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현장취재> 신축 아파트 제연설비 성능실험 해보니…

Dr.risk 2011. 12. 26. 19:03

현장취재> 신축 아파트 제연설비 성능실험 해보니…
- 일부 시설 불량상태도 모자라 작동불능으로 실험조차 무산!
- 준공 후 자체점검 시기까지 ‘소방시설 관리 부재’ 문제 대두
- 화재시 계단실 창문 개방되면 연기 확산 방지 불가능해
 
최영 기자
▲ 제연설비 공개실험이 실시된 일산 아이파크(좌) 및 파주의 휴먼시아(우) 신축 아파트     © 최영 기자
준공된지 7개월 밖에 안된 28층 고층아파트의 제연설비가 작동조차 되지 않아 성능실험 자체가 무산되고 1년 남짓된 24층 아파트의 일부 제연설비는 5개 중 1개꼴로 불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실시된 공동주택 제연설비 성능 공개실험에서 이 같은 결과물이 도출되면서 공동주택 제연설비의 성능부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번 공개실험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명수 의원실의 요구에 따라 의원실 주해돈 보좌관을 비롯해 소방방재청,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경기도 제2소방재난본부, 관할 소방서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조용선 소방기술사가 제연설비의 전체적인 성능 테스트를 맡았다.

▲ 제연설비의 작동불능으로 인해 성능실험에 어려움을 겪었다.     © 최영 기자
최근 지어진 2개동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덕이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아파트(24층)의 제연설비는 4개 층에 설치된 계단출입문의 자동폐쇄장치가 불량상태였고 5개 층에 설치된 제연댐퍼(자동차압, 과압조절형댐퍼)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실험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제연설비 작동시의 방화문 개방력 테스트 결과 세대 출입문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통해 검정을 받은 자동폐쇄장치를 설치한 일부 방화문에서 법적 기준치인 110N을 상회하는 등 어린이의 방화문 개방이 어렵다는 결과물이 나왔다.

▲ 이날 성능실험에서는 계단실에 거치되어 있는 자전거로 인해 화재시 피난에 장애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 최영 기자
해당 아파트 계단실에는 자전거나 생활용품 등이 방치돼 있어 피난시 장애가 우려되는 관리상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해당 아파트의 관리를 맡고 있는 관계인은 “계단실에 자전거 등이 방치되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관리자의 안전의식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두 번째 실험 대상이었던 28층 규모의 경기도 파주 운정지구의 휴먼시아 아파트는 준공이 완료된지 약 7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제연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실험조차 진행할 수 없는 상황까지 불러왔다.

이로 인해 성능실험에 함께 참석한 건축물 감리업체 및 시공사 등에서 시정조치를 하겠다는 즉각적인 답변을 하면서 두 번째 실험은 진행도 못하고 막을 내려야만 했다.

한편 이날 공개실험은 경기도에 위치한 2개동의 아파트와 서울에 위치한 1개동의 아파트 등 총 3곳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제연설비의 작동불능에 따른 실험시간 지연으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아파트에 대해서는 1월 초 재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건축물 준공 후 1년간은 소방시설관리 ‘사각지대’
▲ 20일 실시된 신축 아파트 공개성능실험     ©최영 기자
▲ ▲ 준공된지 7개월된 파주 휴먼시아 아파트의 계단실 최상층에는 화재감지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시공이후 즉시 제거해야 할 먼지오염방지 커버조차 벗겨져 있지 않는 등 유지관리 상태가 심각한 상태였다.     © 최영 기자
이번 실험결과에 따라 소방시설의 유지ㆍ관리에 있어서 나타나는 문제점도 대두되고 있다. 준공된지 불과 7개월 가량된 아파트와 1년 남짓된 두 건축물 모두 소방시설의 작동불능 상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일정규모 이상의 특정소방대상물은 건축물의 사용승인일 이후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자체점검(종합정밀점검, 작동기능점검)을 수행하게 되는데 두 아파트의 경우 해당 시기에 도래하지 않아 자체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건축물 준공시 소방시설감리를 통해 정상상태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시설의 자체점검 시기까지 ‘1년’이라는 공백기간 동안 유지 및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작동불능 상태까지 불러온 셈이다.

정상적이라면 방화관리자 또는 건축물 관계자가 제연설비는 물론 전체적인 소방시설의 주기적인 관리를 수행해야 하지만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유무 등 면밀한 파악은 자체점검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제도적 점검시기 규정이 안전관리상의 ‘사각지대’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계단실 창문 개방시에는 연기 확산 방지 못해”
▲ 방연풍속 측정 모습     ©최영 기자
이날 공개 성능실험에서는 계단실의 창문이 개방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되면 연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실혐결과가 도출되면서 계단실 창문의 폐쇄조건으로 설계 및 시공되는 제연설비의 성능 문제도 거론됐다.

성능실험이 실시된 일산 아이파크 아파트는 계단실에 계폐창문이 설치되어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창문이 닫힌 상태로 정상 관리되는 상황과 평상시 창문이 개방된 상태 등 두 가지 상황을 연출해 제연구역내 연기 유입 방지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연풍속’을 측정했다.

21층과 22층 세대를 완전 개방하고 계단실 창문이 닫혀 있을 경우에는 방연풍속이 정상을 유지했던 반면 계단실 상부의 일부 창문을 개방해 방연풍속을 측정한 결과 평균 0.31㎧, 0.38㎧로 법적 기준인 0.7㎧에 미달됐다.

▲ 아파트의 계단실에 설치된 계폐식 창문     © 최영 기자
지하 1층과 지하 2층의 경우에도 계단실 창문이 닫혀 있을 때는 방연풍속이 정상수치를 나타냈지만 계단실 창문 개방시에는 지하 1층과 지하 2층 모두 법적 기준치에 미달(지하 1층에서는 0.4㎧)되는 결과가 나왔고 특히 지하 2층의 경우는 -0.75㎧의 풍속이 나와 오히려 연기가 계단실로 유입되는 결과를 보였다.

성능실험을 진행한 조용선 소방기술사는 “계폐창문의 비개방 및 개방 실험을 실시한 결과 계단실 창문이 열린 조건에서는 계단실에 연기가 차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결론적으로 법적 기준인 방연풍속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험결과에 따라 계단실 창문이 폐쇄되는 것을 전제로 이뤄지는 건축물 제연설비의 설계 및 시공에서 계단실 창문의 계폐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