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특수건물 확대로 화재보험 대상 추가 - 변신 중

Dr.risk 2010. 4. 6. 20:07

     

2010-04-06 

지난 2월 노래방, PC방 등 다중이용영업소와 운수시설을 특수건물로 분류해 화재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이하, 화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는 금융위원회가 화보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하는 등 후속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수건물이란 화재발생에 따른 피해가 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건물로 화재보험 가입뿐만 아니라, 배상책임보험 특약에 의무적으로 추가 가입해 타인에 대한 신체상의 손실을 대비해야하는 건물을 지칭한다.

현재 특수건물로 분류된 대상은 ▲ 연면적 1000㎡ 이상인 국유건물▲연면적 3000㎡이상 인 병원·학원·숙박업소·농산물 도매시장 ▲높이 16층 이상인 아파트 등의 공동건물▲높이 11층 이상인 지방자치단체의 소유가 아닌 건물 등이다.

조만간 시행령이 발표되면 의무가입 대상의 전체적인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나, 이미 일부에서는 화보법 개정에 따른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을 연면적이 600㎡ 이상인 5만여 곳의 다중이용시설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에서는 업종 별로 화재발생의 위험도가 다른 만큼, 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대상의 규모에 대한 선정기준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보험업계는 만일 현재의 추정 규모가 그대로 반영될 경우, 화보법 개정이 화재보험 시장의 저변을 확대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화보법 개정으로 손해보험업계 뿐만 아니라 화재보험협회, 재보험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그동안 실손보험의 보장한도 축소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자동차보험의 포화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화재보험 등 일반보험 시장에 대한 개척의지를 불태워왔다. 그러나 화재보험 가입의 경우, 소비자들의 인식이 넓지 않아 새로운 시장으로서 성장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손보업계의 시장개척 의지에 비해 화재보험 시장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화재보험 가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걸쳐 손해보험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한 ‘다중이용영업소의 화재위험 인식 및 가입현황’에 대한 조사보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코리아리서치의 이미용·음식점·소매업(약국 등의 판매점)등 상시근로자 2인 이상의 다중영업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소상공인 중 50.1%만이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 다중영업소 2곳 중 1곳이 화재보험 사각지대로 드러났다.

또한 7대 광역시 및 경기도의 연립·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화재보험 가입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9.3%만이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어 화재위험에 대한 대비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는 다중이용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실화배상책임특약)에 미 가입해 있어 주택가구의 84.4%, 소상공인의 72.5%가 ‘실화책임배상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해 전혀 인지하니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화책임배상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07년 8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경과실로 인한 화재로 인접 점포나 건물에 연소피해를 낸 경우에도 배상책임을 지도록 실화자의 책임이 강화된 것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화보법 개정이 보험업계 뿐만 아니라, 화재보험 가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해 일반보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다.

그러나 다중이용시설의 의무보험 추진을 바라보는 손보업계의 목소리가 밝게 격양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다. 다중이용시설 자체의 리스크가 높아 신계약 체결로 단기간 수익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하더라도 화재 발생에 따른 보험금 지급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중이용시설이 특수건물로 편입되고 나면 화재보험 시장의 규모 자체가 확대되는 것은 분명하나, 해당 가입대상이 조건상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연쇄적인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해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재정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손보사들이 언더라이팅 과정에서 아무리 우량물건 인수에 만전을 기한다고 하더라도, 회사들의 손해율 관리가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대부분 해당 건물들의 방재시설이 낙후되어 있어 우량물건의 인수에만 보험사들이 집중해 과당 경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로 화재보험 시장의 새로운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면서도 “그러나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화재안전설비 설치가 미흡하고 연쇄적인 화재 번짐 가능성이 높아 보험사들의 재정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부에서는 일정범위의 위험물건을 재보험에서 인수해 보험사들의 재정 부담을 분산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재보험은 보험회사가 인수한 보험계약에 대한 2중 안전장치로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분산시켜주는 제도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국민의 재산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여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자본·지식집약형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경을 초월하여 경쟁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로서, 국내 재보험 시장은 1993년부터 개방되어 현재 외국계 대형 재보험회사가 진출하여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시장경쟁 속에서도 코리안리재보험(주)이 65%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의 초기 화재보험의 재보험 가입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원보사 간에 금융기관화재보험 공동인수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어 같은 해 5월 15일 재무부의 지시에 따라 대한재보험공사(코리안리의 사명 변경 전 명칭)와 금융기관화재보험 공동인수사무소 간에 재보험 특약이 체결됐다. 이 같은 재보험 운영으로 국내 재보험 체제가 확립되어 당시 외국차관 및 합작에 의해 건설되던 대규모 산업시설의 국내 보험가입이 가능해졌고, 이로써 손해보험업계는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났다. 현재 사회 전반에서 화재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는 ‘재난종합보험’의 출현은 장기적인 과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에서는 재난
종합보험의 시대적 과제가 앞으로 화재보험 재보험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줄 것이라는 주장한다.

지난해 국회 금융정책연구회가 주최한 ‘보험제도 개선을 통한 사회안전망의 개선방안 : 다중이용시설의 위험관리 강화를 중심으로’라는 토론회에서도 재난종합보험이 아직까지 국내의 보험현실상 시기상조인 감은 있으나, 앞으로 다중이용시설의 책임보험 도입을 시작으로 화재뿐만 아니라, 폭발, 붕괴를 보장하는 재난종합보험의 출시가 장기적인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당시 제안됐던 다중이용시설의 화재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주장이 실제적인 법 개정을 통해 내년 1월부터 다중영업소에 적용돼 이 같은 주장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번 의무보험제도의 도입으로 화재 피해자 보상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화재예방을 위한 안전점검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화보법 시행령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적지만, 다중이용시설이 화재보험의 의무가입 범위 안에 포함돼 기존부터 실시해온 안전점검과 특수건물에 대한 보험할인율 조사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점검자들에 대한 인력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혜미 기자 hamtory569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