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식평가

화재실 내부 진입 절차(Door Entry Procedure) 시 고려해야 할 사항- Ⅱ

Dr.risk 2022. 3. 23. 19:21

그렇다면 우리가 진입해야 할 [그림 1]의 현장은 중성대가 상당히 낮아진 상황입니다.

저 현장도 매우 위험한 현장이라고 판단하는 게 옳을까요? 여기서 지난 호에서 언급한 Be-SAHF 지표 중 A(Air) 지표를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화재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도착해 펌프차량에서 내려 화재 신고가 들어온 건물을 살펴봤을 때

 

출동지령상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층
①창문 틈에서 미세하게 검은 연기가 관측되고 소방호스를 전개해 내부 진입했을 때
②현관문이 닫혀 있는 상황

 

이같은 정보를 습득했다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건 급기가 차단된 Anti-Ventilation 상황임을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 [그림 2]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며 별다른 방해 없이 화재가 진행되는 경우 연기 부피(Volume) 증가(), 연기 배출 압력(Pressure) 증가(), 온도(Temperature) 증가()를 보여주는 훈련 사진

 

▲ [그림 3]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화재 현장의 성상 그래프

 

최근 내화구조 화재 현장의 특성은 단열ㆍ기밀이 잘 된 형태가 많습니다. 어떠한 원인으로 공기 급ㆍ배기를 위한 개구부가 확보되지 않으면 [그림 3] 그래프의 ①번 곡선처럼 화재가 발달하지 않고 스스로 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②번 곡선처럼 화재가 충분한 공기를 공급받으며 최성기까지 도달하는 경우와 ③번 곡선처럼 산소가 부족해 온도, 압력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열기로 인한 개구부 파괴(창문 등), 진압대원의 내부 진입을 위한 문 개방 등 여러 요소로 인해 다시 화재가 발달하는 여러 곡선을 그리게 됩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화재는 산소에 매우 의존하는 화학반응입니다. 이런 경우를 우린 흔히 환기 지배형 화재(VCF, Ventilation Controlled Fire)라고 합니다.

 

즉 화재가 커짐에 따라 산소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결국 구획에 공기를 공급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개구부의 크기나 위치, 수에 따라 화재 성장이 제한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림 3]으로 판단한 화재 현장은 ①번 그래프 상황과 유사할 겁니다. 내부에 산소가 부족하거나 아직 내부의 잔존 산소를 이용해 화염 연소가 진행되지만 열 방출률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으로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 상황은 1)가연물과 공기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내부는 산소가 모자라기 전까지 지속된 연소로 인해 비교적 고온(250℃ 이상)을 유지하게 됩니다.

 

또 2)급기구가 없어 급ㆍ배기의 균형이 깨지며 중성대는 열 방출률(HRR)을 가장 많이 방출하는 최초 화점 위치까지 하강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부는 3)고온의 상황으로 여러 열전달 요인(전도, 대류, 복사) 때문에 가연물들이 지속해서 열분해하는 상태(불꽃 연소와 상관없이 복사열이 250℃가량 유지되면 플라스틱, 목재의 열분해는 지속)입니다.

 

▲ [그림 4] 급기가 차단된 경우의 압력 평형 붕괴ㆍ중성대 하강

 

내부 가연물이 지속적으로 열분해하며 화재실 내부는 산소 농도보다 가연물의 양이 더 많은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우린 흔히 이 상황을 연소상한계(UFL, Upper Flammable Limit)라고 표현합니다. 이 상황은 언제든 산소가 공급되면 내부 연기는 연소 범위에 들어가 화염으로 바뀔 준비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화재 현장에 출동해 우리 소방관이 내부진입을 위한 출입문 강제 개방과 Door Entry를 하게 되면 화재실 내부 공기 유동 경로는 3~5초 이내로 급ㆍ배기가 모두 차단된 배연 통제(Anti-Ventilation) 상황에서 양방향 공기유동경로(Bi-Directional)로 전환이 반복됩니다.

 

여기서 질문 한 번 드리겠습니다. 화재대응능력 1급 교육을 받으셨거나 자격을 취득하신 분들은 교육받으신 대로 이 현장에 진입하기 위해 Door Entry를 할 때 화재 현장 내부 상황에 관해 착오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 Door Entry하며 내부에 주수하기 위해 잠시 문을 개방했을 때 보이는 내부 중성대 높이로 화재발달 단계를 판단하는 건 매우 큰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이 현장은 급기가 차단되거나 희박한 상태로 중성대가 나타나는 급기와 배기의 압력차가 0인 지점이 붕괴돼 화점 인근까지 중성대가 하강한 상태입니다. Be-SAHF 지표 중 S(Smoke) 지표만 판단했을 땐 화재 최성기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Air) 지표까지 고려해 판단한다면 내부는 연소의 3요소 중 산소가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화염 연소가 어려워지고 내부의 나머지 산소를 소모함에 따라 중성대 높이는 점차 낮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연소가 방해받기 때문에 내부 온도는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1) 산소 농도, 산소량 감소로 화염 연소가 어려워짐
2) 화염 연소가 어려워짐에 따라 열 방출률(HRR) 감소
3) 급기 제한으로 압력차 0인 지점 하강(중성대 하강)
4) 화재실 내부 온도 하강

 

▲ [그림 5] 급기 차단이 화재실 내부에 끼치는 영향

 

현장 상황이 [그림 5] 아래쪽 상황처럼 내부 진입하기에 충분히 낮은 온도인데도 중성대 높이만으로 내부 상황, 실제 화재발달 단계를 오판해 계속 Door Entry를 한다면 진입 시점이 늦어집니다. 따라서 내부 구조대상자의 생존율이 낮아지고 내부 열기나 물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열화상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현장 활동에 큰 도움이 됩니다(119플러스 화재진압 발전 연구회 최기덕 회장님의 ‘열화상 카메라’ 관련 기고를 참고하면 매우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www.fpn119.co.kr/169597).

