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39

본래의 힘

분봉하는 벌을 받아 앉혀 놓은 몇 개의 벌통에서 벌들이 떠나버렸습니다. 앉혀 놓았던 벌 통이 빈 벌통으로 바뀌는 것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이 얼마나 서운한 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 마당 한 켠에 심은 몇 포기의 상추 중에 개에게 밟힌 한 포기의 상추가 시들어도 서운한 마음이 큰데, 어렵게 받아놓은 벌들이 집단으로 집을 떠나는 장면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섭섭함은 그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합니다. 말없이 그들이 떠나고 난 빈 벌통을 열어봅니다. 무엇이 불편했을까? 곧 비가 온다는데, 저렇게 떠나면 집과 먹이를 구하느라 주리는 시간을 겪어야 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저들에게 이곳을 버려 산 속의 험난함을 택하게 했을까? 심하게 표현하면 마치 저들로부터 내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

신경영 2010.05.23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영웅의 여정(A Hero’s Journey)은 깨달음의 과정

비교신화학자인 죠셉 캠벨은 신화 속 “영웅의 모험은, 그의 삶에서 깨달음을 얻은 순간을 나타낸다”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신화에서 이 깨달음은 잠든 공주를 깨우고, 용을 죽이고,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고래에 삼켜지고, 아버지를 만나 화해하고, 여신과 결혼하는 것으로 상징됩니다. 하지만 영웅이라고 해서 깨달음을 쉽게 얻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모험이 영웅을 만듭니다. 영웅의 전제 조건은 모험이고, 모험이 영웅을 완성합니다. 그래서 캠벨은 “영웅적인 삶은 ‘각자만의’ 모험을 실행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캠벨이 말하는 ‘영웅의 여정(A Hero’s Journey)’은 깨달음의 과정이고, 깨달음은 시련과 고독의 길에서 솟아납니다. 모든 모험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온갖 시련과 고독의 시기..

신경영 2010.05.12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엉뚱한 꿈 때문에 고민하는 당신에게

‘주승미’를 아시나요? 싱그러운 미소를 지닌 여자를 떠올렸다면, ‘땡!’입니다. 저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아쉽게도 ‘주승미’는 여자 이름이 아니라 ‘주력 사업, 승부 사업, 미래 사업’의 준말입니다. 제가 활동하는 ‘1인 기업의 마케팅’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개념이지요. 주로 기업 경영에서 사용하지만 저희는 이것을 개인의 측면에 적용해보는 중입니다. 먼저 ‘주력 사업’은 말 그대로 현재 자신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일입니다. 동시에 생계를 해결할 대부분의 수입을 얻는 원천이기도 하지요. 저 같은 직장인들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의 생활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겨운 밥벌이’로 폄하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얻는 결과물을 토대로 다음..

신경영 2010.05.11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지극함이 하늘에 닿으니

하루는 집 근처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았다. 살을 발라내고 뼈는 동산에다 버렸다. 아침에 보니 그 뼈가 없어졌다. 핏자국을 따라가 보니, 뼈는 제 굴로 돌아와 새끼 다섯 마리를 안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오랫동안 놀라워 하다가 깊이 탄식하고 머뭇거렸다. 문득 속세를 버리고 출가하기로 하고, 이름을 바꾸어 혜통이라 했다 - 삼국유사, '혜통이 용을 항복시키다' 중에서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 전편을 통해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구절 중 하나입니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커서 이제 결혼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니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죽었으나 죽을 수 없고, 뼈가 ..

신경영 2010.05.09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통의 첫 번째 원칙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 내 말을 듣기는 하는 거야?” 아내가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싸웠습니다. 그것도 장인어른 생신 날 아침부터 소리지르며 대판 싸웠습니다. 가만 보면 꼭 특별한 날, 중요한 날 싸움이 생기네요. 갑자기 잘하려는 마음의 부작용인가 봅니다. 부부 싸움은 늘 유치하지요.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되지만 곧 치사한 폭로전으로 이어집니다. 오늘은 그나마 넘지 말아야 할 선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췄습니다. 홀로 남겨진 방에서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냥 그쪽을 향해 의자에 앉아있었던 거지요.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자 싸우기 전까지 들여다보고 있던 트위터(twitter.com)의 화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통하려면 트위터를 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한참..

