수될 때까지 사용할 수 없다. 시설 보수 시 필요하면 외국에서 전문 엔지니어를 초빙해 수리해야 하기도 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시되는 가스계 훈련장 유지보수에 관한 사항이다. 사소한 부품교체에 발생하는 엔지니어의 출장여비와 수리비 등 수천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국내 엔지니어가 상주해 유지보수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목재계 훈련장의 경우 컨테이너 자체를 교체하면 그만이다. 이는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여러 논란이 있는데도 전 세계적으로 목재계 컨테이너 훈련장이 주목받는다. 많은 교육기관에서 실화재 훈련 시 RC조의 건축물이 아닌 단순한 컨테이너를 사용한 훈련장을 고집하는 게 이런 이유다. 

 

▲ 건축물 훈련장의 경우 건물 전체 혹은 일부를 개보수해야 하고그 기간 사용이 불가하다. 하지만 컨테이너 훈련장은 해당 파트만 교체하거나 컨테이너 전체를 교체해 사용할 수 있다(출처 서울소방학교).

 

또 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집진이다. 가스계 집진은 실화재 훈련 중 발생하는 가연성가스, 즉 오염물질인 농연을 특정 공간에 포집한 후 가스로 점화해 한 번 더 태운 다음 내보내는 대기 오염정화시설로 볼 수 있다. 

 

또 거론되는 다른 두 가지 집진 형태는 바로 물을 이용한 습식스크러버 집진 시스템과 전기식 필터방식이다. 집진에 관해선 <119플러스> 2023년 4월호 ‘실화재 훈련과 대기오염방지 시설’을 읽어보면 더 많은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거론된 세 가지 집진 방식 중 어떤 방식이 가장 저렴할진 명약관화일 거다. 집진을 위한 재료별 단가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환경 정화를 위해 더 깨끗하게 처리될 수 있는 집진설비를 사용하는 게 옳지 않냐, 왜 비용을 생각하느냐?”는 반문이 생길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깨끗한 주변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공기 질에 따른 훈련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진은 꼭 고려돼야 하는 필수 사항이다. 

 

애초에 집진을 위한 비용을 계산했다면 소규모 대기 정화처리 시설이 아닌 환경 플랜트나 자원회수시설과 같은 집진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이 규모로 가기엔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 자원회수시설의 경우 법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대규모 시설을 이용해 집진 처리하고 있다(출처 송도소각장).

 

중요한 건 발생하는 연기, 즉 농연량을 충분히 고려한 규모의 집진 시설 확충이다. 위 처리장과 같은 대규모 집진설비를 설치하기엔 비용이나 공간적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혹은 현재 이용 중인 실화재 훈련장의 농연 발생량에 맞는 집진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집진 시설 처리용량이 초과할 경우 농연은 집진 가용 범위를 넘어 외부로 배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콩소방학교도 대규모 스크러버 설비가 설치됐지만 포집 용량ㆍ설비의 문제로 최근 가동이 중단돼 돔 훈련장 내부 급기를 위한 구획화를 진행한 후 새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 출처 서울소방학교

 

2회에 걸쳐 가스계와 목재계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을 쉽게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실화재 훈련장의 설치와 검토가 진행될 때마다 피력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두 가지를 다 사용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시설의 기본적인 설치 방향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 언급했듯이 목재계 연료를 이용해 가스계를 점화하는 혼용은 검토될 수 있다. 하지만 목재계에 점화를 시작한 후 상부에 가스계 연료를 주입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거다. 

 

우린 정책과 업무를 시행할 때 이미 시행한, 소위 먼저 나아간 선진국들의 훈련시설과 정책을 참고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들이 아직도 목재계 연료와 컨테이너 형식의 훈련장을 고수하고 고집하는 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린 단지 허술해 보이는 건축물이 아니라 화려해 보이지 않은 부분에 치중해 목재계 훈련장 존치 이유를 망각하는 아이러니를 보이는 건 아닌가 자문해 본다. 가장 현장과 맞는, 가장 현장적인 훈련을 위해 짓는 훈련장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