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왜 우리는 훈련하는가

Dr.risk 2023. 3. 20. 21:13

이번 호에서는 소방관으로서 우리의 생활이자 의무인 훈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가장 기본이자 기초이고 해야 할,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당연한 부분인데 늘 어렵게 느껴지는 훈련.

 

훈련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리고 왜 해야 할까? 어찌 보면 훈련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방의 중추적인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훈련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현장 활동 반응과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대원 개개인의 부상을 줄이면서 적절한 전술적ㆍ전략적 판단에 따른 세부 사항 실행 능력을 높여 잘 준비된 현장대응력을 형성한다.

 

훈련을 통해 개인은 직무에 대한 자기 계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잠재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팀은 생산성ㆍ유효성의 향상, 대원 능력개발로 인한 인력배치의 유연성 확보, 다양한 환경변화에의 적응, 조직문화 형성 등을 달성할 수 있다.

 

▲ 미국 소방관들도 늘 대원들의 훈련 의지를 고취하기 위한 다양한 소통을 시행한다. 우린 얼마만큼 다양한 경로로 대원들의 훈련을 고취시키는가. “네가 훈련에서 흘린 땀만큼 너는 현장에서 덜 다치게 될 거다”(출처 train or die)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재난 현장 등 비상 상황을 마주하는 소방대원은 언제든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생사가 걸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소방대원으로서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두려움에 떨면서 문 앞에서 진입하지 못한 채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따라서 훈련 그 자체만으로도 소방대원이나 진압대장, 구조대장 등 초급지휘관, 소속 소방서 등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파생 효과를 가져온다.

 

사실상 모든 소방대원은 개개인의 기술과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노력하고 싶어 한다. 물론 그 과정에 있어 작은 실수와 오류를 겪게 된다. 때로는 자신이 속한 소속의 분위기가 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단위인 개인으로만 볼 때 누구에게 기대지 않은 자기 주도적 자체 훈련을 진행하면 자신의 현장 활동 능력을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수행할 수 있다.

 

자기 단련을 위한 훈련이 때론 외로울 수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이런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로 자신과 소속 팀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때도 있다. 

 

훈련은 소방대원으로서의 역량과 능력에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고 승진 후 다음 계급에서 맡게 될 더 많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관계없이 시대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이 지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이다.

 

과거 행정관료주의적 소방의 현실보다 현재 MZ세대가 주축이 되는 소방 조직은 계급에 대한 책임과 능력을 더 요구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 지휘관에게도 훈련은 예외가 없다. 다양한 교육훈련과 보수교육을 통해 훈련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지휘관은 연간 몇 시간의 현장훈련을 시행하는가?(출처 Fire Training Resource)

지휘관 또한 다양한 훈련을 통해 고도로 단련된 대원들로부터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재난 현장을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또 대원과 함께하는 팀 훈련은 현장 활동의 공통분모를 즉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원들이 능숙해지면 훈련 이후 피드백 혹은 디브리핑(Debrifing)으로 상호 간 역할을 보완함은 물론 현장에서 더 다양한 전술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데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은 소방대원 개개인뿐 아니라 해당 팀의 전반적인 현장대응능력을 향상시키고 비상 재난 사태나 대규모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상황별 교육훈련을 통해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운영 부분을 지속해서 개선할 수 있으므로 부서 전체가 수혜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 실제와 같은 환경 조건에서 대원 개개인이 복사열과 열 유속 등 화재층, 화재실의 열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내성한계인 역치, 실무율을 파악하며 그에 따른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현장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출처 강남소방서 소방장 김준경).

소방에서의 효율성은 우리가 보호하는 국민이 보다 안전해지는 좋은 홍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멀리 보면 소방서에 이익이 되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 거창할 수 있지만 좋은 훈련을 통한 훌륭한 대원 육성은 나은 소방서비스로 직결되기 때문에 절대 홍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부분은 무형이지만 소방의 모든 기능을 촉진하는 높은 수준의 사기와 자부심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동료대원의 멋진 활약, 내 옆에서 근무하는 동료의 눈부신 업적 등은 같이 근무하고 활동하는 내 자부심도 함께 고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준비는 필요하다

그러나 훈련은 분명히 어려울 거다. 시행부터 어려울 수 있다. 훈련 관련 자료라 하면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고 지루하다.

 

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교육훈련을 진행하는 운영자 측은 흥미로운 훈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훈련에 관한 사전 연구와 대상자의 상황을 대변하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은 분명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훈련 운영자 측과 대상자 측의 상호 동반성장을 위한 이해가 필요하다. 

