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식평가

실물화재 훈련과 재현: 효과적인 훈련에서 충실한 재현의 역할- Ⅰ

Dr.risk 2022. 6. 20. 21:32

지난 호에 실린 ‘실화재 훈련의 득과 실’에 이어 실물화재 훈련에 관한 주제를 이어받으려 한다. 1980년대 후반 두 명의 스웨덴 진압대원이 플래시오버 상황에서 순직했다. 이 일을 계기로 ‘구획실’ 내에서 임박해오는 플래시오버를 비롯한 화재 역학과 화재 성상에 대해 인식하는 훈련이 부족했다는 합의가 도출됐다.

 

이에 커리큘럼이 하나 개발됐다. 컨테이너를 사용해 실제처럼 내부를 꾸며놓고 통제된 조건에서 실제 같은 플래시오버를 만들어 대원들을 훈련시켰다. 이게 바로 구획실 실화재 훈련(CFBT)의 시작이다. 실화재 훈련은 여러 개의 컨테이너를 사용하고 넓은 구획실을 표현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CFBT 이론 창시 멤버이자 CFBT-US를 대표하는 Ed hartin의 ‘Live Fire Training as Siumulation(실물화재 훈련과 재현)’이라는 글과 외국의 실물화재 훈련의 교과서로 사용되는 ‘Live Fire Training Principles and Practice’의 공동저자 Dave Casey가 Fire Engineering에 연재한 ‘실물화재 훈련에서 컨테이너의 사용’이라는 글을 번역하고 다듬었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Ed hartin의 글은 2009년쯤 쓰여 이후 10여 년 동안 많이 발전한 실물화재 훈련 시설과 교수 기법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실물화재 훈련에 재현이라는 메타개념을 적용하는 점을 관심 있게 읽어주길 바란다. 앞으로 한국형 실물화재 훈련을 만들어내는 데 들어갈 다양한 노력과 상상력에 자그마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구획실 화재 조건이 갖춰진 건물 내부에서 소방관이 불과 맞서는 상황은 드물게 일어난다. 이는 매우 위험한 활동이기도 하다.

 

따라서 효과적인 훈련은 상황에 맞는 전략적, 전술적인 결정을 도와줄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기술 숙련도를 높여 위험성을 감소시켜 현장 환경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화재 훈련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보기 힘들뿐더러 이에 대한 답도 찾기 힘들다.

 

▲ [그림 1] 훈련에서 현실화재로(출처 Ed hartin)


이해하기 그리고 적용하기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짜임새 있는 화재 진압에는 대원과 지휘관 모두 화재 역학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각자의 임무와 전술에 능숙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화재 역학과 각자의 임무, 전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대원과 지휘관은 화재 현장에서 지식을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훈련장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현장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작업은 실제로 큰 노력이 필요하다.

 

대원과 지휘관은 급박한 현장에 출동해 활동하기 전 화재 진행단계를 예상하고 이에 맞춰 중요한 결정을 내린 후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감 나게 실제를 재현한 훈련은 화재 역학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를 돕고 기술의 숙련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생들이 현장 상황 조건들을 읽어내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된다.

 

긴급한 상황에서 대원들은 종종 건물이나 거주자, 내부 가연물, 화재 성상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 가진 채 현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제한된 정보는 대원의 위험도를 높인다. 하지만 훈련장에서는 좀 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

 

2009년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 화재 교관 워크샵에서 스웨덴 재난청(the Swedish Civil Contingencies Agency)의 Stefan Svensson 박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우리는 교육생들에게 실제 화재와 훈련용 화재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이 질문은 컨테이너나 훈련용 건물, 버려진 건물에서 실제로 불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주택이나 아파트, 상업용 시설에서 난 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사실에 비출 때 꽤 흥미롭다.

 

훈련이 제대로 기획되지 못하면 오히려 화재 현장에 대한 부적절한 관점을 심어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린 위험을 어느 정도 조절하면서 최대한 현실에 가까운 화재 성상을 이해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차이점은 뭘까?

