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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호텔은 화재안전시스템도 다르다!

Dr.risk 2010. 5. 27. 23:10

- 소방안전시설 만큼은 아끼지 않는 투자
- 선두적이고 차별화된 위기관리 매뉴얼 정립
- 법 보다는 자발적인 시설구축으로 안전 확보
 
최영 기자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 조선호텔은 우리나라 최고의 숙박시설로 꼽히는 곳이다. 1914년도에 조센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관한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호텔’로 평가 받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의 건물은 453개의 객실과 소, 중, 대 연회장을 비롯해 양식, 중식, 일식당 등 대규모의 부대시설이 즐비하다.

1천여 명에 가까운 직원이 종사하고 있는 호텔에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숙박시설 및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그 만큼 화재나 각종 위험요소로부터 나타날 수 있는 피해의 위험도도 높다고 할 수 있다.

법적인 의무 소방시설 외에도 자체적으로 구축한 각종 소방시설과 교육시스템, 매뉴얼 등은 안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국제적 트랜드를 이끌어 나가는 선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1순위‘소방안전’

웨스틴 조선호텔 시설방재과의 이희대 과장은 “수많은 부분 중 이용객의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삼아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물론 소방안전에 관한 부분은 항상 1순위로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인 소방시설일지라도 가격보다는 기능과 성능을 먼저 평가한다. 이것이 조선호텔에서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대책이다.

내부에서 진행되는 사소한 공사도 방재실을 통해 철저한 검사를 거쳐야 결제가 이뤄질 정도로 안전이라는 부분은 호텔의 전 부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정립하다

조선호텔에서는 언제든지 직면할 수 있는 광범위한 위험요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자체적인 ‘비상사태 및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

세부적인 단계별로 수립된 매뉴얼에는 위기의 강도와 데모, 소요 절차, 부상 및 물품, 보안, 화재안전 등 다소 사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위험부터 재해재난까지 광범위한 위기의 대처방안을 담고 있다.

과거 몇 장 안되던 매뉴얼은 수년 동안 상당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보완한 끝에 지금은 백과사전만한 두께가 될 만큼 포괄적인 부분을 명시하고 있다.

이 매뉴얼은 지난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이후 정부에서도 참고했을 정도로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특별하고 차별화된 교육시스템

차별화된 훈련시스템과 직원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도 눈에 띈다. 법에서 강제하고 있는 교육은 물론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전 직원이 참여해 매년 1회씩 실시하고 각 부서마다 특징을 고려한 부서별 훈련도 6개월에 한 번씩 실시하고 있다.

이 훈련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방안과 화재진압 및 대피요령 등 실제로 이뤄져야 하는 훈련이며 직원들은 입사와 함께 소화기의 작동요령을 먼저 배운다.

소방안전 의식 향상을 위한 특별한 시험도 치러진다. 매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소방 및 산업안전 보건 문답지’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험은 약 50개의 주관식 문제로 이뤄져 있으며 두 문제 이상 틀린 직원은 재시험을 치러야만 한다.

이상상황 발생 시 신고를 위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화재와 관련한 지식, 대피요령 등 다양한 문제들이 출제된다.

또한 방재실에서는 ‘안전 보건 및 소방교육’이라는 제하의 월간 뉴스레터를 발행해 직원들에게 배부하고 있다. 화재안전과 더불어 보건, 각종 안전에 관련한 위험성과 대비책을 소재로 한 이 레터는 지난 1989년부터 지금까지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초동 대처 위한 대책 ‘연기감지기

조선호텔에서는 간혹 각 객실에서 화재발생 신호를 발생한다. 투숙객이 화장실 문을 개방한 상태에서 샤워를 하면 객실 내 연기감지기가 수증기를 연기로 오인하면서 발생되는 현상이다.

조선호텔 이희대 방재과장은 “연기감지기의 경우 수증기 등에 따른 오작동이 발생되기는 하지만 초동 대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면서 “전 객실에 연기감지기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를 위해 열감지기를 설치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조선호텔에서는 모든 객실과 복도 등에 연기감지기를 사용 중이다. 보다 빠른 화재 감지를 통해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이다.

이희대 과장은 “아직 객실 하나하나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주소형 화재감지기가 설치되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보완으로 연기감지기가 작동한 객실 앞에 램프가 들어오도록 하는 장치를 적용시켰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치가 없었을 당시에는 연기감지기가 작동했을 때 그 층에 있는 객실을 하나하나 두드리며 확인하는 등 조치가 어려웠다.

이 과장은 “차후에도 시설물의 보강을 통해 최근 보급되고 있는 주소형 방식의 화재감지기 등 첨단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방 화재 '덕트까지 보호한다'

▲ 주방 조래대 상부와 덕트내부에 설치된 소화시스템     © 최영 기자
호텔 내 주방 조리대에는 화재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자진설비 개념의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조리대 상부에 위치한 덕트를 통해 화재가 전이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자진 구축한 시스템이다.