신경영 2010.05.04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순간이 영원 같았다

혼돈은 세계의 중앙을 다스리는 왕이 되었다. 그에게는 두 명의 친구가 생겼다. 하나는 남쪽 바다를 다스리는 숙(儵)이고 또 하나는 북쪽바다를 다스리는 홀(忽)이다. 혼돈은 두 친구에게 극진히 대했다. 노래와 춤의 달인인 혼돈의 우정에 감동한 두 친구는 혼돈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다. 그리하여 혼돈에게 눈, 코, 귀, 입등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 주어, 보고 듣고 숨쉬고 먹을 수 있도록 해주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우정의 이름으로 곧바로 혼돈의 몸에 하루에 한 개씩 7개의 구멍을 뚫었다. 칠일이 지나고, 일곱 번 째 구멍이 뚫리자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 '장자' 혼돈의 두 친구인 숙과 홀의 뜻은 모두 '잠깐'이나 '순간'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것은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 ..

신경영 2010.05.01

균형에 대하여

균형에 대하여 산방 주변 밭에 감나무와 매실나무를 심은 것이 4월 4일입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2.8일마다 한 번 꼴로 눈 또는 비가 올 만큼 비정상적인 강우량이었는데, 정작 나무를 심고 보름이 넘도록 비가 오질 않았습니다. 저러다 잎도 내보지 못하고 나무 다 말라 죽는 것 아닐까 걱정 가득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일일이 물을 주기에는 너무 많은 수의 나무여서 하는 수 없이 가지를 강하게 전정해 주며 나무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잘 견뎌서 나와 함께 오랫동안 여기서 살자.” 옮겨 심은 나무에게 물을 주지 못한 대신 강하게 가지를 잘라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균형’때문입니다. 나무들은 묘목으로 자라던 밭에서 이곳으로 옮겨올 때 잘려나간 뿌리 때문에 뿌리의 양은 줄었는데 가지는 여전..

신경영 2010.05.01

왜요?

“왜요?” “왜요?? 어른이 부르면 ‘네~’하고 와야지!” 부르면 한 달음에 뛰어오던 아이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살짝 배신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저희 세대만 해도 어른이 부르면 일단 가야 한다고 배웠지요. 그다지 권위적인 아빠는 아니라고 내심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던 저로서는 툭 튀어나온 제 자신의 그런 반응이 아이의 대답만큼이나 뜻밖이었습니다. “부르면 왜 부르는지 궁금한 게 정상 아닌가? 난 어릴 때 그랬는데, 오빠는 안 그랬어?” 아내의 말이 맞습니다. 부르면 왜 부르는지 궁금한 게 정상이지요. 그런데 그 당연한 걸 가지고 타박을 한 셈이네요. 그렇죠? 그러고 보니 갑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얼마 전부터 아이는 화수분마냥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로서의 고난과..

신경영 2010.04.26

잡다한 일상을 정리하라-변화경영연구소

회사의 주재원이 되어 일본으로 떠나는 동료 연구원을 위해 송별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거창하게 송별회라고 말은 했지만 주인공을 포함해서 세 명이 전부인 조촐한 술자리입니다. 삼 년 정도 그곳에 머무르게 될 거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작은 떨림과 기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석별의 아쉬움을 달래던 우리의 레퍼토리는 자연스레 요즘 사는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세 명 모두 아직 자신의 첫 책을 쓰지 못한 수료 연구원들이기에 단연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우리 셋은 마음을 다해 힘든 연구원 1년 차를 무사히 넘겼으면서도 왜 여태 자신의 책을 쓰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바쁜 일상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일본으로 떠나게 될 ‘그’는 지난 3년 동안 정신 없..

신경영 201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