훈련장에서 만나는 구획실 화재는 급박한 현장에서 맞이하는 구획실 화재와 구획실의 특성, 가연물, 환기 상황, 열 방출률, 시간에 따른 화재 진행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화재 역학적인 차이와 더불어 대원과 지휘관은 상황의 긴박함과 즉각적으로 조치해야 하는 사회적 기대감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추가로 받는다.

 

버려진 건물이나 구조물을 제외하고 훈련용 건물은 계속 재사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것과는 다르다.

 

실물화재 훈련에 견디도록 설계된 건물의 구조적 특성은 현실의 건축물과는 상당히 다르다. 화재 성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밀도, 열 전도성, 비열 수치가 훈련용 건물과 실제 거주용 건물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 [그림 2] 화재 성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구조적 특성(출처 Ed hartin, (왼쪽부터) 석고보드로 내부 마감한 버려진 건물, 고온에 견디는 세라믹으로 내부 마감된 훈련용 석조건물, 골진 철판으로 내부 마감한 철제 컨테이너)

 

훈련용 건물은 구획과 환기 측면에서도 거주용, 상업용 건물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실물화재 훈련시설은 주로 방 크기의 화재구획실을 만들어내는 설계를 한다. 이렇게 되면 빠른 화재 진행이 가능하고 초기비용과 지속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재 성상과 화재 전술의 측면에서 다소 넓은 공간이나 층고가 높은 공간은 다른 접근을 해줘야 한다. 현대식 건축물들은 오픈플로어플랜1)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훈련장에서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또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요즘 건축물들은 환기가 많이 제한되지만 훈련용 시설은 사용하면 할수록 공기가 많이 유입된다.

 

이렇게 되면 화재는 거의 환기 지배형을 띄게 되며 환기를 통한 연소 가스(연기) 점화가 화재의 중심이 된다. 실제 건축물에서는 유리창 파괴 또한 중요하게 예상해야 하는 요소다. 갑작스러운 환기가 화재 성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훈련장에서는 예를 들어 내구성이 좋은 철로 된 창문을 설치함으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인 환기 상황만 제시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유리창 파괴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못한다.

 

구조적인 특성이나 구획ㆍ환기 상황이 훈련용 건물과 실제 건축물과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가장 유의 깊게 봐야 할 차이는 가연물의 종류와 수량, 배치다. 실물화재 훈련에 대한 표준을 담은 NFPA 코드 1403(2007년 기준)에서는 가연물에 대해 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NFPA 1403(2007년 기준) 버려진 건물에서 사용되는 가연물


4.3 가연물


4.3.1 실물화재 훈련에서 사용될 가연물은 연소 특성에 대해 잘 알려져 있으며 가능한 통제하기 쉬워야 한다.


4.3.2 구조물 주변에서 발견된 알려지지 않은 물질 중 이상연소나 갑작스러운 반응 또는 환경이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물질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4.3.3* 가압식 방부목, 고무, 플라스틱, 농약 처리나 유해화학물이 첨가된 건초는 사용해선 안 된다.


4.3.4* 가연물은 계획된 만큼의 화재를 내기 위한 양을 사용해야 한다.


4.3.5 화재하중은 통제할 수 없는 플래시오버나 백 드래프트를 발생시키지 않을 정도로 제한돼야 한다.


4.3.6 NFPA 코드30에 정의된 가연성 액체는 버려진 건물을 이용한 실물화재 훈련에서 사용돼선 안 된다.


4.3.7* 총괄 담당 교관은 선택된 화점실에 대해 화재 성장과 진행, 그리고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평가해야 한다.


4.3.8* 총괄 담당 교관은 다음과 같은 화재하중 요소를 기록해야 한다.


