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업계 간담회 열고 소방산업 경쟁력 확보방안 논의
내수 시장 한계, 지원 정책과 예산 턱없이 부족… 업계 한목소리
남화영 직무대리 “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 반드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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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신희섭 기자] = 소방산업 진흥과 수출 활성화를 위해 소방청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산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과 제도개선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방청(청장 직무대리 남화영)은 지난 15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13개 수출기업 대표들과 소방산업 경쟁력 확보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와 기업 대표단을 비롯해 김승룡 장비기술국장과 김일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장, 박종원 한국소방산업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선 ▲국내 소방산업 현황 소개 ▲업계 애로사항 청취 ▲열악한 국내 소방산업의 대외 경쟁력 확보방안 등의 논의가 격의 없이 진행됐다.
회의에 참석한 기업 대표단은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을 확대해 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국제 인증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노력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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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부진, 물가상승 등 어려운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소방산업 발전과 수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 대표들을 격려했다.
특히 소방 기업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소방산업 진흥과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행정ㆍ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남화영 직무대리는 “정부와 산업계가 소방산업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은 뜻깊은 자리였다”며 “현장에서 수렴된 의견은 관계 부서와 꼼꼼히 검토해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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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소방청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처음이라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날 간담회 분위기 역시 사뭇 달랐다. 기업 대표단은 너 나 할 것 없이 소방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기업 대표단의 주요 의견을 요약ㆍ정리했다.
오주환 마스테코 대표 “정부 지원 예산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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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수출이다. 국내 소방산업의 한계 돌파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며 무엇보다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산 지원부터 너무 적다.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 등에 소방청장이 직접 가봐야 한다.
외국 기업들은 모두 정부 지원을 받으며 전시회 등에 참가한다. 우리 역시 부스비 등 일부 비용을 지원받지만 현장에 꾸려지는 부스 규모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한때 우리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인도와 중국 등만 해도 풍족한 정부 지원을 받는다. 발전속도 역시 빠르다. 이 모습을 보면 섬뜩할 정도다.
인사권에 관여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신중한 인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인사철마다 부서 인력이 싹 바뀌어버리니 업무의 맥이 끊어져 버린다. 더욱이 소방산업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소방관들도 많다. 기술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직원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이정규 신라파이어 대표 “내수 시장이 단단해야 수출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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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하려면 내수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소방시장이 너무 작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선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수 제품을 개발할 경우 정부에서 사용을 권장해 내수 시장을 보장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선진 외국과의 기술력 차이도 풀어야 할 과제다. 수출을 위해선 기술력을 높여 국제 인증을 획득해야 하는데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개발비라도 뽑을 수 있다면 투자하겠지만 이 역시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들이 수출을 어려워하는 이유다.
최근 소방청에선 국내 소방용품과 장비 등의 기술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동등 이상의 부속품 사용을 허용해주는 등 기술기준에 유연성을 둔다면 소방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오병진 한컴라이프케어 대표 “수요 파악조차 힘든 시장, 수출 지원책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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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시장이 뒷받침돼야 수출이 가능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 시장이 너무 불안하다. 수요 파악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요 파악이 중요한 이유는 제품 개발에 대한 기업의 투자 결정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방향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입찰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소방용품과 장비는 사람의 목숨을 담보하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전문성이 있는 기업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에 특수성을 부여해야 한다.
수출하려면 해당 국가에서 원하는 규격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국내 규격과 상이한 부분이 많아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국제 인증을 획득한 이후에도 문제는 이어진다. 만만치 않은 유지비 때문이다. 수출 중이거나 준비 중인 업체 모두의 고민일 거다.
최용범 현대에버다임 부문장 “정부 주도 브랜드 사업 추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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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방차는 수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문제가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소방차 제조 기술은 낮은 편이다.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만 수출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선진 외국은 모두 유명한 브랜드의 소방차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국가 차원에서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기업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도 해봤다. 가장 힘들었던 건 기술력뿐 아니라 제품의 변별력도 떨어졌다는 점이다. 해외 기업은 수요처 요구를 쉽게 수용하는데 우린 그렇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에서 구매를 주도하다 보니 정해진 기술기준에 따라 차량을 제작한다. 반면 선진 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필요한 성능 기준만 정부에서 부여할 뿐 부가적인 부분은 제조사 역량에 맡긴다. 우리는 가격 경쟁을 하지만 이들은 기술 경쟁을 하고 있었다. 변별력 차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신기술ㆍ신제품에 대한 지원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소방장비의 경우 신기술ㆍ신제품을 개발해도 실증 등 여러 이유로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게 쉽지 않다. 많이 사용해줘야 장비에 대한 기업 투자도 이어지고 성능도 높일 수 있다. 현장에서 신기술ㆍ신제품을 과감히 선택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박승옥 육송 대표 “기업 투자 이어지도록 정책 마련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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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내수 시장은 포화상태다. 내수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수출 시장을 여는 것도 힘들어진다.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국내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많이 사용해줘야 한다. 그런데 써주질 않는다. 해외 제품과 비교하기 바쁘다.
국내 기업들도 나름 연구소를 운영하고 제품 개발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수요가 없으면 결국 이런 기업들의 개발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어진다.
