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운영해 온 119구급대 없애고 안전센터 소속ㆍ구급팀 신설
“전문성 결여로 국민 위협” vs “조직 진단 거쳐 결정” 갑론을박
동료 소방공무원 “걱정 앞세우기보단 서로 배려해 잘 지내보자”
“미래 없다” 불안한 구급대원들… 소방조직 차원 청사진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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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유은영 기자] =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지난달 21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현장 구급대원들의 불만과 걱정이 커지는 모양새다. 2017년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119구급대’를 없애고 119안전센터 소속으로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간 경기소방은 35개에 달하는 소방서마다 하나의 구급대를 두고 평균 62명(최대 114명)의 인력을 편성ㆍ운영해왔다. 구급대를 책임지는 구급대장은 소방서와 소속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의 복무 관리부터 출동대 편성, 품질관리, 교육훈련 등을 도맡았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 따라 ‘구급팀’ 체제로 변경됐다.
조직 개편을 결정한 경기소방에 따르면 기존 구급대는 구조구급팀(구급팀)과의 중복된 기능으로 업무 효율성이 낮고 구급대장의 업무 하중이 높아 품질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구급대와 119안전센터 대원들 간의 이질감이 심해 ‘한 지붕 두 가족의 형태’로 운영되는 문제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직 개편 단행은 구급역량 강화와 경쟁력 향상에 더해 구급대원 출신의 유능한 지휘관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숙고한 결과라는 게 경기소방 설명이다.
하지만 구급대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 구급대 조직을 없앤 건 구급 정책의 후퇴를 불러오고 나아가 국민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기소방의 119구급대 폐지와 관련한 갑론을박을 <FPN/소방방재신문>이 집중취재했다.
경기도 구급 조직 개편… 어떻게 변했길래
올해 1월 22일 기준 경기도에는 2370명(응급구조사 1급 1248, 2급 142, 간호사 915, 2주 교육 35)의 구급대원이 활동 중이다. 일반직을 제외한 경기 소방공무원(총원 1만1498명, 2024년 1월 1일 기준)의 20%를 넘는 숫자다.
경기도는 2017년부터 ‘119구급대’를 편성해 구급대장(소방위)이 구급대원들의 인사나 복무관리, 현장지휘, 교육훈련 등을 도맡아 왔다.
구급대를 구급팀으로 개편하면서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복무관리를 119안전센터장이 총괄하게 됐다는 점이다. 또 출동대 편성 시 구급대 내 인력으로 조정해왔던 것과 달리 각 소속 안전센터 내 자격자를 편성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경기소방은 앞으로 휴가자나 휴직자 등 공석이 생기면 화재진압대원 또는 구조대원 중 응급구조사 2급이나 2주간의 구급교육을 수료한 직원으로 인력풀을 만들어 활용할 계획이다. 이외 편성이 어려울 땐 현장지휘단장이 편성ㆍ운영하게 된다.
그간 구급대장은 다수사상자 현장대응ㆍ지휘, 다수사상 대응 훈련 등을 진행해 왔다. 앞으로는 현장지휘단장이 구급지휘를 맡는다. 경기소방은 구급전문 자격자를 배치해 구급지휘 보좌를 강화하는 방안을 각 서에 권고한 상태다.
구급대원 인사는 1차 서장, 2차 구급대장이 해왔던 방식에서 업무하중을 고려해 서장이 배치하도록 변경했다. 각 관서장 재량하에 격무지와 비격무지를 순환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구급행정ㆍ품질과 관련해선 본서의 구급팀이 전담하게 된다. 구급대원에게는 구급 고유 사무 외 부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각 안전센터 공통사무는 소속 직원 간 사전 협의 하에 결정하도록 개편했다.
지금까진 민원이 발생하면 1차 구급대(팀)장, 2차 본서 구급팀(담당자)이 처리했다. 앞으로는 민원이나 사고 발생 업무보고, 초기 대응 등은 1차로 센터장이 맡고 민원, 사고 발생에 대한 대응ㆍ수습에 대해선 서 단위의 구급팀장이 2차로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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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조구급과는 이번 개편과 관련해 상반기 운영 결과를 분석하고 관서별 건의사항 등을 고려해 운영방안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들끓는 구급대 “전문성 결여로 국민 안전 해칠 것”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경기소방 자유토론방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구급대원의 업무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구급대 폐지로 인해 국민의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 구급대원은 “지금까진 구급대 휴가 시 타 센터 자격자 구급대원이 대직 근무를 했지만 휴가자가 많아 힘들 땐 비번 자격자 구급대원이 해왔다”며 “센터 소속이 되면 자격자 1인 휴가 시 자격자 1인, 무자격자 1인 탑승 또는 자격자 1인, 무자격자 2인이 탑승하게 될 거다”고 걱정했다.