 

훈련 운영 측, 즉 강사는 훈련에 대해 사전 질문하고 모든 훈련 참가자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구함으로써 훈련주제에 대한 참여자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 수렴한 의견은 단지 문답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훈련발전을 위해 실제 적용되는 면모가 필요하다.

 

각 구성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그림을 그리면 뜬구름 잡는 맹목적 훈련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현장에 적용 가능한 균형 잡힌 훈련을 할 수 있다.

 

또 교육훈련에 참여하는 대원들은 실전 경험을 토대로 훈련에 관한 피드백을 주는 선배 소방대원들로부터 간접적 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훈련 참여자들은 실질적으로 현장에 대입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늘 말한다. “훈련 중에는 얼마든지 실수해도 된다. 현장에서 같은 실수만 하지 말자”고 말이다. 훈련 시간 중 얼마든지 사전협의를 통해 훈련을 즉시 중단하고 피드백으로 올바른 절차를 지적한 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장 활동 중 안전을 위한 정석적인 길이 아닌 지름길을 택할 경우 발생할 문제들을 포함해 현장 활동 중 올바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호 공유하고 설명할 수 있다.

 

간혹 외국의 좋은 교육을 특정 협회에서 받거나 외국 자료를 번역해 한국에 도입하면 마치 우상숭배를 하는 것처럼 맹목적으로 맹신하면서 반복훈련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에서의 전술과 기술들이 우리 실정에 맞는지에 대한 보다 확실한 검토가 필요하다. 검토 후에 적용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맹목적인 모방식 추진이야말로 준비가 안 된 훈련의 전형적인 예시로 현장대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모든 하드웨어는 한국 기준에 맞는 기술기준인증을 획득한 상태고 소프트웨어는 한글과 한국 사용 환경에 맞는 패치가 설치된다.

 

하지만 유독 우리 소방훈련과 전술 등 교육훈련 정책에는 이런 패치 시스템이 많이 누락돼 있다. 먼저 걸어간 선진(先進)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답의 길만 가는 건 아니다. 

 

 

▲ 사전에 준비된 훈련은 재난 현장 팀워크 향상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된다. 경기소방학교에서 대원들이 화재실 진입절차인 Door Entry를 실시하고 있다(출처 경기소방 소방위 양재영). 

훈련을 통한 장비 성능 표준 점검과 선의의 경쟁

펌프차나 각종 적재 장비의 성능 또는 사용 시간 등을 계획해 훈련에 임한다면 장비에 더욱 익숙해질 수 있다.

 

또 장비의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점검 효과가 있으며 실제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고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더욱 완벽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진압대원은 출동 차량 훈련을 통해 소화전에 연결하는 속도나 절차가 숙달될 뿐 아니라 건물의 1층 출입구로 소방호스를 전개하면서 예비방수ㆍ본방수의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거다. 

 

이런 화재 현장의 가장 기본적인 진압절차는 휴대용 안테나 사다리 혹은 복식사다리를 설치하고 사다리 등반을 통한 창문으로의 주수와 소방호스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 훈련은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공기흐름의 변화 등 상황 변화에 따른 보다 능동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출처 경기소방 소방위 양재영).

이를 통해 출동 차량의 PTO 성능과 소방호스의 마모도, 관창의 상태 등을 파악하는 점검으로써의 이점도 존재한다.

 

그 밖에 각종 진압과 배터리 장비의 확인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배 소방관들은 늘 말한다 “써봐야 안다”고….

 

사다리 역시 마찬가지다. 사다리 설치와 등반 철수 숙련을 통한 현장에서의 시간, 속도 단축이 가능해질 수 있다.

 

소방호스 전개의 경우 계단을 통한 수평 전개와 계단 사이 틈새를 이용한 수직 전개를 통해 소방호스의 직접적인 꼬임 없는 순차적인 전개 방법 숙달, 진입 전 소방호스 확보 작업의 숙련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훈련은 더 성공적인 현장 활동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이런 훈련 절차는 사전에 더 구체적이고 문서화돼야 한다. 먼저 훈련을 완료하는 데는 시간적 제한 없이 최대 시간이 있어야 한다. 나와 우리 팀 스스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후 숙달되면 시간 목표를 수립해 현장 활동 중 발견되거나 훈련 중 지적된 문제점, 개인별 스트레스 사항을 상호 소통해 시뮬레이션한다.

