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죽이는 소방장비 국고지원 절실 | |
- 아파트 고드름 제거하다 소방관 순직 - 내구연한 넘어버린 노후 고가사다리차 - 잇따르는 장비 사고 정부차원 대책 시급 - 네티즌, 100만인 서명운동 돌입! 애도 물결 | |
내구연한을 훌쩍 넘긴 노후 소방차량을 이용해 고드름을 제거하다 사망한 소방공무원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방장비 노후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소식을 알리지면서 네티즌들은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22일 오후 5시 15분경 광주광역시 월공동에 위치한 아파트 12층에서 고드름 제거작업을 벌이던 소방공무원이 고가사다리차 승강기를 연결하는 와이어가 갑자기 끊어지면서 20m 아래로 추락,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타고 있던 두 명의 소방관은 안전장구와 바스켓에 고정하는 벨트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끊어진 승강기 바스켓이 통째로 추락하는 바람에 20m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고가사다리차에 타고 있던 이석훈 소방교(36)가 숨지고 노은호 소방사(28)가 다리 골절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 아고라’를 통해 소방장비의 국고지원 비율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5,500여명이 넘는 이들이 순직한 故이석훈 소방교를 애도하고 있다. (서명운동 바로가기) 소방방재청은 이번 사고의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 제도개선과 노후차량 교체사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24일 공식발표했다. 원인 규명을 위해 특별조사단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정부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사고원인을 분명히 밝혀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된 제작업체가 수리 및 교체한 차량부터 기타 위험성이 높은 노후차량에 대해 우선적으로 비파괴검사 등 일제 점검을 추진하고 내용연수 초과 차량은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관련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 시도별 특별심의위원회 및 소방장비 검수 및 검사센터의 정밀점검과 해체검사를 통과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인정토록 할 예정이다. 또 소방방재청은 노후차량 교체를 위해 정부에서는 국고보조를 확대할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중인 관련법령이 조속한 시일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잇따르는 소방장비 안전사고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고가사다리차는 지난 1992년 제작돼 소방방재청이 준용하는 내구연한을 5년이나 넘긴 노후 소방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같은 소방장비의 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5월 18일 서울 원묵초등학교에서 8년 5개월 된 굴절사다리차를 이용해 대피체험을 하던 학부모 3명이 24m아래로 추락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역시 탑승바스켓을 지지하는 와이어가 절단된 사고였다. 또 지난 2009년 4월에는 경기도 소방본부에서 11년된 굴절사다라차의 용접부위 파손으로 인근 주차장의 차량을 손상시켰고 지난 2005년에는 경기도 군포에서 13년된 노후 고가사다리차가 화재현장에 출동했지만 사다리가 펴지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우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출고 2개월된 고가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2월에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산모를 이송하던 구급차의 시동이 꺼져 출혈과다로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소방장비 사고가 잇따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예산과 관리체계의 부실이 꼽히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소방업무가 지방사무로 인식되고 있어 현재 소방분야에 투입되는 국고지원 비율은 1.2%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67%와 비교할 때 터무니 없이 낮은 비율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산관련 부처는 소방분야의 경우 지방사무의 성격이 강해 지자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도출된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현재 소방차량 노후율은 29.7%에 육박한다. 최근 소방방재청이 소방차량의 내구연한 주기를 늘려 노후율을 16%대로 줄여 놓았지만 이조차 노후율 축소만을 위한 ‘여론 무마용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국회에는 소방장비의 국고지원을 위해 관련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소방장비의 국고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방장비의 사고를 부르는 또하나의 원인은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의 부재이다. 사고 현장 최일선에서 사용되는 장비는 지속적인 관리와 정비가 중요하지만 고가사다리차나 굴절사다리차 등 매우 특수한 기술력이 집약된 장비조차 소방관의 일상적인 점검과 육안검사만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소방방재청은 소방장비의 도입부터 불용까지, 총체적인 장비관리 방안으로 ‘검사 및 검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난해 국고지원 신청 예산인 55억마저 반영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소방용품 검정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자체 예산으로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예산이 뒷받침 되지 못하다 보니 가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은 소방청 내 ‘정비창’이라는 조직을 통해 육안검사가 아닌 차량의 해체검사 등 전문적인 관리체계를 정립하고 있다. 11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일본의 소방정비창은 연간 1,800대의 차량과 83,000점의 장비를 정비하고 미국과 독일 등은 월 20여대의 소방차량 정비 능력을 갖춘 정비창을 운영중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도 소방장비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정립하기 위한 소방방재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중앙 정부차원의 예산지원이 순조롭지 못해 소방장비를 사용하는 일선 소방관의 피해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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