(1) 가구
(2) 벽과 바닥 마감재와 천장 마감재
(3) 지붕 구조와 연소 가능한 빈 공간을 포함하는 건축물의 구조
(4) 방의 크기

 

 

NFPA 코드 1403에서는 MDF보다 낮은 밀도의 가연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4.2.10.5). 의도치 않은 자연발화를 예방하기 위해 훈련에 정해진 양보다 많은 가연물을 저장해놓는 것 또한 금지한다(4.2.17). 앞에 제시된 내용이 버려진 건물에서 진행하는 훈련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코드 1403에선 훈련을 위해 지어진 건물의 가연물 조건과 가스 사용제한에 대해 유사한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코드 1403에서 특정하는 가연물 대부분은 실제 훈련 중 순직사고와 관계돼 있다. 코드 1403에서 제시한 특정 가연물과 제한사항을 보면 대다수 현실의 거주공간이나 상업공간과 가연물(특히 합성물질)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화재 하중 또한 훈련 상황보다 실제 현장이 훨씬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구조적인 특성이나 환기 상황, 화재하중의 차이는 훈련과 실제의 화재 역학에서 많은 차이를 낳는다. 이는 구획실 화재 훈련(CFBT)에 얼마나, 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충실도

구획실 화재 훈련(이하 CFBT)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지만 버려진 폐건물에서 훈련이 진행돼도 실제와 같은 화재를 만들어 낼 순 없다. 모든 CFBT는 모의상황이다. 모의상황이 현실을 반영하는 정도는 충실도2)로 표현할 수 있다.

 

CFBT는 넓은 스펙트럼의 모의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실제 불을 사용하지 않고 사진이나 비디오를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돌 하우스(Doll house)처럼 작은 규모의 소품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구획실을 이용해 불을 지필 수도, 버려진 건물에서 훈련할 수도 있다. 각각 다른 충실도를 제공한다.

 

충실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할 수 있다. 간단한 접근법 중 하나로 물리적 충실도와 기능적인 충실도([그림 3] 참조)를 이용할 수 있다. 물리적 충실도는 시각ㆍ촉각적으로 비슷한 정도를 나타낸다. 기능적 충실도는 실제와 얼마나 비슷하게 작동하는지 정도를 나타낸다.

 

▲ [그림 3] 두 가지 차원의 충실도 모형(출처 충실도 vs 비용 그리고 모형과 모의 상황이 주는 효과에서 발췌 Duncan, 2007)

 

충실도의 척도를 단순히 낮음, 중간, 높음 단계로 묘사하는 건 명확성을 주지 못한다.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을 여러 가지 차원에서 설명해야 좀 더 유용한 척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떤 측정법과 어떤 차원의 척도를 적용해야 할까?

 

구획실 화재 모의상황에서는 건물(Buliding)과 연기(Smoke), 공기 유동(Air Track), 열(Heat), 불(Flame) 등 B-SAHF 다섯 가지 지표가 가장 중요한 물리적 충실도의 요소가 된다.

 

충실도의 중요한 요소로 문과 유리(개방 메커니즘)의 특성을 포함할 수 있다. 호스, 관창, 화재 성상에서 가스냉각, 표면냉각과 같은 전술의 영향도 포함할 수 있다. 실제 급박한 현장과 가장 유사하게 진행하는 방법은 버려진 건물에서의 훈련이겠지만 동시에 교육 참가자들에게 가장 큰 위험부담을 안겨 주게 된다.

 

표면적으로 보면 충실도가 높아지면서 교육 효과와 지식ㆍ기술이 잘 전달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모의상황은 현실의 모방일 뿐이며 “모든 모형은 잘못됐고 몇몇 모형은 유용할 뿐이다”(Box&Draper, 1987, p.424).

 

여러 방면으로 충실도는 중요하지만 모의상황으로 얻고자 하는 교육목표에 따라 그 중요성이 결정된다. 사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부분만 제대로 모의상황을 꾸렸다면 여러 부분을 현실과 비슷하게 재현한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부 진입절차의 기술과 일련의 과정을 가르칠 때 ([그림 4] 참조) 연기와 열이 없는 일반적인 문에서 하는 게 실제 화재 상황에서 하는 것보다 낫다. 한편 문 앞에서 화재 성상을 파악하고 내부상황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교육은 완전히 다른 맥락의 요소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우린 현재 훈련과정에 대해 단순히 중구난방식의 의견과 과거의 고작 몇 차례 경험으로 효율성과 비효율성을 따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 퍼즐을 푸는 열쇠는 명확하게 의도하고자 하는 교육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들을 정하는 거다.

