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집중조명] “소방산업진흥 위한 기관 필요하다” 국회서 토론회 열려

Dr.risk 2023. 8. 11. 14:01

임호선ㆍ오영환 주최, ‘소방산업의 중요성과 진흥전문기관 설립 필요성 토론회’
“국민 안전 위한 소방산업 중요성 커, 반드시 진흥 시켜야”
소방청 “진흥기관 필요성 분명하지만, 단계적 추진 불가피”
기술원 “진흥업무 수행하는 기술직 인력, 기관 편입은 안 돼”
“우선 소방산업협회 진흥업무 전담 방안도 대안일 수 있어”
“기관 설립 앞서 산하기관 등 공감과 함께 밑그림 그려내야”

▲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임호선ㆍ오영환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소방산업의 중요성과 진흥전문기관 설립 필요성 토론회’가 개최됐다.  © FPN

 

[FPN 유은영 기자] = 국내 소방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 전문기관 설립을 두고 각계 전문가들은 기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인력, 예산 등 산적한 문제가 많다는 의견을 동시에 내놨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충북 증평ㆍ진천ㆍ음성)과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은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소방산업의 중요성과 진흥전문기관 설립 필요성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임호선 의원은 지난 5월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엔 소방산업 진흥 업무를 전담하는 소방청 산하의 ‘한국소방산업진흥공단’을 설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자리에는 임호선ㆍ오영환 의원을 비롯해 무소속 양정숙 의원과 소방청,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소방산업협회 등 각계 전문가 30여 명이 참석했다.

 

▲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  © FPN

 

임호선 의원은 “소방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방산업의 발전이 뒷받침돼야만 국민 안전과 소방관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을까 한다”며 “소방 업체분들이 제도적ㆍ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소방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기 위해선 전문 진흥기관 설립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지금 정부 정책이 후퇴하는 건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 실정”이라며 “이런 중요한 때에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고 의견을 내주신다면 국회에서도 법적, 정책적, 예산상 뒷받침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거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  © FPN

 

토론회 공동 주최자인 오영환 의원은 “대형 건물 화재뿐 아니라 건축물 역시 점점 더 커지고 복잡해진다. 설치된 지 오래된 건축물과 소방 인프라는 갈수록 노후화되고 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대응할 수 있는 건 선제적인 소방기술의 발전밖에 없고 그걸 선도할 수 있는 건 국가 소방산업의 진흥이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소방산업 기술인들이 내재된 잠재력과 자생 노력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뤄온 게 사실이지만 그런데도 국가의 여러 가지 한계 속에서 조금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  © FPN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은 “국내 인증을 받지 못한 영세 소방기업이 63%나 된다. 자체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기업은 12%밖에 안 된다”며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을 더욱 많이 할 수 있도록 소방산업을 끌어올리는데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관심, 정책 지원 법률 개정에 힘쓰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 토론회 좌장을 맡은 강윤진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대림대학교)  © FPN

 

이날 토론회는 강윤진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대림대학교)이 좌장, 이영주 경일대학교 교수가 ‘소방산업 진흥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 ▲김재홍 소방청 장비기술국 소방산업과장 ▲김재현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획조정실장 ▲박종원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총재 ▲최영 소방방재신문사 기자가 토론자로 나섰다.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 열린 ‘소방산업의 중요성과 진흥전문기관 설립 필요성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소방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진흥을 위한 전문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그러나 당장 기관을 설립하는 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또 산업진흥을 위한 전문기관 설립에 앞서 선결돼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이날 토론회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소방산업 진흥, 하나의 해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발제/이영주 경일대학교 교수

 

▲ 이영주 경일대학교 교수  © FPN

 

건축물의 화재 안전 성능 확보에 관한 관심과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소방산업에는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됐다. 화재 안전의 법ㆍ제도적 보완 등이 적극적으로 검토되는 현 시점에서 소방ㆍ화재 안전의 기술과 성능 향상을 위해선 소방산업 발전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도 소방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진흥을 위한 체계ㆍ노력 부족’으로 산업 활성화와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소방산업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발전ㆍ진흥을 위한 발전적 논의가 절실하다.

