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식평가

32명 사상자 낸 방학동 아파트 화재, 방화문 열려있었다

Dr.risk 2024. 1. 11. 21:05
▲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FPN 김태윤 기자] =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당시 피해가 커진 요인으로 방화문 불법 개방과 무분별한 발코니 확장이 지목되고 있다.

 

서울소방에 따르면 화재는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오전 4시 57분께 아파트 3층 1호 라인 세대에서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현장에 도착한 지 2분여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95명, 장비 60대를 동원해 진압과 인명 수색을 실시했다.

 

불길은 화재 발생 1시간 39분 만에 잡혔다. 3시간 43분 만인 오전 8시 40분엔 완진이 선언됐다.

 

이날 화재로 주민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치는 등 총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나머지는 연기 흡입 등의 사유로 병원에 이송됐다. 당시 대피한 인원은 200여 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모두 30대 남성으로 3층 발화 세대와 같은 1호 라인 4층과 10층 세대에 거주했다. 4층 거주자는 생후 7개월 된 딸을 안고 지상으로 뛰어내렸다가 머리를 다쳐 숨졌다. 딸은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최초 신고자로 알려진 10층 거주자는 70대 부모와 동생 등 가족을 먼저 대피시킨 후 피난하다 1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질식사한 거로 추정된다.

 

▲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  © FPN

 

이 밖에도 3층 발화 세대가 전소되고 직상 층 등 주변 세대 여러 곳과 계단실, 복도 등이 소실되거나 그을리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현장 합동 감식 결과 불은 거실ㆍ현관과 인접한 작은방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작은방에서 다량의 담배꽁초가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가 난 아파트는 지난 1997년 7월 건축 허가를 받고 2001년 10월 사용이 승인됐다. ‘T’자 형태로 층마다 3개 세대가 배치된 구조며 3층 발화 세대는 1호 라인에 해당한다. 1호 라인 세대는 현관문을 열면 복도를 통해 엘리베이터와 직접 통한다. 2ㆍ3호 라인과는 방화문으로 가로막혀 있다.

 

문제는 비상계단으로 연기가 유입되는 걸 차단해 주는 방화문이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11층 부근 계단에선 사망자까지 나왔다.

 

▲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평면도   © FPN

 

복도를 통해 엘리베이터와 바로 연결되는 1호 라인과 달리 2ㆍ3호 라인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방화문을 거쳐야만 한다. 이렇다 보니 2ㆍ3호 라인에 속한 세대는 평소 엘리베이터를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 방화문을 상시 개방해 놓은 거로 추정된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실제로 해당 아파트 동의 방화문 대부분은 도어클로저 조작이나 도어스토퍼, 돌덩이, 고임목 등으로 개방돼 있었다.

 

확장으로 인한 발코니의 부재도 화재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3층 발화 세대 내 발코니가 확장된 작은방에서 시작된 불길은 단시간에 4층 작은방으로 번져 내부까지 태웠다. 반면 발코니가 있는 거실은 불길이 안쪽으로 확산하지 않았다.

 

박경환 한국소방기술사회장은 “방화문이 정상 기능을 했더라면 계단실에서 연기로 인한 질식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방화문은 우리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생각해 반드시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 세대 내 발코니 확장은 우리 생활에 상당한 편익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화재로부터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