 

▲ [그림 4] 내부 진입절차 훈련(출처 Ed hartin)


질문

몇몇 대원과 지휘관은 버려진 건물에서 실제 사용하는 가연물이 주는 화재하중을 갖고 훈련하는 게 현장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건 물론 효과적으로 기술을 습득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물화재 훈련에 관한 표준을 담는 NFPA 코드 1403에선 가연물과 화재하중에 대해 구체적인 제한사항을 두고 있다.

 

어떤 소방본부에서는 실물화재에서 A급 화재용 가연물 사용을 금지하고 가스만 이용하기도 한다(실물화재 훈련을 아예 시행하지 않는 곳도 있다). 대부분 소방본부는 예산문제로 한가지 타입의 실물화재 훈련장을 갖고 있다. 이는 몇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낳는다.

 

ㆍ어느 정도의 재현 충실도가 있어야 안전하고 효과적인 현장 활동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배양할 수 있을까?

 

ㆍ1) 구획실에서의 화재 진행단계 이해 2) 치명적인 화재 성상 감지를 포함하는 위험성 평가 3) 적합한 화재진압 기술 선택 4) 위험한 현장 환경에서도 자신 있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배양 5) 관창 조작기술 습득 6) 진압 전술 효과에 대한 평가 등과 같이 다양한 교육목표를 만족하기 위해 어떤 요소의 충실도에 집중할 건가?

 

ㆍ실물화재 훈련이 이런 교육목표를 달성하는데 유일한, 가장 효율적인 모의훈련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모의상황으로 요구되는 충실도를 제공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어떤 모의상황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나 아니면 실물화재 훈련에 함께 사용해 충실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화재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극한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행능력을 보여주려면 실전과 같은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실전 같은 훈련에는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극한의 상황이 제공된 훈련에서 효과적인 수행결과를 내려면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a) 교육생들은 제시된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훈련 상황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노출되고 익숙해져야 한다; 스트레스 요인들은 훈련과정에서 안내돼야 하고 (b)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c) 훈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기술을 익히는 데 가능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Friedland & Keinan, 1992, 157).

 

충실도의 다양한 차원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모의상황으로서의 실물화재 훈련에 대한 실질적 토론의 시작이 된다. 또 안전하고 효과적인 화재 진압 교육의 매우 중요한 요소를 제공한다.

 

충실도의 차원

▲ [표 1] 비행 모의장치 하위개념에서 충실도 특성(출처 비행 모의상황 충실도를 위한 필수사항(인적요소) 핸드북 Rehmann, 1995)

앞서 언급했듯이 충실도는 모의상황 내에서 물리적인 특성과 기능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적용될 수 있다([그림 3] 참조). 하지만 이 단순한 모델을 실물화재 훈련에 적용하는 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아래는 물리적, 기능적 충실도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해 특정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필수요소들을 정리해놨다.

 

비행 모의상황 충실도를 위한 필수사항(인적요소) 핸드북과 Rehmann(1995)에선 비행 모의상황의 세 가지 목적을 서술하고 있다. 

 

1) 구체적인 기술에 대한 연습을 제공할 것 

2) 업무와 관계된 지식을 습득하고 사용하도록 할 것 

3) 전체 시스템이나 새로운 컨셉을 평가할 것 

 

위 세 가지 목표를 각각 만족하는 충실도를 위한 필수사항들은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충실도는 모의장치 자체와 참가자, 그 외 관계된 모의장치 외부적인 측면에도 적용된다.

 

비행 모의장치의 경우 조종석, 오디오, 장치조작과 같은 모의장치 하위개념에 대해 [표 1]처럼 각각 세부적인 충실도에 대한 특성을 갖는다.

 

비행 모의상황과 CFBT 모의상황은 매우 다르지만 둘 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차원을 갖고 있다. 비행 모의상황은 파일럿 훈련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이 화재 훈련에 직접 적용되지 않더라도 화재 현장 활동 모의상황이 적용된 실물화재 훈련을 연구하고 충실도를 정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다.

 

흥미로운 퍼즐
앞서 물리적 충실도는 시각적ㆍ촉각적으로 비슷한 정도를 나타내고 기능적 충실도는 실제와 얼마나 비슷하게 작동하는지 정도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최근 스웨덴 재난청의 Roy Reyes 씨가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화재 성상에 관한 교관양성 과정을 진행하면서 나온 흥미로운 문제 하나를 던져줬다. [그림 5]을 보고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하나는 간단한 질문이고 하나는 좀 더 구체적이다.