 

국내 전체 소방산업체 수는 2021년 12월 기준 약 8909개 사다. 연간 약 17조5천억원, 종사자는 약 18만2천명이다. 매출액이나 업체 수, 종사자 모두 2015년 이후 증가추세지만 이후 정체 또는 소폭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 경제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방산업 전반의 불황 또는 저성장 지속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해외 소방산업은 시장이나 산업 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소방산업 시장은 국내 내수 시장 규모의 한계, 저사양ㆍ저가격 선호 시장 형성, 소방산업체의 영세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재난관리ㆍ화재 안전 강화에 따른 국가 R&D 투자와 정부 부품 소재 산업 등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초고층, 대심도, 초대형 건축물 등의 건설 등에 따른 소방 분야 고급기술시장도 커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화재 등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수준이 상향되고 IT 최강국의 기술 인프라를 활용한 첨단 소방기술 개발 여건이 조성돼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 국내 소방산업은 내수시장을 탈피해 국제적 경쟁력을 통한 시장을 확대하고 고사양ㆍ고가격 제품의 시장 형성, 다양한 제도개선ㆍ개발 등을 통한 산업경쟁력 확보 여건 마련, 첨단 기술의 적용 등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제시된 문제점과 발전 지향점을 바탕으로 목표와 역할을 구체화ㆍ연계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하나의 해법만으로 해결되거나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총괄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제도, 사업 진행, 상호 연계 등이 필요하다. 

 

또 산업경쟁력 확보 차원에서의 규제 완화와 적정화, 절차 간소화 기술적용의 제약요소 배제 등 시장 친화적 국정 기조와 연계해야 한다. 가칭 소방산업진흥공단 설립을 전제로 추진되기보단 필요한 역량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체계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

 

“진흥기관 설립 필요하지만 단계적 추진해야”

토론/김재홍 소방청 장비기술국 소방산업과장

 

▲ 김재홍 소방청 장비기술국 소방산업과장  © FPN

 

2차 대전 이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국가는 계속 시장에 개입해 왔다. 한국은 시장 개입 정도가 매우 컸다. 정부 개발인정이 주를 이뤘고 성공 경험이 있는 나라다. 현재도 정부 부처 중 산자부와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중기부가 있다. 공단은 중소벤처기업 진흥공단 등 해당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각 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자리는 소방과 관련한 소방산업진흥공단을 세우자고 모인 토론회인데 의견이 합치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영역의 공단은 산업진흥 자체, 더 나아가 공적ㆍ간접적으로 경제성장 또는 고용과 관련된 목표가 대부분일 거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소방산업진흥공단은 소방산업 진흥을 통해 생산력과 기술력을 담보해야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이바지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소방산업진흥법’에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의 존재 근거가 있다. 기술원이 잘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규제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지원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기술원은 검인증 기관으로서 전통적이고 실력 있는 전문기관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같이 하다 보니 전문 역량 등에 한계가 있다. 소방산업진흥을 담당하고 법적 근거가 있다면 기금을 통해서나 국고 보조금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데 받지 못하고 있다. 자체예산이 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서는 법안 발의 중요성에 동조하고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찬성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예산을 확대하는 시즌도 있고 정부가 조직을 늘리거나 흡수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정부 기조를 판단해야 한다.

 

중기 또는 중장기로는 기술원의 산업진흥 담당 부서를 센터 등 별개의 전문성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소방산업진흥공단 설립에 어느 정도 기금을 조성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기술원 인력 편입은 문제 소지 있다”

토론/김재현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획조정실장

 

▲ 김재현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획조정실장  © FPN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주요 업무는 소방용품 검인증이다. 사실상 기술원의 95%를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원 전체 예산은 500~600억원 정도인데 소방산업진흥 예산이 30~50억원 정도 편성됐다. 한 10% 정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이 중 국고 지원은 전혀 없고 진흥 예산을 기술원 예산에서 편성한다. 2023년 기준으로 51억8500만원 정도가 편성됐다.