이어 “다양한 종류의 중증 위험 출동 시 손발이 맞지도 않을뿐더러 자격자 1인이 홀로 처치를 하는 위험은 물론 자격자 1인이 위험 증상을 놓치면 걸러지지 못하는 위험이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수사상자와 Pre-KTAS(병원 전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도구), SALS(현장전문소생술), 중증외상처치는 경기도 소방의 자랑이었고 SALS를 진행해 약물처치와 전문심폐소생술을 하면 소생률도 굉장히 높았다”면서 “이제 자격자 1인이면 전문화된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통과 공감 없이 본부에서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조례 개정을 날치기 형식으로 했다는 시각이다. 실제 이번 조직 개편 내용을 담은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은 지난달 12일부터 13일까지 단 이틀 만에 절차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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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상황을 전혀 몰랐던 현장 대원들은 15일에 진행된 영상회의나 개편 직전 소방노조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알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일주일쯤 뒤인 21일 바로 조직 개편을 단행한 건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B 구급대원은 “소방본부는 일어날 수 있는 악영향과 결과를 예방하고 대응할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조직원들에게 공고 하나 없이 구급대를 삭제하는 개정을 강행했다”며 “음흉하고 독단적이며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C 구급대원도 “폐지가 필요했더라도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아주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귀띔 하나 없이, 아무런 대책이 없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처리된 건지 모르겠다”며 “마치 뉴스에서나 보던 날치기 법안 통과 같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허탈해 했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미래비전을 잃었다는 구급대원들의 한탄도 이어지고 있다. D 구급대원은 “구급대 폐지로 인한 구급품질 저하 문제는 나중에 논하더라도 구급대원으로 일하는 이상 팀장, 센터장 보직조차 맡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이는 소방조직이 구급대원을 홍보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처우에 대해선 전혀 고민하지 않는단 얘기”라고 못 박았다.
또 “구성원에 대한 미래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조직이 정상인가. 구급 분야가 소방에서 그렇게 미미하고 하찮은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경기소방 “조직 진단 거쳐 구급수요ㆍ위상 고려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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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소방에 따르면 이번 조직 개편은 ‘민ㆍ관 합동 조직진단 TF’가 단초가 됐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운영한 이 TF에는 소방 4, 민간 4(교수 2, 연구원 2) 등 총 8명이 참여했다.
국정과제인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체계 구축’을 위해 향후 5년간 기준인력과 정원은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매년 정원의 1% 이상, 5년간 총 5%의 인력 재배치를 목표로 삼았다.
또 유사ㆍ중복ㆍ쇠퇴 기능을 통합하고 신규 수요 발굴 등 미래지향적으로 조직을 진단했다는 게 경기소방 설명이다. 다출동, 고위험지역을 진단하면서 현장 중심 인력 재배치를 통한 대응력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는 거다.
TF는 진단 과정에서 35개 소방서 과장급(소방령) 소방공무원 246명을 대상으로 조직운영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폐지 1순위로 구급대(33.3%)가 꼽혔다. 구급대장 통솔 범위가 과다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폐지 후 다른 팀(안전센터, 구조구급팀)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35개 소방서를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조직진단에선 소방관서 한 곳만 구급대 폐지를 찬성했다. 해당 관서는 인력관리 효율성과 안전사고 저감을 위해 센터로 통합해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결과적으로 TF는 다각적인 진단을 거쳐 다수 관서가 구급대원 관리부서(구급팀)와 운영부서(구급대장)의 업무 분장이 모호할 뿐 아니라 반복적이고 중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119구급대장의 직제 폐지 의견이 많아 119구급대의 점진적 폐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상시 근무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급지휘 전담부서나 인력을 현장지휘단 내 배치하는 방안의 검토 필요성을 TF 진단 결과보고서에 담았다.
TF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는 3인 탑승률 향상 방안도 제시했다. 구급대원 21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54.4%가 3인 탑승, 13.2%가 4조 2교대, 32.4%가 구급차 증차를 원했다.
이 같은 3인 탑승 시행을 위해서는 행정부서와 안전센터 등에서 발굴된 재배치 가능 인력 중 114명을 업무 하중이 높고 출동여건이 부족한 구급대로 재배치하는 걸 권고했다.
경기소방은 이 TF의 진단 보고서를 근거로 구급팀 체계 전환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소방 관계자는 “구급 수요와 위상에 걸맞도록 소방위(기존 구급대장) 직급을 소방경(구급팀장)으로 강화했다”며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까지 총 4회 조직진단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동료 소방관들 “앞선 걱정보단 서로 배려해 잘 지내보자”
경기소방 내부 자유토론방에는 이번 조직 개편을 두고 구급대원들이 너무 예민할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 직렬 소방관들의 목소리다.
