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이 근원… ‘범죄’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도 한 몫 수법은 날로 지능·기업화 되고 불황 때는 생계형까지 기승 근본 대책으로 보험사-경찰 수사공조 필수 유럽 속담에 “해적은 지중해의 바다에서 태어났다”는 말이 있다.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 심지어 근세까지도 지중해를 둘러싼 역사에서 해적이 성행하지 않은 적이 없다 보니 “저기에 바다가 있으면 당연히 해적도 존재한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보험사기 역시 사실상 보험의 탄생과 동시에 태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대적인 보험의 개념이 정립된 이후로 현재까지 보험사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마치 불가분의 쌍둥이처럼, 노아의 방주에 함께 올라탄 ‘선과 악’처럼 보험이 있는 곳에 보험사기도 존재한다. ■보험사기 현황 그러면 이토록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보험 관계자들은 “보험의 근본적인 속성, 사행성에 그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은 그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볼 경우 수백만원의 보험료를 내고도 절반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고, 적은 보험료를 납입하고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사행성은 그간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 수없이 나왔듯 ‘한탕주의’를 유발해 보험사기로 이어진다. 문제는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생활고에 지친 사람들이 한탕의 유혹에 쉽게 무릎을 꿇는, 이른바 ‘생계형 보험사기’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금액만 약 3305억원에 달하며, 적발인원은 5만4268명이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29.7% 및 32.3%씩 급증한 수치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진 탓에 생계형 보험사기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보험금을 노리고 다른 차량을 고의로 추돌한 사고(146억원)가 122%, 방화(117억원)는 205.5%나 늘어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함을 짐작케 했다. 보험 종류별로는 자동차보험이 67.7%로 2/3 이상의 비율을 기록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고액의 보험금이 욕심나도 막상 자신의 몸을 해하기는 망설여진다. 그러나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거부감 없이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보험사기의 태반을 자동차보험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화·조직화되는 보험사기 최근 보험사기의 경향에서 특히 우려할 만한 부분은 기업화·조직화이다. 손해보험협회 손해보험공익사업부의 김성 보험조사팀장은 “인터넷으로 공범자 모집, 중고등학생들의 사기행위 참여 등 보험범죄가 급속도로 집단화·조직화되어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한 조직의 일원이 되어 제한적인 롤만을 수행할 경우 설령 그 최종적인 결과가 범죄행위로 이어진다 해도 죄책감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나치의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돌아보면, 결국 집단의 일원으로서 거대한 목표의 극히 일부분만을 수행했다는 점이 개인의 죄책감을 상당 부분 경감시켰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사람이 다치지 않는 보험사기는 더욱 쉽게 행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인터넷에서 만난 사이라면,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이나 비판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김 팀장은 “이런 식의 기업형 보험사기는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아 연쇄범죄로 이어지게 된다. 또 인터넷으로 새로운 동료를 구하는 탓에 매번 구성원이 달라져 적발 역시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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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한 인식 보험사기가 일어나는 자체는 사행성 때문에 완전히 끊기 어렵다. 그러나 답답한 부분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보험사기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제대로 된 적발 및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사기에 대한 일반의 인식 및 관련 시스템이 문제시되고 있다. 충격적인 부분은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이 얼마나 많은데, 돈 많은 보험사에게 보험금 좀 더 받았기로서니 무슨 큰 죄냐?”, “나쁜 건 보험사다. 보험금 지급심사 까다로워 미치겠는데, 당당히 돈을 받아낸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는 등 보험사기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인식이 많았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와 금융감독당국은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보험사기는 엄연한 사회적 범죄행위이며,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의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보험’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25~65세 성인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4~36%가 “보험사기를 용인할 수 있다”고 답해 충격을 안겼다. “사고를 당한 김에 다른 질환까지 치료하는 편승 치료 등은 당연한 것”이라는 응답은 30%를 넘어 보험사기를 범죄가 아닌 것으로, 보험금을 단순히 ‘공짜로 받는 돈’으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계약자들의 불만이 많음”을 지적하면서 “보험금 수준이 적절하다고 인지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보험금 불만족지수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보험약관 역시 계약자들의 민원 및 보험에 대한 불신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스템의 부재 보험사기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적발하기 위해서는 현장(병원 및 정비업체)-보험사-경찰로 이어지는 공조 시스템이 필수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선진국에서는 이미 병원 및 정비업체와 “필수적이지 않은 장기입원 지양”, “적절한 수리비 청구”,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례 신고” 등 협조 체제가 잘 자리잡혀 있다. 또 미국에서는 보험사기와 관련해 보험사 측에 사고 조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 참여 및 자료열람권 등이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공조 체제가 미약해 보험금 누수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의 7~80%를 보험사에서 적발하는데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수사 자료열람권 등이 보장되지 않아 보험사는 경찰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현재 필요할 경우 보험사 측에서 경찰에 수사와 관련한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제공 여부가 경찰의 판단에 달려 있고, 모든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아 보험사는 속을 끓이고 있다. 병원 및 정비업체와 관해서는 “결국 보험사와 대립하는 관계”란 것이 정설이다. 당장의 수익을 중요시하는 병원이나 정비업체는 “누구의 돈이든 상관없다. 오히려 보험금으로 비용을 충당한다면, 소비자들의 지출이 더 과감해지므로 환영한다”는 행태를 자주 보여 까다로운 심사에 나서는 보험사 조사관과 충돌하고 있다. 보험사기와 관련해 신고포상금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공조 시스템 필요 이에 따라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자료 공유 등을 비롯한 보험사와 경찰의 효과적인 공조 시스템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김성 손보협회 보험조사팀장은 “강호순 사건 이후 ‘보험사기 합동조사반’이 결성돼 경찰-금융당국-보험사간에 원활한 협조가 이루어지면서 보험사기 적발 및 처벌에 큰 도움이 됐다”며 “올해 12월까지로 예정된 합동조사반의 존속기간 연장을 비롯 공조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경찰이 교통사고 등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수사를 벌이면, 예비 범죄자들의 경각심을 자극해 보험사기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병원 및 정비업체의 보험사기 가담자들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 좀더 무거운 형사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안재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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