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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우주여행길...

Dr.risk 2010. 6. 10. 23:40

'나로호' 실패 충격…험난한 우주개발의 꿈
1단 로켓 결함 문제로 추정…"3차 발사, 최소 2년 후 가능"
정부 당국의 무리한 발사 강행 논란일듯

한국 우주 역사 운명의 날. 이번엔 러시아에서 들여 온 로켓 1단의 폭발 때문에 나로호(KSLV-1)가 우주로 향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25일 1차 발사에 이어 10일 오후 5시 1분 2차 발사에 나섰지만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나로우주센터 현장 연구진은 나로호가 힘차게 하늘로 향하자 가슴 조리며 이륙하는 모습을 지켜봤으나 발사 후 137초가 경과된 발사시퀀스 초기단계에서 '통신 두절' '나로호 추락'이라는 비관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낙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실패로 확인되자 열 차례에 거쳐 발사일정을 조정한 가슴 탔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깊은 한 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발사지휘센터에 있던 25명의 연구원들도 단절된 통신이 되살아나길 고대하며 모니터를 응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낙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나로호 발사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 나로우주센터를 찾았던 정운찬 국무총리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도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발사 사고 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나로호 상단 탑재 카메라 영상이 섬광처럼 밝아지는 현상을 볼 때 1단 연소구간에서 비행중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차 나로호 발사가 '페어링 미분리'로 실패한 데 이어 2차 시도도 1단 로켓의 폭발 추락으로 나로호 사업은 두번 모두 실패로 결론지어 졌다.

정부는 한-러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원인 규명을 본격적으로 수행키로 했다.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나로호 3차 발사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러 연구진은 나로호 세부 비행상태에 대한 분석을 위해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1차 회의를 개최해 비행상태 분석을 착수했다. 기술적인 논의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2~3차례 추가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항우연이 밝힌 나로호 잔해 낙하지점은 북위 약 30도 동경 약 128도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도 남단 방향으로 외나로도로부터 약 470km 지점의 공해상이다.

◆ 1단 로켓 폭발 확실…촬영 영상, 3차 발사 협상서 중요 자료로 활용될듯

나로호 상단 탑재 카메라의 연기감지영상.
이날 나로호에 탑재된 영상카메라의 영상촬영 확인결과 발사 후 137초 뒤 섬광이 번쩍한 뒤 모든 나로호와의 통신이 두절된 것으로 목격됐다. 현재까지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러시아의 1단 로켓 문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로호에는 페어링(위성보호덮개)과 인공위성쪽을 바라보고 있는 상향 카메라와 로켓 1단의 정상 분리를 파악하기 위해 아래쪽을 향하고 있는 하향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이번 폭발 섬광을 관측한 카메라는 러시아가 개발한 1단 로켓을 바라보는 하향 카메라이며, 러시아와의 3차 발사 협상에서 중요한 증거자료로 제시될 전망이다.

◆ 나로호 또 쏠 수 있나?…"정확한 원인해석에 따라 좌지우지"

나로호 실패 원인이 로켓 1단의 결함으로 귀결되면서 '나로호를 한 번 더 발사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단 로켓은 러시아가 개발해 들여온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리나라가 맺은 계약조건과 해석에 따라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오리무중이다.

정부 및 항우연에 따르면 러시아와 맺은 계약상 최대 2회 발사를 하되 둘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한 번 더 러시아가 1단을 별도 비용 없이 제공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르면 무조건 한 번을 더 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최종적인 발사 실패 여부는 한·러 실패조사위원회(FRB)에서 결정된다.

항우연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 상에는 우리나라가 추가 재발사를 요구해 1단 로켓을 다시 들여올 수 있지만 러시아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FRB의 나로호 발사 원인조사에 대한 해석과 앞으로의 협상력이 나로호 3차 발사 여부를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

◆ 무리한 발사 강행 '논란'

나로호 발사가 실패하자 무리한 발사 강행 논란이 일고 있다. '기술적 보완조치가 완벽하지 않음에도 시간에 쫓긴 정부 당국이 발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나로호 2차 발사 준비과정에서 소방장치·전기적신호 등 연달아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발사 중단 바로 다음 날 나로호 발사를 무리하게 추진한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일 나로호 기립 과정에서 '전기신호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 5시간 이상 기립과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생겼다. 이어 바로 다음 날 발사를 3시간여 앞둔 상황에서 소화장치 오작동이 발생, 발사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와 항우연은 사고가 발생하자 '한-러 기술진과 검토를 거쳐 모든 상황이 정상상황으로 확인됐으며 발사 운용을 시작한다'고 발사 재시도를 결정했다. 일부에서는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정부는 문제를 완전 해소했다며 발사 강행 입장을 유지했다. '일련의 발사 중단·지연 문제들이 나로호가 중요 임무를 수행하기도 전에 공중에서 폭발하는 실패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 KSLV-2 개발계획 전면 수정 불가피…"3차 발사 2012년 이후"

로켓 발사계획의 전면 수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러시아와의 협상을 거쳐 3차 발사를 추진키로 확정할 경우 나로호-2(KSLV-2) 우주발사체 개발계획 등을 전면 연기시켜야 한다.

우주로켓 전문가들에 따르면 3차 발사를 위한 로켓 1단을 러시아가 제작하는 기간만 따져도 최소 1년 반 이상 걸린다. 또한 우리나라의 로켓 2단 제작을 위해서도 연소시험 등 각종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로호에 탑재할 과학기술위성도 현재로서는 부재한 상태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가 개발한 위성 시험모델과 비행모델 모두 이번 나로호 1·2차 발사 때 날개를 펴지도 못한채 사용됐다.

전문가들은 나로호 3차 발사를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으며, 기한은 적어도 2012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 김요셉 대덕넷 기자(joesmy@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