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봉하는 벌을 받아 앉혀 놓은 몇 개의 벌통에서 벌들이 떠나버렸습니다. 앉혀 놓았던 벌 통이 빈 벌통으로 바뀌는 것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이 얼마나 서운한 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 마당 한 켠에 심은 몇 포기의 상추 중에 개에게 밟힌 한 포기의 상추가 시들어도 서운한 마음이 큰데, 어렵게 받아놓은 벌들이 집단으로 집을 떠나는 장면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섭섭함은 그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합니다. 말없이 그들이 떠나고 난 빈 벌통을 열어봅니다. 무엇이 불편했을까? 곧 비가 온다는데, 저렇게 떠나면 집과 먹이를 구하느라 주리는 시간을 겪어야 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저들에게 이곳을 버려 산 속의 험난함을 택하게 했을까? 심하게 표현하면 마치 저들로부터 내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