▲ [그림 5] 화재 성상이 구현되는 걸 지켜보는 참가자들(출처 Ed hartin)

 

1. 사진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2. 화염은 왜 뜨거운 가스층이 있는 상부 전체에 생기지 않고 가운데에만 생길까?

 

물리적, 기능적 충실도는 대원들이 화재 성상을 이해하고 진압기술을 적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 Roy가 제시한 두 개의 질문 역시 생각해볼 만하다. 하지만 두 개의 근본적인 질문이 더 생긴다. 

 

1) 이 컨테이너 기반으로 구현된 화재 성상은 실제 화재를 얼마만큼이나 반영할 것인가? 

2) 이게 중요한 문제일까(훈련에 정해놓은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데)?

 

물리적 충실도

물리적 충실도는 시각ㆍ청각ㆍ촉각적 단서를 제공해 상황이 인지되는 정황을 유지해준다. 추가로 물리적 충실도는 대원들이 모의상황을 실제로 인식하게 하는 주된 요소다.

 

물리적 충실도의 개념은 단순하다. 하지만 구획실 화재환경을 생각해보면 곧바로 복잡하게 변한다. 물리적 충실도는 대원 개인 보호장비, 진압장비뿐 아니라 시각ㆍ청각적 요소, 공간의 온도 측면도 포함한다.

 

▲ [그림 6] 물리적 충실도 마인드맵(출처 Ed hartin)

 

[그림 6]은 물리적 충실도를 한눈에 보기 좋게 단순화한 거다. 각각의 개념들은 좀 더 정제되고 다듬어져 화재 훈련의 물리적 충실도에 사용될 수 있을 거다.

 

1. 개인보호장비(PPE)

유독가스와 고온의 환경에서 진행되는 실물화재 훈련에서 개인보호장비 사용은 필수다. 당연히 대원들은 다양한 조건에서 개인보호장비를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착용하는 것과 동일한 개인보호장비를 갖추는 게 현실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공기호흡기를 포함해 개인보호장비를 제대로 착용하면 시야와 체감온도가 화재 현장과 비슷해진다(물리적 충실도와 기능적 충실도 사이 애매한 지점). 교과서적인 호흡기 장치조작과 그로 인한 책임소재에 대해 배움으로써 현장에서 조작절차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게 되고 필요한 기술과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준다.

 

2. 진압장비와 환경

몇몇 CFBT 훈련에서는 호스와 관창을 제외한 진압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배운 게 전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교육생이 호스를 끌고 가면서 현장에서 꼭 필요한 다른 장비들을 휴대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습관이 들었다면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CFBT 훈련에서 다른 진압 장비들을 휴대하는 게 화재 성상을 몸소 느끼는 교육목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대원이 실제 현장에서 보여줄 역량에는 도움이 될 거다.

 

3. 온도 환경

온도는 물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온도상승과 온도의 변화는 화재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실마리다.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온도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대원들은 절대 기계장치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4. 청각 환경

화재 성상에서 소리는 매우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타는 목재가 갈라지는 소리나 공기를 타고 갑자기 연소하는 소리). 하지만 구체적인 교육목표를 갖고 진행되는 훈련 상황에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청각 환경에는 차량이나 장비 소리, 송풍기 소리, 기타 발전기 소리 같은 배경이 되는 소리뿐 아니라 공기호흡기에서 나는 소리와 무전기에서 나오는 소리도 포함한다. 이런 각각의 청각 요소는 실감 나는 분위기를 연출해 훈련 중 중요한 실마리를 찾아내거나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5. 공간 환경

공간 구획은 기능적인 충실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만 훈련 현장을 현실처럼 느끼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 하나를 사용한 구획실은 구획실이 여러 개인 실제 거주공간의 유사성과 많이 떨어진다. 컨테이너 시설이 하나뿐이라면 화재 발전단계와 관창 테크닉을 처음 배우는 데는 큰 상관이 없을 수 있지만 전술훈련을 진행할 땐 무리가 따른다.