 

기술원에서 진흥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은 12명 정도다. 법안 부칙에 보면 이 인력을 공단으로 흡수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소방용품 시험검사 인증 사업으로 채용된 인원이 대부분이다. 만약 진흥업무 전담인력으로 뽑았다면 여기서 한 5명 이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기술직 인력을 뽑아서 진흥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이다.

 

소방산업진흥공단 설립에 관해 기술원의 입장은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공단을 설립한다면 기술원이 진흥법보단 ‘소방기본법’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또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예산 확보 없이는 어렵다고 보고 확보에 따라 여러 방안이 나올 것 같다.

 

부칙에 이 법 시행 당시 종전 기술원 소속 직원 중 해당 사업과 관련된 직원은 공단 소속 직원으로 본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현 직원이 진흥업무 전담직원으로 채용된 게 아니고 근로자의 권리로서도 자기가 선택한 소속이 갑자기 법률에 따라 바뀐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 별도 전문 직원을 뽑아 운영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한국소방산업협회에서 우선 담당하고 단계적 확대 개편해야”

토론/박종원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총재

 

▲ 박종원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총재  © FPN

 

현재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진흥업무를 맡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기술원을 높은 벽으로 인식하고 있다. 배타적 성격의 제품검사와 업계의 진흥사무 병립의 효율성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진흥사무가 다소 형식적이고 나열식이라 체감도가 낮다는 판단이 주류를 이룬다.

 

따라서 소방산업진흥은 전담기관(단체)에서 수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이를 위해선 재정지원과 전담인력의 인건비 등 재정 확보가 불가피하다. 현행 법률에 재정지원 근거가 있지만 지금까지 실제 지원 사례가 없었고 소관 업무 단체의 수입에서 충당해 왔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공적 기관 신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정부조직의 영향권 하에 있는 소방청에서도 추진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공기업 수준의 ‘진흥공단’으로 추진하는 건 진흥업무 이외에도 기구ㆍ인력ㆍ공간확보 등 막대한 소요 재정으로 인해 기재부 등 예산 주무 부처로부터 단기간 내에 협조를 끌어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미 소방진흥에 관한 사무를 맡는 제조업계 대표단체인 ‘한국소방산업협회’가 우선 담당할 수 있는 업무 범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개편해 나가는 게 과제 해결의 부담을 줄여나갈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먼저 확실한 밑그림 그리고 국고 지원 방향 모색해야”

토론/최영 소방방재신문사 기자

 

▲ 최영 소방방재신문사 기자  © FPN

 

2008년 ‘소방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최인기 의원님이 발의하고 통과됐다. 법적 근거가 정립되면서 산업계에서는 진흥을 위한 예산이 편성되고 많은 변화가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진흥기관으로 지정해놓고 별다른 국고 예산 투입이 없었다.

 

대형 화재를 겪으면서 산업진흥에 대한 갈망, 열망이 피어올랐다. 다행히도 최근 소방청은 진흥을 시켜보겠다고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진흥기관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정부와 별도 기관, 사람, 돈이 있어야 하고 그걸 위해선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정부 모습에서 투자와 열정을 쏟을 수 있겠는가는 회의적이다. 입법부와 정부가 강한 의지를 펼쳤을 때 가능한 일이다.

 

소화기,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설치되는 덴 많은 영역과 산업 분야의 노력이 필요하다. 소방시설은 제조와 설계, 공사, 감리를 거쳐 준공되고 주기적 점검을 받아야 한다. 세부적인 분야별로 예속된 기관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 있어 산하기관 등과의 유대 관계 형성을 통해 서로 간 겪는 애로와 우려를 해소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해 진흥기관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내는 게 꼭 필요하지 않나 싶다. 

 

현재 기술원에서는 자체예산으로 꾸역꾸역 진흥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제조업 진흥에만 국한된 예산이다. 엔지니어 분야는 관심 밖이다. 기술원에 이것까지 진흥시키라고 하는 건 과도하다. 산업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진흥기관으로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면서 앞으로 미래를 그려나갈지 명확하게 스케치하고 나아가 국고에서 진흥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