기업의 투자가 줄면 해외 자본에 잠식당한 내수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거다. 국내 기업의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이수환 우당기술산업 대표 “인증뿐 아니라 판로 등의 지원도 같이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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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증을 획득해도 수출이 바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인증을 획득하고 나면 판로 등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각 나라마다 소방 정책이 다르고 로컬 인증 절차도 다르다.
국내 소방기업의 규모는 대다수가 영세하다. 이 모든 걸 고려하면서 수출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현지 정보와 거래처 루트 등 제도권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고민을 같이해준다면 기업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거다.
신기술ㆍ신제품을 우대해주는 제도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수출을 위해선 선진 외국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데 신기술ㆍ신제품 우대 제도는 기업 간 기술 경쟁을 유도하고 소방용품의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거다.
이준호 진우에스엠씨 대표 “신기술 적용 실증 절차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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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개발해도 실증을 할 수 있는 절차가 미흡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례로 지난 5년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소방장갑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여러 테스트를 거치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지만 여전히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실사용 부처인 소방에선 책임 소재를 핑계로 구매를 꺼린다. 결국 실증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다.
장비 사용에 대한 별도의 정책도 마련됐으면 한다. 소방장비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은 제조사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장비를 활용하는 법까지 제조사가 교육할 순 없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도 적극 참여하겠다.
김소영 메카센트론 이사 “턱없이 부족한 지원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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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방기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선 해외 전시회 참가, 인증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 예산이 너무 적다.
FM 인증의 경우 품목당 인증비용이 약 1억원 정도 소요된다. 인증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연간 1300만원에 달한다. 사실 지원금을 받긴 했지만 인증 유지비로 사용하기 바빴다.
김순원 중경기술 대표 “내수 시장 어지럽히는 원인 중 하나는 ‘떡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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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인접 마을에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품도 새롭게 개발하고 현장을 따라다니며 제안서도 만들었다. 그런데 입찰 과정에서 큰 실망감을 안게 됐다. 소위 떡쟁이라고 불리는 비전문업체들 때문이다.
이들의 무분별한 입찰 참여로 결국 현장에는 저품질의 제품이 납품됐다. 비전문업체의 입찰 참여 문제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국회에서 논할 정도로 문제점 역시 많이 드러나 있는 상태다. 개선책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
소방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업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소방산업협회가 내실 있게 운영돼야 한다. 그런데 협회는 운영에 필요한 인력조차 부족한 상태다.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정수환 한국소방기구제작소 대표 “63년 된 기업이지만 미래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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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63년이나 된 소화기 기업이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 소화기 매출은 전체 10%에 불과하다.
사실상 수출에 대한 희망을 품기도 어렵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등에 밀리기 때문이다. 같은 인증 제품을 절반가에 팔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제조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 원자재 등의 가격을 아끼는 건 사실상 어렵다. 검인증 비용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거 같다.
정책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바로 민원이다. 소화기를 시험하려면 불을 꺼야 하는데 민원이 발생한다. 이를 이유로 환경부에선 과태료 처분까지 내린다. 화재시험장을 갖추기엔 기업 부담이 너무 커진다.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정선규 파라텍 연구소장 “국제 인증 지원 기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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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증 업무를 진행하려면 담당 직원을 별도로 배정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에 대한 리스크가 대기업에 비해 크다.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기조차 힘들 정도다. 국제 인증 업무를 지원해주는 기관이 설립된다면 기업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선 매년 해외 전시회 참여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대상 국가를 조금 더 확대해주길 바란다.
김희진 대동소방 대표 “검인증 절차에 소요되는 에너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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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에서 통용되는 대표적인 국제 인증은 UL이다. UL의 경우 검사가 사후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전 방식이다. 이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단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내년부턴 차량 소화기 설치가 의무화된다. 검사 수량이 엄청 늘거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이 예상 수량을 만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중국 제품들이 밀고 들어올 거다.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임관빈 대진산업 이사 “바이어 서칭에 대한 전문성 높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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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 개척단에 참여하고 수출을 위한 1:1 매칭 상담도 많이 진행했다. 매번 느꼈던 점은 대행기관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이었다.
한 가지 제안하자면 수출 대상국의 관련 협회를 찾아 기업과 직접 연결해주는 방식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종원 한국소방산업협회장 “소방산업진흥 위해 구심점 역할하겠다”
‘소방산업진흥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먼저 정책부서와 기업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소방청에 감사하다.
협회는 현재 회원사들과 함께 소방호스와 감지기의 내용연수 도입을 연구 중이다. 소방용품의 내용연수 도입은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마리가 될 거다.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수출도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다수의 기업 대표들이 의견을 개진한 것처럼 내수 시장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소방산업의 진흥과 육성을 위한 노력도 세심히 살펴주길 바란다.
김일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장 “국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인증지원, 해외 전시회 참가, 디자인 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업계에선 작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게 나 역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15년 전 ‘소방산업진흥법’이 제정됐다. 소방산업진흥을 위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비가 지원된 사례는 없었다. 산업진흥을 위해선 국비가 지원된 예산 편성이 중요하다.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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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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