E 소방관은 “구급대가 폐지되면 하늘이 무너지고 있던 직업이 없어지냐. 어떤 직렬로 소방공무원이 됐든 신분 자체가 소방공무원이니 진압, 구조, 구급, 조사 등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어수선하고 붕 뜬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면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F 소방관은 “구급대원은 아니지만 오히려 구급대가 생긴 후 업무가 더 늘어나고 구급대 안에서 해결해야 할 소소한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았다”며 “비단 구급대뿐 아니라 조직 개편 때마다 수많은 팀과 과들은 이름, 정원이 바뀌고 없어지고 만들어지길 반복했다. 크게 바뀌지 않을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어차피 개편이 완료된 마당에 서로서로 이해하면서 잘 지내보자는 독려의 글도 눈에 띈다. G 소방관은 “구급대 폐지가 진압대원에게도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그런데도 묵묵히 이번 조직 개편을 받아들였다”며 “구급대원 여러분께서 불만을 잠시 내려놓고 일단 생활해 본 다음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그때 토론해도 늦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H 소방관은 “7~8년 전 구급대가 없던 시절에도 직원 간에 똘똘 뭉쳐 힘든 걸 이겨내는 동료애와 팀워크가 넘쳤다”며 “진압대원들은 바쁜 구급대원을 위해 조금 배려해 주고 구급대원들은 그런 호의를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압대와 구급대를 모두 경험했다는 I 소방관은 “이제는 진압대, 구급대, 구조대로 나누지 말고 같이 일하는 직원으로 불리면 좋겠다”며 “서로의 힘듦을 알고 조금씩 배려해 나가며 좋은 직장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미래 없다” 불안한 구급대원들… 소방조직 차원 청사진 나와야
경기소방의 119구급대 폐지를 두고 소방 안팎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 구급의 시대적 역행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반면 조직 융화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9년 6월 소방청이 수립한 ‘119구급서비스 비전 2030’은 구급 수요 증가에 따른 조직 전문화를 위해 소방본부에 구급 기능을 강화하고 전 소방서에 119구급센터 설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1만4212명(응급구조사 1급 5386, 2급 2486, 간호사 4392, 기타 1948) 구급대원 대부분의 염원이기도 하다. 구급대원의 역량 강화를 통한 구급서비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선 119구급대든, 119구급센터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구급대원이 많다.
본격적으로 소방에 응급구조사 등이 구급대원으로 영입된 시기는 1990년대다. ‘응급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응급구조사 자격이 생겨났고 소방은 응급구조사 자격자들을 구급대원으로 특별채용하기 시작했다.
경기도가 구급특별채용을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다. 이때 입직한 구급대원들은 어느덧 40대 중후반이 됐고 소방위 또는 소방경 계급으로 활동 중이다. 구급대원들은 점점 고령화 돼 가는 구급대원들에게 경력의 활용성을 높이고 체력 소모를 줄이는 업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의 J 구급대원은 “조직에선 구급만 열심히 하면 지휘관의 역량을 갖출 수 없다고 할 뿐 아니라 그런 이유로 승진에서도 누락되기 일쑤”라며 “구급이란 분야가 국민의 생명을 직접 다루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을 가져가면서 나이가 들고 진급을 했을 때 갈 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 해결책 중 하나가 ‘구급대’라고 생각했는데 폐지돼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토로했다.
타 시도의 K 구급대원은 “현재 119구급대를 별도로 운영하는 시도는 경기의 조직 개편으로 인해 대전과 세종, 대구 등 단 세 곳으로 줄었다. 모든 구급대원이 구급대가 있는 시도를 부러워했는데 왜 사라진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소방 전체 출동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구급의 처우 개선은커녕 더 일하고 싶지 않은 환경을 만든 꼴이다”고 쓴소리를 냈다.
일각에선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등 다양한 직무의 융화가 중요한 소방조직의 특성상 구급대의 독립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재난 현장 대응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L 소방공무원은 “아무래도 구급대 편성으로 인해 그간 조직에 섞이지 못하는 느낌이 강했던 게 사실이라 개편을 강행한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인천과 강원 등에 119구급대가 있었지만 사라진 거로 알고 있다. 그때도 구급대원 통솔에 어려움이 있어 그런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M 소방공무원은 “무엇보다 소방조직에서 하나의 줄기를 두고 변화 간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맥락 없이 지휘관이 바뀌거나 그 밖의 이유로 조직이 상시 개편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국 소방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기에 더 나은 구급서비스를 위해서는 하나의 지자체가 아닌 소방조직 차원의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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