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 더 위험한 초고층 화재…재난 막는 `타워놀로지`
2017-01-06 15:45:09 |
■ 초고층 빌딩의 재난 과학
◆ 초고층 빌딩 화재 얼마나 위험한가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일명 초고층재난관리법)에는 초고층 빌딩 기준을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축물로 규정한다. 초고층 빌딩에서 일어나는 화재 등의 재난 피해는 저층 건축물과는 차원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굴뚝효과(stack effect)다. 연돌효과로도 불리는 이 현상은 초고층 빌딩의 수직적인 구조 탓에 화재 발생 시 화염이나 연기가 수직 방향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걸 말한다. 2001년 사라져 버린 미국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도 사실 그 이전인 1993년 차량폭탄테러에 의해 1개동 지하 2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수분 안에 45층까지 확산돼 건물 내부 인원들의 피난을 어렵게 한 적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1971년 대연각호텔 화재나 38명이 사망한 1984년 대아호텔 화재 등도 모두 굴뚝효과에 의해 피해가 확산된 사례다. 초고층 빌딩에서는 업무 용도로 각 층의 평면을 나누는 구획벽들이 적다. 개방형 평면에 해당하는 이 구조 때문에 화염이나 연기가 수평으로도 빠르게 확산된다. 위아래, 양옆 가릴 것 없이 화재가 순식간에 커지기 때문에 초고층 빌딩의 화재는 더욱 위험하다. 결국 이 같은 위험을 막으려면 초고층 건물의 특정 층을 피난안전구역으로 확보해 이곳으로 대피한 인원들을 1층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게 중요하다. ◆ 어떻게 대피할 것인가 건물에서 화재가 났다면 계단으로 대피할 것인가, 엘리베이터로 대피할 것인가. 많은 건축학자들이 얘기하는 건 엘리베이터로는 피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 화재 사례에선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피난이 자주 발견된다. 1996년 일본 히로시마의 20층짜리 모토마치 공동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난자의 47%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건물을 빠져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초고층 빌딩에선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신속한 이동이 더욱 절실하다. 여인환 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9·11 테러를 계기로 초고층 건물에선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대피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됐다"며 "특히 화염이나 연기에 안전한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개발하는 연구도 그 이후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빌딩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준공을 앞두고 최근 중요한 재난 방재 실험을 진행했다. 지난 4일 시민 3000여 명을 모집해 화재 상황을 가정한 대피 훈련을 벌인 것이다. 123개층, 총 555m 높이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의 피난 기본 원리도 피난 계단과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롯데월드타워는 22·40·60·83·102층 등 총 5개 중간층에 피난안전구역을 두고 있다. 피난안전구역은 소화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 방열복과 공기호흡기(보조마스크), 제연설비를 갖추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피난안전구역의 구획벽은 화재에 3시간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피난용 엘리베이터는 바로 이 피난안전구역 층에서 출발한다. 전체 엘리베이터 61개 가운데 19개가 피난용이다. 이 19개는 평상시엔 일반 엘리베이터이지만 화재시엔 피난용으로 전환돼 각 피난안전구역에서 곧바로 1층까지 내려간다. 전체 층에 분포된 사람들은 화재 발생 시 일단 피난 계단을 이용해 가장 가까운 피난안전구역 층으로 뛰어간 뒤 그 층에 마련된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을 거치지 않은 채 곧장 1층까지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인원들이 다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건 아니다. 지난 4일 훈련은 3000여 명의 시민을 상층부인 85~123층에 분산 배치한 뒤 일부는 피난 계단으로, 일부는 83층과 102층에 마련된 피난용 엘리베이터 6대를 이용해 탈출하는 모의 실험으로 진행됐다. 최상층에 있던 이들 중 오로지 피난 계단만을 이용해 걸어내려온 사람들은 1시간 가까이 소요됐고 118층에 배치돼 있다가 16개층을 걸어내려온 뒤 102층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사람의 경우 21분30초 만에 빠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3000여 명이 85~123층에서 1층으로 모두 탈출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공식 집계 결과 58분으로 나왔다. 한편 롯데월드타워의 내진·내풍 설계도 주목된다. 진도 9의 강진과 초속 80m 태풍을 이겨낼 수 있는 설계 공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진도 9는 국내 최대 규모인 경주 지진(규모 5.8)보다 에너지 강도가 300배나 강력하다. ■ `ㅅ` 자 다이아그리드 구조물…강풍 견디는 힘
상·하부 2개의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동시에 움직이는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
'(초)고층발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전사고 무방비 대학 실험실 관리도 제대로 안돼 (0) | 2017.10.13 |
---|---|
‘안전불감증’ 英 그렌펠 화재…“보수 정부의 규제완화 원인” (0) | 2017.07.26 |
초고층빌딩의 피난 (0) | 2015.04.28 |
초고층 건축물 안전관련 국제 세미나 성료 (0) | 2015.04.25 |
초고층건물 '피난용 승강기'는 생명의 동아줄 (0) | 2013.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