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기술자 능력 향상으로 부실시공 예방 위해 도입
양성교육ㆍ인정(승급)교육ㆍ전문교육 등 3개로 구성
현장 실무능력 높이기 위한 실습 위주 커리큘럼 운영
시설협회 설문 조사 결과 수강생 82% 교육에 ‘만족’
김은식 회장 “질 높은 교육 제공해 시공품질 향상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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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신희섭, 박준호 기자] = 2020년 제주도의 한 건축물에 시공된 소방시설을 준공 전 점검한 결과 방화구획 미비 등 무려 360여 건의 불량사항이 적발됐다. 또 같은 해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도내 대형 건축물 33곳을 단속했더니 11곳에서 소방시설 불량 시공이 확인됐다.
소방시설 부실공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소방기술자의 실무능력 부재’가 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동안 소방기술자는 일정한 자격이나 학력, 경력만 갖추면 소방기술인정자격 수첩을 발급받았다. 또 기술력과 상관없이 일정 기간만 충족하면 기술등급이 자동으로 올라갔다.
이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고 기술적 지식이 미흡한 소방기술자들이 현장에 배치돼 소방기술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2020년 8월 4일 소방기술자의 양성ㆍ인정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21년 4월 20일 공포됐고 1년 유예를 거쳐 올해 4월 2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소방기술자 능력 향상을 위해 새롭게 마련된 소방기술자 양성ㆍ인정 교육훈련을 조명했다.
◇현장실무 전문 교육으로 기술자 능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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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기술자 양성ㆍ인정 교육훈련(이하 소방기술자 교육)은 소방시설 설계와 공사, 감리 등 분야별 현장실무를 전문적으로 교육해 소방기술자의 능력을 키우는 게 주목적이다.
소방기술자란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른 소방기술과 관련된 자격이나 학력, 경력 등을 인정받았거나 소방시설관리업의 기술인력으로 등록된 자를 말한다.
소방기술자 교육 시행으로 소방기술자 인정자격수첩이나 경력수첩을 발급받으려는 소방기술자는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경력수첩의 등급이 변경될 때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소방기술자 교육은 크게 양성교육과 인정(승급)교육, 전문교육 등으로 구분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총 7개 교육과정으로 양성교육은 통합으로 운영되고 기술자와 감리원 인정(승급)교육은 각각 초ㆍ중급, 고ㆍ특급으로 나뉜다. 전문교육은 설계와 감리 전문교육으로 진행된다. 전부 97개 교과목이며 교육시간은 총 232시간이다.
◇이론 아닌 실습 강화… 전국 실습교육장 여섯 곳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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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방시설협회(이하 협회)는 지난해 7월 14일 소방청으로부터 소방기술자 교육 기관 지정 공문을 시달받은 후 본격적으로 교육과정을 준비했다. 소방기술사, 소방시설관리사, 소방 관련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 등 40명을 선발해 교육콘텐츠와 교재 개발에 주력했다.
커리큘럼은 이론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해 소방시설 공사 현장에 적용 가능한 실습교육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경보ㆍ피난구조설비와 소화설비 등 3종 소방시설의 실습 기자재를 개발해 수강생이 직접 결선하고 동관 등을 설치함으로써 실무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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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수강생들의 실습교육을 위해 전국에 교육장을 구축했다. 인천(대한상공회의소 인천인력개발원)과 경기 오산(오산대학교), 충남 아산(호서대학교), 광주(대한상공회의소 광주인력개발원), 부산(동의과학대학교), 대구(계명문화대학교) 등 권역별 여섯 곳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수강생 접근성을 위해 지역별로 고루 분포했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소방기술자 교육 교수진은 한국소방기술사회와 한국화재소방학회 등의 추천을 받아 수강생들에게 현업의 기술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꾸렸다. 현재 소방기술자 교육 교수진은 190명, 출강 교수는 23명에 달한다.
◇기술자 등급별 교육 커리큘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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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교육은 소방시설 기초지식이 부족한 소방 입문자의 현장 실무능력 배양을 목표로 한다. 온라인교육(21시간)과 집체교육(14시간)으로 나뉘며 온라인교육을 수료해야 집체교육을 들을 수 있다.
