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식평가

튀김 공장에 식용유 존재 몰랐다니…현장 소방 지휘부 책임 논란

Dr.risk 2024. 3. 14. 21:04

 

'구획 화재' 통상 진압절차 밟지 않다 사고…소방청 "상황 급박했던 듯" 해명
"경험 많지 않은 간부, 현장 오는 게 문제"…소방 행정·현장 분리 제언





소방관 순직 화재현장서 묵념하는 소방청 합동사고조사단
(문경=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6일 오후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청 합동사고조사단이 현장조사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 2024.2.6 psik@yna.co.kr


(세종=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올해 1월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소방관 순직사고가 공장 내 구획 화재를 통상적인 절차와 다르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며 당시 현장 지휘계통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소방청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1월 31일 발생한 경북 문경 순직 사고와 관련한 합동 조사 결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합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화재는 전기튀김기의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으로 현장에 쌓여있던 식용유가 가열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가 난 육가공 공장은 돈가스 등 튀김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가연성 물질인 식용유가 산재해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식품을 다루는 공장의 특성상 내부가 밀폐돼 구획 화재(천장·벽 등으로 사방이 구획돼 제한된 공간이 형성된 곳에서 발생한 화재)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소방 당국 입장에서는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획 화재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 연기 및 가스가 들어찰 수 있어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플래시 오버(Flash Over)'나 '백 드래프트(Back Draft)' 같은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래시오버는 인화성 가스가 밀폐된 공간에 점점 축적하다가 일순간 착화해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백 드래프트는 산소가 부족한 공간에 갑작스럽게 산소가 공급되면서 인화성 가스가 폭발적으로 연소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구획 화재는 한 방향으로 연기와 가스를 배출하면서 진입하는 것이 통상적인 진압 절차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사결과 당시 화재 진압 때 인명구조 팀과 진압대가 한 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진입했고, 식용유 등에 대한 정보 또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탓에 백 드래프트 같은 폭발 사고에 대한 대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대원들이 출입문을 개방하자 산소가 유입하면서 대기 중 고온의 인화성 가스가 폭발했다. 대원 2명은 순식간에 밀려 나온 강한 열과 짙은 연기 등을 피하지 못한 채 고립됐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화재 진압이) 구획 화재 진압의 기본적인 원칙과는 좀 맞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상황이 급박해서 그랬던 듯하다"며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공장 내부에 식용유와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이유로 "공장 관계자가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고, 식용유는 법적 위험물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실에서 현장으로 식용유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개별 대원이 화재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지휘관이 이런 정보를 숙지하고 전달하면서 전략을 실행하도록 하고 있다.
소방청 재난현장표준절차(SOP)에 따르면 선착한 현장 지휘관은 지휘를 선언한 후 가장 먼저 대상물 정보, 구조 대상자 상황, 재난 상황 등을 파악하게 돼 있다.
특히 대응의 우선순위 및 전략을 선택할 때 대원들의 안전 위협 요소가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하고, 위험 구역에 진입할 시 유해 물질, 폭발 등 현장 위험 요인을 숙지해야 한다고 SOP는 밝히고 있다.
소방당국이 공장 관계자로부터 식용유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고, 식용유가 법적 위험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통상적인 구획화재 진압절차를 밟지 않다가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당시 현장 지휘계통의 책임론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방청은 이번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대책으로 현장 상황관이 상황의 위험성을 판단해 전략을 선택하게 하는 등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난현장표준절차를 전면 개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현장 상황관을 맡는 간부들의 현장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역할만 강화한다면 오히려 현장 대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동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변인은 "현장과 행정을 오갈 수 있어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간부들이 현장 지휘관으로 임명되는 것이 문제"라며 "교육은 교육행정직을, 경찰은 경찰행정직을 별도로 두는 것처럼 소방도 소방행정직을 별도로 둬 현장 대원은 현장에서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