 

그래서 ▲Anti-Ventilation ▲Anti-Ventilaion에서 내부 진입을 위한 개구부 개척 등 Bi-Direction으로 전환 되는 현장 ▲Bi-Directional의 공기유동 경로를 가진 현장 등에서는 문을 ‘조금’ 열고 일정 시간 급기가 확보된 후 중성대가 떠올라 멈추는 곳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위치는 실제 내부 화재발달 단계와 그래프의 높이를 나타냅니다.

 

다만 그 잠시의 급기로 인해 배출되는 연기에 불이 붙을 정도라면 내부 H(Heat) 지표는 400℃ 이상의 고온으로 판단하고 바로 Door Entry를 진입 가능한 시점까지 반복하는 게 좋습니다.

 

▲ [그림 6] Anti-Ventilation 혹은 개구부가 아래쪽에 있는 Bi-Directional 현장에서 내부 상황을 오판할 수 있는 중성대 높이와 급기가 이뤄졌을 때의 진짜 중성대 높이

 

반대로 급ㆍ배기가 원활히 진행되는 Uni-Direction 공기유동경로를 가진 현장에서는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중성대 높이가 실제 화재발달 단계를 나타낼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리고 Door Entry 시 추가로 A(Air) 지표를 판단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내부 연기냉각을 위해 문을 잠시 열었을 때 중성대가 매우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S 지표)와 빨려 들어가는 공기의 속도가 빠른 경우(A 지표)를 내부 환경이 매우 고온이라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방향(A 지표)과 연기가 흘러나오는 방향(S 지표)도 잘 지켜봐야 합니다.

 

▲ [그림 7] Door Entry 절차의 시작 외부 펄싱 주수

CFBT 교육을 받아보신 분들은 Demo Cell 교육 시 급기 차단(개구부 닫음)으로 인한 중성대와 온도 하강을 체험하셨을 겁니다.

 

다시 급기구를 열었을 때 화재가 진행됨에 따라 빨려 들어오는 공기 속도 차이가 매우 크다는 걸 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그림 7] 참조).

 

그 얘기는 외부에서 문을 열었을 때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중성대 아래층에 난류까지 생성할 정도의 속도라면 내부 화재는 매우 발달된 상태로 내부 연기냉각(펄싱 주수) 횟수를 추가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중 구획실이나 복도의 경우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방향을 유심히 관찰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대류 현상은 항상 최단 경로를 따라 흐름이 이동합니다.

 

다시 말해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방향이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고 화염 연소가 진행되는 방향입니다.

 

이를 숙지하시면 더욱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화점을 발견하고 진압할 수 있습니다.

 

▲ 화재현장지표를 읽을 수 있는 Be-SAHF 모델B: Building, E: Environment, S: Smoke, A: Air, H: Heat, F: Flame

CFBT에서 가르치는 Door Entry Procedure에 대해 간단히 알아봤습니다. 단순히 평가를 위해 점수를 얻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Be-SAHF 지표를 활용해 실제 화재 현장에서 어떻게 내 기술이 적용되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글이었다면 매우 기쁠 겁니다.

 

사실 국내에서 이뤄지는 CFBT, 실화재 훈련과정은 Level I의 ‘일부분’이 포함된 교육과정이 대다수입니다(2021년 CFBT Level I 정규 커리큘럼으로 개설된 과정은 강원도소방학교가 유일합니다).

 

2021년 한 해 여러 소방학교 그리고 각종 교육과정에 CFBT, 실화재훈련 관련 교육을 출강하면서 기본 훈련시설 외에 전술 훈련할 장소가 많이 없다 보니 CFBT Level I에 준하는 훈련만 진행한 게 안타까웠습니다.

 

CFBT Level I 과정만 교육받아도 소방관 개개인에게 분명 도움이 될 요소는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직소 퍼즐 중 코너 부분의 몇 조각을 맞춰 보여지는 전체 그림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추후 다뤄질 Be-SAHF 지표와 동적 전술훈련, 배연, 전술 배연, 화재진압장비 활용 등의 교육은 CFBT Level II 이상의 과정에서 다뤄지고 있어 훈련시설 증설로 더욱 다양한 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사실 전 <119플러스>에 CFBT 훈련 관련 글을 기고할 때마다 많은 갑갑함을 느낍니다. 매우 동적인 요소(연기의 색, 이동, 불꽃의 형태와 흐름 등)가 많은 화재 분야를 지면의 글로 표현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자분들이 많은 응원과 피드백을 주셔서 미천한 실력에도 겨우겨우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제가 <119플러스>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직접 만나 뵙고 같이 토론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