 

6. 시각 환경

건물이나 연기, 공기 흐름, 열, 화염(B-SAHF)을 통해 관찰되는 많은 화재 성상 판단지표는 시각에 의존한다. 교육생들이 화재를 읽고 예측하는 능력을 키우는 건 실제와 유사한 재현에 달려있다.

 

기능적 충실도

물리적 충실도가 중요하다고 얘기했지만 기능적 충실도(모의상황이 실제처럼 작동하는 정도)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핵심기술을 발전시키고 전술 활동의 효과를 파악하는 건 적절한 기능적 충실도에 달려있다. 물리적 충실도와 마찬가지로 개념은 간단하며 모의상황은 현실과 유사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눈에 단순히 보이는 현실보다 꽤 복잡하다. Roy Reyes가 화염의 양상에 대해 질문했던 걸 떠올려 보면([그림 5]) 실제 현실과 기능적인 충실도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점을 던져 준다.

 

첫 번째 질문은 ‘사진에서 무엇이 보이는가?’였다. 진압대원들은 구획실 화재 훈련을 진행하는 컨테이너에 있고 불은 오른쪽 앞에 있다. 뜨거운 가스층이 형성돼 구획실 가운데 부분으로 화염이 분출되고 있다.

 

두 번째 질문은 한 발 더 나갔다. 뜨거운 가스층에서 발화한 화염이 구획실 상부 전체를 덮지 않고 왜 가운데 부분에만 있을까? 여기엔 수많은 설명이 있을 수 있지만 철제로 된 벽이 온도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철제 벽의 열 전도성이 매우 높아 벽 쪽까지 연소할만한 에너지가 발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촛불 옆에 구리선을 두고 실험했을 때도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다. 촛불의 크기가 줄어들고 많은 경우 구리선이 에너지를 흡수해 촛불이 꺼지게 된다.

 

따라서 컨테이너의 열 전도성은 종종 CFBT 컨테이너 훈련장 내 화염 연소 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게 문제를 낳게 될까 아니면 단순히 교육생들에게 한 번쯤 생각해볼 기회를 주거나 열전도, 열 유지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어주는 계기에 그치게 될까?

 

▲ [그림 7] 기능적 충실도 마인드맵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능적 충실도는 실제와 얼마나 비슷하게 작동하는지 정도를 나타낸다. [그림 7]은 실물화재 훈련과 관련된 기능적 충실도의 다섯 가지 하부 개념을 정의해 놨다.

 

1) 진압대원의 심리 2) 개인보호장비 3) 화재진압체계(호스, 관창) 4) 실시간 반영(동작에 따른 반응 시간 차) 5) 화재 역학. 이 마인드맵은 기능적 충실도를 한눈에 보기 좋게 단순화 한 거다. 각각의 개념들은 좀 더 정제되고 다듬어져 화재 훈련의 기능적 충실도에 사용될 수 있을 거다.

 

1. 심리적 요소 & 개인보호장비 장착

실제 불을 사용한 모의상황에서 교육생은 개인보호장비와 공기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온도 환경은 의도하고자 하는 교육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기능적 충실도들의 상호작용에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단열이 뛰어나 과도하게 열이 차단돼도 현장에서는 열에서 얻어야 하는 중요한 단서를 놓치거나, 왜곡하거나, 제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최고 온도, 온도의 변화 등). 이런 어려운 점들을 해결해 나가야 훈련 시 실제에 가까운 온도를 경험할 수 있다.

 

2. 화재 진압체계

화재 진압체계의 기능적 충실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화재 역학과의 대응이다. 실제 불과 불 주변 환경(예로 고온의 가스층)이 소화 약제를 적용하면 적절한 반응을 보이나?

 

어떤 점에서는 화재 진압체계의 물리적 충실도와 기능적 충실도 각각 소화 약제와 화재 역학 사이에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달라 이견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기관은 교육생들이 훈련에서 사용한 같은 유량(실제와 같은 관창 조작을 통한)으로 현실에서도 화재가 진압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안전한 훈련을 위해 화재하중을 어느 정도 제한하면 실제 주택화재나 상업시설 화재 진압과는 유량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화재하중은 제한되는 동시에 많은 유량을 사용하는 실물화재 훈련을 받으면 현장에서 실제와는 괴리된 기댓값을 갖게 될까?

