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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소방기기 내구연한 도입 쟁점 토론회

Dr.risk 2010. 5. 1. 16:19

중앙대 이종영 교수 “내구연한 제도 법률적 문제소지 없다”
내구연한 기준설정만은 불가피
획일적인 내구연한은 피해야
 
최영 기자
▲ 19일 열린 소방기기 내구연한 제도 도입에 관한 주요쟁점 및 현안 결정을 위한 제 2차 토론회     © 최영 기자
소방용기기의 내구연한 지정을 위한 소방방재청의 탄력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도 도입에 따른 법률적 문제 소지가 없다는 법학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대학교 법학과 이종영 교수는 19일 이마빌딩 8층에서 소방방재청 소방산업과 주관으로 열린 '소방기기 내구연한 제도 도입에 관한 주요쟁점 및 현안 결정을 위한 제 2차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토론회에는 이종영 교수를 비롯해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 정형로 이사장, 한국소방기술사회 이명호 이사,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김종성 본부장,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이기배 이사, 한국경영자총협회 임남구 특별위원,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김의태 차장, 서대문소방서 김창덕 소방위, 일산소방서 조응래 소방경 등 9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 중앙대학교 법학과 이종영 교수     © 최영 기자
이종영 교수는 “현재 내구연한 제도는 체계정당성의 관점에서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미 철도차량 관리와 고압가스 안전관리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면 일정기간이 지날 경우 지속적인 사용을 위해 재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의 가부(可否)를 볼 때 내구연한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다른 법에서 도입하고 있음에도 더욱 위험이 큰 소방기기에 대해 내구연한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체계정당성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내구연한 도입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는 화재로 발생되는 인명 및 재산, 건강 등에 대한 보존이 목적”이라며 “손실적으로 보면 사업자나 건물대상자의 비용적인 문제인데 이는 생명과 연관이 되는 가치와 비용적 가치를 비교해 볼 때 생명의 가치가 더욱 높기 때문에 제도 도입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선진 외국 사례가 없는 것은 국내와는 달리 보험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국가적인 관여가 적은 것”이라며 “내구연한 지정 방식에 대해서는 치밀할 필요가 있으나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의 내구연한 도입 필요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교수의 주장은 우려의 목소리로 표출되고 있는 과잉규제 문제와 선진국 등 타 제도의 사례가 없다는 주장 등을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내구연한 제도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방시설의 원활한 유지관리와 소방기기 교체를 위한 가이드라인 역할의 내구연한 설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으며 최소한 제품의 내구연한을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타났다.

또한, 내구연한을 법적으로 정하는 것 보다는 일정 기간 이후 성능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방안이 제시됐으며 제조사에서 내구연한을 의무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는 5월 6일 열릴 예정인 3차 토론회에서는 소방기기의 실질적인 내구연한 도입 방안과 단계적 도입을 위한 우선 적용 품목, 성능시험의 항목 등 구체적인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최종적인 내구연한 제도 도입방안이 어떻게 그려질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내구연한 도입 문제점과 부당성 주장 등에 따른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실증적인 대안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7일 첫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총 세 차례의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최종 정책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내구연한 설정 “소방법 목적에 부합”

▲ 중앙대학교 이종영 교수  ©최영 기자
중앙대학교 법학과 이종영 교수는 “소방기기라는 것의 기능이 제조할 때 목적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반대를 하지 않고 있다”며 “화재 시 소방기기의 기능 유지는 소방법 자체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목적이 달성되지 못해 소방기기의 기능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설치 필요성 자체의 의미를 상실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소방대상물의 소방검사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최소한 소방공무원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채용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자동적으로 검사라는 부분이 철저하게 안 되다 보니 결국은 소방기기라는 것이 법령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점검업자와 소방검사라는 것이 완벽한 제도가 아니기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또는 권장 “내구연한 기준만은 설정돼야”

▲ 위부터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이기배 이사, 서대문소방서 김창덕 소방위,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 정형로 이사장, 한국소방기술사회 이명호 이사,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김의태 차장     © 최영 기자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이기배 이사는 “소방시설을 관리할 때 노후 제품을 건물주에게 교체 요구하기 위한 기준이나 배경 등 권고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소방시설관리사 입장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여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실제 건물주가 직접적으로 관리하지 않다 보니 근거가 없어서 말하기 어려워 강제규정이건 임의규정이건 소방기기 내구연한에 대한 기준만큼은 설정돼야”고 강조했다.