온라인교육은 협회 교육종합시스템 홈페이지(fedu.ekffa.or.kr)에서 수강한다. 1만여 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고 PC와 모바일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집체교육은 전국의 각 교육장에서 이틀간 진행한다. 첫째 날엔 자동화재탐지설비 이론과 실습, 둘째 날엔 수계소화설비 이론과 실습교육이 이뤄진다. CAD(Computer Aided Design) 기초ㆍ활용 수업은 이틀 모두 편성했다.
양성교육엔 소방시설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수강생도 참여한다. 이 때문에 이론 수업은 화재감지기의 종류와 각종 비화재보 원인 등 기초 상식부터 최근 ‘소방법’ 개정사항까지 폭넓게 구성했다.
인정(승급)교육은 기술자와(초ㆍ중급 / 고ㆍ특급) 감리원(초ㆍ중급 / 고ㆍ특급)으로 구분한다. 양성교육과 마찬가지로 온라인교육과 집체교육으로 나뉜다.
기술자 인정(승급)교육은 소방기술자의 소방시설 설계ㆍ시공 분야 기술능력 향상을 위해 현장실무 위주로 교육한다. 소방기술자 초ㆍ중급과 고ㆍ특급 경력수첩을 발급받으려는 자가 대상이다.
감리원 인정(승급)교육은 소방감리원의 소방시설 감리 분야 기술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꾸려졌다. 소방감리원 초ㆍ중급과 고ㆍ특급 경력수첩이 필요한 감리원이 교육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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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교육은 설계와 감리로 나뉜다. 설계 전문교육은 소방시설 설계 사업수행능력평가(PQ) 입찰에 참가하는 자로서 교육실적 가점을 받으려는 소방기술자가 수업을 듣는다. 소방기술자의 소방시설 설계 실무 전문 기술능력을 교육한다.
감리 전문교육은 소방기술자의 소방시설 감리 실무 전문 기술능력 향상을 위한 기본 이론을 가르친다. 소방시설 감리 사업수행능력평가(PQ) 입찰에 참가하거나 교육실적의 가점을 받으려는 소방기술자가 교육에 참여한다. 전문교육은 집체교육 없이 모두 온라인교육으로만 이뤄진다.
모든 수강생은 출석률 80%, 시험에서 60점 이상을 받아야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각 교육과정의 상세한 커리큘럼은 협회 교육종합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 김은식 회장 “교육생 10명 중 8명 만족… 의견 수렴해 개선에도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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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기술자 교육은 타 공종 교육제도와 달리 현장에 바로 응용 가능한 실무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구성했다. 교육을 시작한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났지만 교육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앞으로 퀄리티 높은 교육을 지속해서 제공해 소방시설 시공품질과 국민안전 확보에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
2020년 12월 제4대 한국소방시설협회장으로 취임한 김은식 회장. 당시 그는 소방시설공사의 온전한 분리발주 정착과 함께 소방기술자 양성ㆍ승급 교육기관 유치를 공약했다.
그로부터 1년 7개월 뒤 협회는 소방기술자 교육 기관으로 지정받았다. 그가 직접 발로 뛰며 이뤄낸 성과다.
김 회장은 “건설과 정보통신, 전기공사업 등 타 공종은 기술자 교육제도를 20년 넘게 운영하는데 소방에만 없어 기술자 기술능력 발전에 한계가 있었다”며 “건물의 고층ㆍ대형화로 화재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술자 교육 문제는 가장 시급했던 과제였다”고 말했다.
교육제도 도입에 대한 소방기술자들의 반응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실습장을 찾아 이틀간 교육을 들어야 했고 교육비 역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 시행 100일이 지난 지금, 교육생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는 게 김 회장 설명이다.
그는 “4월부터 6월까지 2천명 가까운 기술자들이 교육을 받았다”며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8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론 위주 교육인 타 공종과 달리 현장 특성에 맞춰 응용할 수 있는 실무 위주로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수강생들이 각종 소화설비를 조립하고 설치하는 실습과 CAD 수업이 큰 호응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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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여러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고 14만여 명 소방기술자 설문 조사를 통해 이들이 원하는 수업을 최대한 반영하는 쪽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며 “무엇보다 협회 임직원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수강생이 교육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특히 교육장 거리 문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김 회장은 “편의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권역별로 여섯 개 교육장을 마련해 운영 중이지만 교육장 위치가 너무 멀다는 지적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현재 교육장이 없는 권역에 구축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검토해 교육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계속 진행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할 계획”이라며 “수강생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해 미비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