 

차후 훈련 시에는 시간 조건이 충족되도록 모든 구성원의 팀워크를 다시 다져본다.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시간을 설정한 후 진행하는 경쟁과 평가 위주의 훈련은 참여자들의 의지와 흥미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훈련을 흥미롭게 유지하는 방법을 예로 들면 3교대를 하는 서에서 3개 팀 간 혹은 같은 팀 다른 센터 간 선의의 경쟁 분위기를 배양하는 거다. 각 화재 현장에서 화재진압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대략적인 개별 완진 시간을 공유해 보자.

 

이는 각 팀이 경쟁에서 더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해 완진까지의 적절한 소방호스 전개, 상황에 맞는 방수 등을 자발적으로 훈련하게 할 계기가 된다.

 

▲ 지속적이고 꾸준한 복합훈련은 다양한 현장에서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한다(출처 경기소방 소방위 양재영).

지휘관은 각종 현장 영상 리뷰를 통해 해당 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발견되면 올바른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이런 흥미가 정착되면 소위 대별로 각 지휘팀장이 신뢰하는 센터의 에이스 팀이 탄생하게 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의 최종 도달점은 대원 개개인의 숙달된 장비 조작 등의 스킬을 바탕으로 한 최상의 컨디션이다. 완진 등 현장 활동 종료까지의 개인 역량과 팀워크를 유지 관리하는 데 있다. 

 

이게 현실화되기 위해선 잦은 인사발령에도 소방서풍과도 같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개개인의 의지와 함께 다른 부서가 그들의 성과를 직장 내에서 인정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소방대원 개개인의 자긍심과 의지를 고취하기 위해 늘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 비상 상황을 위한 탈출 훈련도 부족함이 있어선 안 된다(출처 경북소방 화재교수 최창모).

크로스 트레이닝

정기적으로 2개 대 이상의 복수 팀 단위가 참여하는 실제 현장과 같은 훈련도 실질적인 훈련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2개 진압대가 함께 실제 현장과 같게 실시하는 훈련이나 운전원의 용수점유를 위해 현장 이탈 시 다른 대원이 무전을 듣고 다급한 출동 차량을 대신 조작해주는 상황부여를 통한 교차 훈련 등이 해당된다.

 

이런 교차 실습 교육훈련을 통해 소방대원들은 지휘관의 큰 그림을 공유하며 다양한 장비가 현장에서 어떻게 복합적으로 작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보다 원활하게 현장 대응 활동을 하게 된다.

 

팀 단위 훈련은 가급적 현장에서 접하는 다른 팀과 정기적으로 하면 도움이 된다. 아니,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훈련을 통해 대원들은 흘린 땀과 공유된 시간, 열정으로 보이지 않는 팀 간, 대원 간의 우정을 맺을 수 있다. 차후 함께 맞게 될 특정 규모 이상의 재난 현장에서 한마음으로 함께 출동해 예상치 못한 환상의 다수 팀워크를 발휘할 수도 있다.

 

마치며

▲ 2개 대 이상의 팀이 함께 하는 훈련은 실전에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출처 용산소방서).


모든 소방서 대원은 훈련이 필요하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신규임용자들은 소방학교에서 습득한 개인 역량과 장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복습할 기회와 시간이 필요하다.

 

소방 선배들은 그들과 함께 활동하는 일종의 재충전자로서 늘 관심을 기울이고 스스로의 기술을 예리하고 날카롭게 유지하기 위한 보수훈련이 필요하다.

 

모든 대원은 누군가 자신을 끌어주며 훈련을 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한 명의 소방대원으로서의 주체성 확립을 위해 훈련해야 한다.

 

대장 혹은 팀장급 지휘관들은 늘 교육훈련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훈련 관련 부적절한 조치가 발생하면 팀 내에 조정 또는 시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훈련은 분명 개인 역량 향상과 팀워크, 협동심을 배양한다. 훈련은 문서가 아닌 비공식적이지만 실질적인 방법으로 추진되는 소방정책과 절차를 직접 설명함으로써 실제적인 활동을 통해 오히려 공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구성원인 소방대원들은 훈련에 대한 정책적 타당성과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피동적이 아닌 능동적 자세로 자신의, 그리고 팀의 목표를 상향 설정해 함께하는 지휘관들과 더 나은 이상적인 현장을 만들고자 노력해 나갈 거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늘 WHY와 HOW를 생각하는 소방관이 되자. 

 

 


 

관련 문헌

1. Firerescue1.com, Benefits Of Training(April 1, 1996)

2. Firehouse, Firefighter Training: Focus and Repetition(Oct 12, 2022)

3. Fire Enginerring, Firefighter Training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