스프링클러 설비와 비슷한 개념으로써 물입자를 미세하게 분사하는 분무형식의 이 시스템은 조리대와 직결된 상부의 덕트 내부까지 배관이 연결되어 화재 발생 시 버튼을 눌러 조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음식점 같은 대형 주방에는 조리대 상부에 환기구가 설치돼 있는데 환기구를 통해 연결된 덕트는 상부층은 물론 건물 내부까지 이어져 있어 화재가 확산되거나 초기 진압이 불가능해지는 등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희대 과장은 “호텔에서 불을 많이 사용하는 주방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데 후드 앞 부분까지만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되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적용된 것”이라면서 “안개입자로 형성된 물이 방사돼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투숙객 안전위해 대피 마스크 비치

▲ 객실내 두 개씩 비치한 화재대피용 마스크     © 최영 기자
조선호텔에서는 최근 각 객실마다 화재대피용 마스크를 두 개씩 비치했다. 과거 1984년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방연마스크를 갖추고 있었지만 성능상의 문제가 나타났고 일정 기간이 지나 이번에는 국산 제품을 채택해 비치했다.

이희대 과장은 “숙박객의 안전을 위한 대피용 마스크를 설치하기 위해 필터 기능과 난연성을 체크하는 등 실질적으로 직접 테스트까지 해 봤다”면서 “국내의 KS인증과 유럽의 CE인증을 획득한 국내 제품이 있는 것을 접하게 돼 기존 제품을 모두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는 화재를 통해 발생되는 유독가스나 연기의 질식사를 위한 대책으로 각 객실의 투숙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객실 내 비상장비함에 소화기는 물론 휴대용 비상조명등, 완강기 등과 함께 비치되어 있다.

이희대 과장은 “저층에서 화재가 발생되더라도 연기가 상부층으로 확대되면 투숙객의 호흡기를 보호해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화재 막는 가스소화설비!

▲ 전기시설에 설치된 가스소화설비     © 최영 기자
조선호텔에는 변전실과 기계실, 전산실 등에 50여개의 할론 소화약제를 사용하는 캐비넷형 자동소화기기가 설치돼 있다. 각종 전기 시설에서 발생되는 쇼트 등 전기화재에 대비한 시스템이다. 일부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정 면적보다 작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법에서 명시한 대상물은 아니다.

이희대 과장은 “가스소화설비는 전기 및 통신시설, 전산장비 등의 화재를 대비해 자진설비 개념으로 설치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캐비넷형 자동소화기기가 설치된 곳들은 대부분 공간 전체를 방호하기 보다는 판넬내부의 집중적인 소화를 위해 국소방출식으로 적용됐다.

과거 판넬 내부에 설치되는 소화장치가 보급되지 않았을 당시 변전시설이나 통신장비 내부에 배관을 연결하고 방출 헤드를 넣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도록 고안한 시스템이다.

이 과장은 “최근에는 환경적 문제가 없는 청정소화약제를 사용한 소화시스템으로 교체한 곳도 있다”면서 “변전실과 같은 전기화재의 확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30여년의 세월…안전이라는 습관을 끌어내다‘
인터뷰 -웨스틴 조선호텔의 안전 파수꾼 이희대 과장

1982년도 조선호텔에 입사한 이희대 방재안전과장은 3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조선호텔의 소방시설을 변화시켜 온 주역이다.

조선호텔은 1970년도 새 건물의 준공 당시 지금과는 비교적 미흡한 제도의 적용을 받았다. 때문에 그는 사소한 시설부터 중요시설까지 부족한 부분을 찾느라 바쁜 세월을 보내 왔다.
하나하나 보강을 거치고 개선한 끝에 현재의 조선호텔 소방시설을 구축하는데 이르렀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희대 과장은 “그 때만 해도 법이나 규제 등이 상대적으로 미미했기 때문에 선진 사례를 찾고 사고사례 등을 살펴보면서 개선점을 찾아왔다”며 “교육에 있어서도 처음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많은 것이 달라져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입사부터 지금까지 직원들의 안전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여 온 장본인이다. 1986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해 왔지만 시작 당시에는 참여율이 50%에도 못 미쳤다. 타 부서 직원의 참여율이 저조하면 방재실 또한 해당 부서 업무에 협조하지 않는 등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해 안전교육의 참여를 독려해 왔다.

이러한 열의 덕택에 지금은 98% 이상이 자발적으로 훈련과 교육에 참여하고 있고 어느새 직원의 머릿속에는 ‘안전’이라는 단어가 뿌리 깊게 새겨졌다.

그는 “안전이라는 중요성을 습관에서부터 지켜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의식이 높아지는 만큼 우리나라의 화재안전도가 향상되고 세계적인 호텔로서 많은 투숙객의 안전도 지킬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위상을 지닌 호텔의 안전관리자라는 의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과장은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조선호텔의 안전분야를 맡아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뿌듯하다”면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안전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따라주는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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