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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체계, 골든타임 좌우하는 '병원前'은 뒷전

Dr.risk 2017. 11. 7. 21:13

응급의료체계, 골든타임 좌우하는 '병원前'은 뒷전
병원에만 책임 부과하고, 시설 장비에만 초점‥"병원 전과 병원은 별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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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최근 응급의료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초점은 '병원' 즉, 응급의료기관 개선에만 맞춰져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사와 직접적 상관 없음
최근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국회에서도 응급의료에 대한 개선을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고 시행을 앞둔 복지부의 개정안은 응급실 출입제한 및 병원 내 응급장비 구비 의무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의료기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또한 최근 발의된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의 법안은 응급의료 관련 장비 및 의약품 구입에 대한 내용이,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의 법안은 취약지에 응급의료시설을 설립하는 데 대한 재정적 지원에 대한 내용이 골자다.

이처럼 응급의료 개선이 이송 후 '병원'에만 치우치면서, 의료계는 응급의료의 골든타임을 좌우하는 구급대의 출동과 구급차의 이송 과정 등 '병원 전'에 대한 개선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주 소아외상환자 사건과 올해 인천 시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을 삼킨 유아 사건 모두, 비난의 화살은 병원과 의료진에게로 향했다.

특히 인천 시 어린이집 사건의 경우 최초 신고 55분 후 11km 거리의 권역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해 숨진 과정에서 병원 도착 전 처치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돼 소방과 의료 간 마찰이 벌어진 바 있다. 

일부 응급의료 전문가는 유아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식 사건의 경우 응급처치 현장에서 곧바로 질식의 원인이 된 이물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일본의 경우 이를 위해 필요한 '마질 포셉'이라는 일종의 집게를 구급차에 구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국내에는 비교적 간단한 도구라고 할 수 있는 '마질 포셉'이 우리나라 구급차에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국내 응급구조사도 구강 내 이물 제거의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구급차에는 십만 원 안팎의 마질 포셉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응급의료는 신고가 들어온 순간부터 시작이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응급환자의 상태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 가능한 빨리 응급처치를 한다면 골든타임을 늘릴 수 있다. 이 같은 병원 전 응급처치 후 제 시간에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나아가 "아무리 병원 내 응급실 시설을 개선하고 장비를 늘려도 병원 전에서 막히면 소용이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지역에서 구급차에 수천만 원 짜리 '초음파' 장비를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벤츠 구급차·소방헬기·소방로봇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실패한 사례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구급차에 응급구조사와 간호사 없이 출동하는 구급차도 민간 이송업체의 18%에 달한다는 최근 조사 결과와 함께, 응급구조사와 의료인 사이의 업무 범위 등에 대한 갈등도 풀리지 않아 원활한 '병원 전'은 사실 상 어려운 상황이다.

경남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 전문의 B씨는 "응급의료에서 병원 전과 병원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다. 구급대의 출동과 구급차 내 응급구조사의 응급처치, 병원 응급실에서의 의료행위 모두 연계돼 있지만, 응급의료에 대한 계획과 정책은 분절된 채 모든 책임을 병원에만 돌리고 있으니 문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