권장을 할 경우에도 화재 발생 시 교체 권고 주기의 준수 여부 책임이 생기기 때문에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서대문 소방서 김창덕 소방위는 “소방시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를 볼 때 도입 필요성은 있으나 소방제품의 내구연한을 제조사에서 정하고 권장사항으로서 보험료 산정이나 화재 시 작동이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용연수가 없으면 점검할 경우 어떠한 아웃라인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기구조합 정형로 이사장은 “소방시설 관리자들의 효율적인 점검과 교체를 위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나와야 하지 않겠냐”며 “이는 법적으로 뒷받침이 돼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서는 이 같은 내구연한 기준이 필수적으로 정립돼야 한다는 필요성과 함께 소방기기의 내구연한 주기 설정을 제조사에서 정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연이어 제시됐다.

한국소방기술사회 이명호 이사는 “제조자가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의 성능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몇 년 정도가 적정한지 권장하는 것 또한 제조사에서 할 수 있을 것이며 정밀시험에 대한 부분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호 이사 설명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제조자들이 일정기간을 정해 제품의 재검정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권장 내용에는 각 제품이 환경에 따라 몇 년 동안의 사용이 가능한지 제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호 이사는 이어 “소방기구조합에서 제조사 의견을 수렴해 재검정 기간을 설정하고 권장 내용으로 고시를 내린 후 연한에 도래하면 샘플링 등을 통한 성능시험을 실시해 전체적인 고장율을 따져 교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대학교 이종영 교수는 “소방기기의 내구연한을 제품에 표시해야 소비자가 이것이 3년을 쓸 것인지 5년을 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며 “내구연한 도입을 위한 최소한의 방안은 제조사에게 표시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제조사에게 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이것 또한 법률적 규정이 없으면 불가능 하다”며 내구연한의 기준 설정을 위해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은 불가피 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김의태 차장도 “권장이던 강제이던 정부에서 공표를 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공신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은 법적으로 규정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장은

국민의 자율적 판단으로 정밀시험을 실시토록 개선할 경우 실질적인 제도의 효율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획일적인 내구연한 제도 도입은 반대

▲ 위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전승태 책임위원, 일산소방서 조응래 소방경,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김종성 본부장     © 최영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 전승태 책임위원은 “투자 측면에서 내구연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에서 충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전승태 위원은 “노동부나 정부의 정책방향 자체가 강제규정보다는 기업들에게 자율권을 많이 주면서 책임을 강화시키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자율권을 주면서 소방시설들이 문제가 발생돼 피해가 커지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석유화학공업협회 측도 취지에 대한 부분은 공감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내구연한 제도의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김종성 본부장은 “과도한 이중규제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반대한다”면서 제도의 철회나 제도상의 석유화학사업장에 대한 적용 예외를 요구했다.

또한, 일산소방서의 조응래 소방경은 “소방시설설치유지법에도 침대 배드나 쇼파 등 방염물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권장하고 있지만 주의에서는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권장해 봤자 죽은 법밖에 되지 못하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권장을 왜 안했냐며 일선 소방관서에 담당직원만 문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점검이 잘 되면 내구연한은 굳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구연한 보다는 교육이나 소방시설의 관리 측면에서 강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차 토론회, 구체적 대안 도출 가능할까

내구연한 도입에 관한 제 2차 쟁점 토론회 역시 소방기기의 관리방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내구연한 주기의 설정이나 정밀시험 방법 등에 대한 세밀한 대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논의 내용을 짚어보면 소방기기의 내구연한을 설정하고 기간에 도래할 경우 정밀시험을 통해 지속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필요성만큼은 지극히 타당하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내구연한의 기준설정과 성능시험을 제도적으로 강제화 시킬 것인지, 자율적인 권고사항으로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 소방방재청 소방산업과 최기영 사무관     © 최영 기자
소방방재청도 이 같이 원론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는 토론회가 지속되면서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소방산업과 측은 이날 토론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토론자들에게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소방산업과의 최기영 사무관은 “소방기기 정밀검사 방향을 도입할 경우 시간경과에 따라 크게 달리질 수 있는 제품이 어떤 것들이 있고 그 시험 기준 등은 어떻게 정립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제조사에서 내구연한을 표기할 수 있는 수준과 방안 등에 대한 방법론을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에 요청했으며 이 같은 대안은 3차 토론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