 

무엇이 더 효율적일까, 실제와 비슷한 유량이면서 화재하중은 제한하는 것일까 아니면 화재하중에 맞는 유량을 사용해 현실적인 소화 반응을 도출해내는 것일까? 이는 미완의 질문으로 남는다.

 

사용되는 관창의 종류는 실물화재 훈련의 기능적 충실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다기능 관창은 개폐하고 주수 패턴을 바꿔 유량을 조절하는 등 작동법에는 큰 차이가 없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직사 주수에서 넓은 각도의 포그 형태로 바꾸는데 움직이는 정도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유량제어 메커니즘은 고정유량에서 가변유량과 자동식 관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진압대원은 현장 상황에 맞게 의도한 주수 패턴과 유량으로 화재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훈련장에서 쓰는 노즐이 현장에서 쓰는 노즐과 다르면 최고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유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3. 실시간 반영

대개 실물화재 모의훈련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가스를 이용한 훈련장에서는 시설 문제로 약간의 지연이 생길 수 있고 일반가연물이나 가스 이용 훈련장에 상관없이 교관이나 시설 작동자의 문제로 화재 역학과 화재 진압 사이의 반응이 정상보다 빠르거나 느려질 수 있다.

 

4. 화재 역학

단언컨대 기능적 충실도에서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은 화재 역학이다. 진압대원이 화재의 진행단계와 환기의 영향 그리고 소화약제의 적용을 배우려면 불도 실제 현장과 같아야 한다(안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현실에 근접해야 한다).

 

대부분 건물 화재에서 가연물은 고체다(예로 가구, 인테리어 마감, 건축 구조물). 실물화재 훈련에서 쓰이는 일반가연물은 연소 에너지가 작고 열방출률이 낮은 경우가 꽤 있다. 그래도 연소하기 위해 열분해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실제와 유사한 연소 현상을 보여준다.

 

일반가연물을 연소시키면 상당한 양의 연기가 발생하는데 이것도 실제와 유사한 점으로 꼽을 수 있다. 가스를 가연물로 사용하게 되면 버너를 기술적으로 활용해 높은 연소 에너지와 열 방출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가스는 대체로 완전연소하기 때문에 충실도를 높이려면 인공적인 연기가 필수다. 불꽃 연소와 연기 생성은 컴퓨터화된 시스템이거나 사람이 조작하는 방식 또는 둘 다여야 한다.

 

가연물의 특성과 연소장치 디자인은 환기 상태의 변화에 따른 불의 작용과 물과 같은 소화 약제 적용에 따른 불의 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연물 지배형 화재의 경우 환기 상태의 변화가 화재 성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하지만 환기 지배형 화재는 화재 성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의도한 교육목표에 따라 바람직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일반가연물을 훈련에 사용할 경우 뜨거운 가스층이나 가연물 자체에 물을 뿌리면 실제 화재 현장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유사한 정도는 구획실의 디자인과 가연물, 환기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가스를 사용하면 온도 센서와 컴퓨터 시스템 그리고 작동자가 협업을 이뤄 연소상황에 적용한 물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1) 오픈플로어플랜: 오픈플랜이라고도 하며 건물을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벽이나 파티션이 없는 공간

 

2) 충실도(fidelity): 1.모형이나 모의상황이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물체의 상태와 행동 양식을 얼마나 잘 복제했는지 보는 정도 또는 퍼센트로 실제 물체의 형태와 조건에 대표되는 특징을 측정 가능하거나 인지 가능한 방식으로 표현하기; 모형이나 모의상황의 리얼리즘 정도를 측정; 믿음직한… 2. 여러 모형이나 모의상황을 실제 세계와 비교해 정확성, 규모, 표현력, 정교함, 추상성, 복제 가능성을 기준을 매기고 수치화하고 방법론을 이야기하며 묘사하는 방식.

 

 

서울소방학교_ 박지수 : pjs8891@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